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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또다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현장> 이랜드 노조 조합원 5백여명, 뉴코아 강남점 재점거

이랜드 일반노조와 뉴코아 노조가 29일 새벽 이랜드 계열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킴스클럽 강남점을 기습적으로 재점거했다. 지난 20일 경찰의 강제해산으로 1백63명이 전원 연행된 이후 9일만이다.

노사 교섭이 지난 19일 최종 결렬 이후 지도부 구속과 공권력 투입 등 극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교착상태로 접어들면서 노조는 매장 재점거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이랜드 조합원 5백여명, 29일 새벽 뉴코아 강남점 기습 점거

조합원 5백여명은 이날 자정께 손님으로 가장해 매장 곳곳에 자리를 잡고 새벽 2시 10분께 일제히 계산대를 막고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노사는 점거 과정에서 별다른 물리적 충돌을 빚지 않고 현재까지 매장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현재까지 노조는 매장 1층 출입구를 빈 카트로 막아 공권력 투입에 대비하고 있으며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전경 35개 중대 3천5백여명을 투입, 전경버스로 매장 전체를 봉쇄하고 있다.

이랜드 사측은 매장의 모든 전원을 차단하고 용역직원들을 동원해 몇 차례 매장진입을 시도, 5백여명의 점거 조합원들은 비상등에 의지한 채 용역직원과 경찰의 매장 진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조 “비정규직 노동자는 기계부품도, 매장 물건도 아니다”

뉴코아-이랜드 노조는 점거 직후 발표한 호소문을 통해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계의 부품도 아니고, 매장의 물건도 아니라는 것을 이랜드 자본에게 똑똑히 보여주려 한다”며 “오늘 우리는 끌려나오는 한이 있어도 내발로 이곳을 나가지 않겠다는 각오로 이곳에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우리는 또다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며 “다리가 퉁퉁 붓도록, 화장실도 못가고 일해 왔던 우리를 마치 물건처럼 하루아침에 치워 버리려 했던 이랜드 자본에게 우리는 결코 순순히 물러설 수만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랜드의 비정규직 집단 부당해고 및 외주화 전면 철회 ▲노조와의 성실교섭 ▲영업방해 금지 가처분신청 및 손배가압류, 고소고발 철회 ▲구속된 노조 지도부 3인 석방 ▲이랜드 박성수 회장의 위법행위 처벌 ▲노조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 철회 ▲비정규직법 전면 재개정을 요구했다.

이랜드-뉴코아 노동조합 조합원 5백여명이 29일 새벽 2시10분께 기습적으로 뉴코아 강남점 재점거 농성에 돌입했다.ⓒ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들 “이랜드 사측의 성실교섭만이 사태 해결 가능”

노조 투쟁을 지지하는 노동사회단체들의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전국 37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강남 뉴코아 점거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감금 치 단전조치 등 인권침해행우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뉴코아 사측은 농성장에 전기를 끊어, 수많은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비상등의 약한 불빛에만 의지하고 있으며 자칫 잘못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경찰은 지금 즉시 사측에게 당장 전기를 공급하도록 명령하고, 조합원들에 대한 식수와 생필품 전달에 어떠한 제한도 가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사회진보연대도 지지성명을 통해 “이들이 다시 점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주목해야 한다”며 “비정규노동자 문제는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고 이랜드 사측은 계속 교섭을 회피하고 도리어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정부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정부와 이랜드 사측을 비판했다.

조합원 5백여명은 매장으로 통하는 모든 출구를 차단한 채 사측의 성실교섭 및 노조를 상대로 한 손배가압류 및 고소고발 철회를 촉구했다.ⓒ민주노총


사회진보연대는 “다시 한번 정부가 경찰병력을 투입해 비정규 노동자들을 짓밟고 강제연행에 나선다면 이는 정부이기를 이미 포기한 것이며 전체 1천5백만 노동자, 8백60만 비정규노동자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라며 “경찰병력 투입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영업방해금지 가처분에도 불구하고 이랜드 노동자들이 매장 농성에 다시 돌입한 것은 그만큼 이랜드 노동자들의 절박함을 반영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의 재점거 농성을 지지하고 나섰다.

김형탁 민노당 대변인은 “1천건에 이르는 탈·불법 행위 등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이랜드 사측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못하면서, 한달 80만원의 생존권을 지키고자 했던 노동조합 간부들은 구속하고 펼쳐봐야 있을 것도 없는 조합원 통장을 가압류하고 있다”며 노동부와 이랜드 사착을 비판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다시 공권력 투입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랜드 사측이 계산해야 할 것은 농성으로 인한 벌금액이 아니다”라며 “왜곡된 사실로 여론을 뒤집을 궁리하지 말고, 당장 절박한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국민 77.6% “이랜드 사태 책임은 정부-회사”

한편 이날 뉴코아-이랜드 공동대책위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정부와 사측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대위와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따르면 이랜드 사태의 책임소재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0.4%가 ‘현행 비정규직법의 문제에서 촉발된 것으로 정부책임’이라고 답했다. ‘비정규직을 남용한 이랜드 그룹의 책임’이라는 응답도 27.2%에 달해 77.6%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정부와 사측에 있다고 답한 셈이다.

반면 ‘비정규직 문제로 과도한 요구를 내건 노조의 책임’이라는 응답은 15.1%에 그쳤다. 이밖에도 정부의 공권력 투입에 대해선 ‘경찰력에 의존한 강제 진압은 잘못’이라는 의견이 60.5%로 ‘정당한 법집행’이라는 응답(32.8%)을 두 배 가량 앞섰다.

이랜드 사태의 해법으로는 56.7%가 ‘회사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고 고용안정을 보장해야한다’고 답했으며 32.6%는 ‘노조가 회사의 요구를 수용해 단체행동을 중지해야한다’고 답했다.

비정규직 외주용역화 철회 및 고용보장, 노사 양측의 민형사상 고소 취하를 제시한 노조와 시민단체의 요구안에 대해서도 60.3%가 정당한 해법이라고 답해 부당한 해법(27.8%)이라는 응답을 압도했다.

한길리서치의 이번 조사는 지난 24일과 25일 양일간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7백여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했으며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7%포인트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이랜드 사태의 책임이 비정규직법을 잘못 운용한 정부와 이랜드 사측에 있다고 답했다.ⓒ민주노총


민주노총 “8월 5일 전국 이랜드 매장 타격투쟁”

한편,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이랜드 매장 타격투쟁을 벌였던 민주노총은 27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내주부터 매일 1곳 이상의 지역본부에서 2차 총력투쟁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전 조직에 비상대기지침을 내리는 한편 오는 8월 5일 이랜드 그룹 전 매장에 대한 강도 높은 집중투쟁을 통해 사측의 성실교섭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사측은 점주와 점원 등 구사대를 조직적으로 동원하여 폭력을 유도하였으며, 법원에서는 업무방해가처분결정과 노조지도부 2명을 구속하는 등 탄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사측이 교섭에서 진정성 있는 태도로 비정규문제를 해결하려는 신뢰를 보여준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이랜드 타격투쟁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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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12 11
    햇님

    그만하시죠
    노동자들의 힘든 부분도 너무 공감이 가고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싸움을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세력에 의해서 하려는지 모르겠다
    비단 이랜드뿐아닌 모든 유통업체가 비정규직을 10년이 넘도록 활용해왔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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