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미분양 사태에 따른 연쇄도산 위기에도 불구하고 8월 한달 동안에만 전년 동기보다 130%나 급증한 4만7여천가구의 신규 아파트를 '소나기 분양'하며 미분양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계획을 세워, 이들이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는 9월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고분양가로 마지막 폭리를 취하겠다는 심보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분양가를 낮춰 미분양 사태를 풀려하기보단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는 건설업계가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는 양상이다.
5일 부동산포탈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오는 8월 전국에서 분양예정인 아파트(주상복합 포함)는 총 86곳 4만7천6백4가구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동기의 2만6백25가구보다 130.8%나 급증한 수치이며, 전달과 비교해서도 92.1%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46곳 1만9천90가구로 가장 많고, 부산 등 지방 5대 광역시가 20곳 1만6천7가구, 기타 지방 중소도시 20곳 1만2천5백7가구다.
특히 지방의 경우 영남권 22곳 1만8천7백66가구로 지방 물량의 65.8%로 가장 많고, 뒤이어 △충청권 10곳 7천2백87가구 △호남권 8곳 2천4백61가구 순으로 조사됐다. 영남-충청권은 최근 부도처리된 중견건설업체 (주)신일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 극심한 미분양 사태로 건설업체들의 연쇄도산이 표면화되기 시작한 지역이다.
이같은 신규 분양 물량의 경우 수도권의 경우 작년(6천9백95가구)과 비교해 172.9%(1만2천95가구) 증가했으며 지방 5대 광역시 138.3%(9천2백89가구), 지방 중소도시 81.0%(5천5백95가구)로 수도권, 지방 할 것 없이 모두 분양 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사태 악화로 중견업체들까지 부도위기에 직면하고 저축은행들이 워크아웃에 돌입한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단지 9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신규 분양 물량을 대거 늘리는 것은 자살행위에 다름아니다"며 "시장이 완전히 무정부 상태에 빠져든 양상"이라며 소나기 분양이 몰고올 파괴적 후폭풍을 우려했다.
한 건설사의 썰렁한 모델하우스. 전국적인 미분양 사태에도 불구하고 8월에 '소나기 분양'이 예고돼 건설업계가 부도를 자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의 소리가 높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