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군 종군위안부결의안을 추진하는 한국계 정치력단체의 배후에는 중국계 반일 조직이 숨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정부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세계 규모의 화교,중국계 주민의 조직인 ‘세계항일전쟁사실유호연합회’ 이다. 그동안 한국계 시민들의 풀뿌리 정치력으로 인권차원의 결의안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 이제야 그 배후세력이 실체를 드러냈다 ”
지난 6월3일자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에 실린 기사이다. 우리를 가장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괴롭혀 온 우리의 공적 1호인 일본 극우신문 <산케이신문>이 드디어 기회를 잡은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중국계 활동가 한사람이 우리와 협의 없이 결의안 관련 자기주장을 중심으로 5월26일자 <뉴욕타임즈>에 광고를 냈는데 그 광고를 갖고서 <산케이신문>이 잡고 늘어진 것이다. 평소 그 중국계활동가가 지나치게 적극적이어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드디어 일이 터진 것이었다.
평소 의회에서 결의안 추진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던 외교위원회 보좌관 한사람이 영어로 번역된 이 기사를 필자에게 보내 왔는데 알고 보니 일본측 로비스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산케이신문> 기사를 더욱더 제 맛에 맞춤형으로 만들어서 의회 안에 뿌린 것이다. 그 보좌관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어떻게 이렇게 유포될 수 있는가”라고 문의해왔다.
우리는 결의안을 성공 시키려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일본과 미국간의 분쟁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미국시민이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가야 한다는 전략적 원칙을 확고히 했었다. 우리의 목표는 결의안을 통과 시키는 것이지 미국서 일본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애당초 이 결의안이 연방하원의 결의법안으로 될 수 있도록 전략을 만들 때에 이러한 양상을 우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아시안 시민단체들이 이념적으로 구분 없이 아주 복잡하고 다양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짐작 했었고 우리가 알게 모르게 다양한 활동가들이 끼어들 것이란 각오는 했었지만, <산케이신문>의 위와 같은 공격 시점이 아주 중요한 때였기에 당황했다. 공동지지 의원수를 130명을 훨씬 넘겼기 때문에 의회지도부에서 결의안 의결시기를 논의 중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뉴저지의 미국시민들에게 종군위안부결의안 지지서명을 받고 있는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의 활동 모습 ⓒ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의원들에게 종군위안부결안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던 한인 노인 중심의 자원봉사자들 ⓒ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유권자센타 전략팀은 다시한번 위안부결의안 전국추진연대를 한국계시민연대로 명확하게 하는 행동을 곧바로 취했다. 타 민족 시민단체에게 우리의 전략을 충실하게 따라주지 않으려면 결의안 추진연대에서 빠져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고 6월7일 곧바로 워싱턴을 방문해서 ‘121결의안’과 관련한 우리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추진연대 조직을 알렸다. 직접 마이크 혼다 의원을 만났고 지도부내 결의안 관련 논의에 무슨 이상기류가 없음도 확인하고 6월 통과에 관해서도 거의 확답을 받았던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적절한 대처에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의외로 한국내 시민단체이다. “ 중국계 활동가의 정당한 의사표시를 그렇게 대하는가? 중국계의 강대한 힘을 빌리지 않고서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유권자센타가 협소한 민족주의에 사로잡혀서 일을 망치는 것 아닌가..? ” 란 것이 요지였다. 답답하고 한심했다.
필자를 거듭 당황하게 한 것은 평화를 위한 활동을 하는 데 있어 미국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에서 우리 진영과 같은 섬세한 전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거칠게 활동하는 과격한 아시안 단체들에 대해 우리의 전략을 배우라고 조언을 해주고 있었던 참이었다. 서울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 이긴다고 했던가...필자는 그 시민단체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킬 방도가 없었다.
‘워싱턴 인사이더(DC정치권내 인사들을 총칭해서)’ 들은 어떠한 사안에 관해서도 극단적인 형태를 거부한다. 아무리 명분 있는 제안이라도 이념이나 실천방식이 극단적이면 단번에 외면한다. 필자는 수도 없이 많은 현직의원을 만났다. 처음 만남에서 명분 때문에 동의를 표명해 준 의원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사실 여부를 따져보고 분쟁과 분란의 소지가 있는가 그리고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가를 근거 있게 검토하고 그리고 동의를 한다 해도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현직의원을 접촉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 신중한 일인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철저하게 전략적이지 않으면 심지어는 초보 보좌관으로부터 일방적인 강의만을 듣기 일쑤이다. 철저한 준비와 성실함 없이 되는 일은 없다. 워싱턴 정치인들을 대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그것을 절절하게 경험했다.
오늘 미 연방하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하는 “일본군위안부결의안”은 이제 하원 전체회의의 상정과 통과를 목전에 두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1, 2주내에 전체회의에서 다루어지게 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에 큰 우려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 다수당 원내대표인 ‘스탠리 호이어’의원이 남아있는 셈이다. 전체회의 의제상정의 권한이 그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난 7개월간 위안부 할머니들과 많은 한국민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애태우며 가슴 졸여 왔는가? 최초의 미주동포 정치력 성과물이 지금 우리의 눈앞에 와 있다. 미주동포임이 지금처럼 자랑스러울 때가 없었다.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김홍국 기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4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고, 미국의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한국어 정치광고를 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을 높임에 따라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