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광주상무와의 컵대회 경기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K리그 복귀후 조기 연착륙에 성공하는가 싶었던 기대와는 달리 이후 안정환은 6개월이란 공백기로 인한 실전감각의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며 부진의 늪에 빠져있었다.
슈팅은 자신감이 없었고, 패스는 부정확했으며 움직임은 둔했다. 결국 차범근 감독은 안정환의 출전시간을 줄였다. 안정환으로서는 승리수당은 커녕 출전기회를 얻는 것이 우선 과제였다. 당연히 대표팀의 부름을 받는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나 지난 30일 성남일화와의 컵대회 6강플레이오프 경기에서 보여준 안정환의 플레이는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으로서의 그의 존재감이 다시 다가옴을 느낄수 있는 경기였다.
간결한 볼터치와 슈팅,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를 찾아 움직이는 위치선정,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패싱 등 모든 부분이 2002 한일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칠때의 그 모습과 닮아있었다.
특히 상대가 K리그 무대에서 19경기 연속 무패가도를 달리던 성남이었고, 그것도 성남의 거의 모든 베스트멤버가 출전한 경기에서 연장전 포함 약 100분간을 활약하며 보여준 경기력이었기 때문에 그 의미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경기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던 안정환은 전반전 초반 성남문전에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날려 성남 김용대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고, 이어진 세트피스 상황에서 낮게 깔려오는 프리킥을 어리로 살짝 방향을 바꾸려 했으나 안정환의 머리를 스친 공이 김용대의 가슴에 안기며 기회가 무산됐다. 그러나 이것 역시 거의 골에 가까운 장면이었다.
성남이 전반전 종료직전 선제골을 성공시켜 0-1로 뒤진 상태에서 맞은 후반전 27분경 성남 오른쪽 측면에서 에두가 올린 크로스를 나드손이 헤딩으로 떨궈준 공을 안정환은 침착하게 성남의 오른쪽 골문안으로 차 넣어 동점골을 만들었다. 경기직후 본인의 입으로는 "주워먹었다" 겸손해 했지만 역시 빈공간을 미리 점유하고 있던 안정환의 위치선정이 만들어낸 골이었다.
지난 30일 밤 성남일화와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터뜨리는 등 맹활약을 펼쳐 팀의 4-1 승리를 이끈 직후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수원삼성의 공격수 안정환 ⓒ뷰스앤뉴스
안정환은 성남에 4-1 대역전승을 거둔 직후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실수가 줄었다는 것에 만족한다"면서 전체적인 경기력과 컨디션에 대해 "지난 (경남FC전) 경기보다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정환은 "아직까지는 슈팅이나 상대와의 1대1 상황에서의 움직임에 (전성기때와 비교할때) 미묘한 차이를 느낀다"면서 "6월 휴식기동안 훈련을 잘 소화하면 전성기때의 90% 정도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신감있게 말했다.
한편 이날 안정환은 아시안컵 출전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기회가 주어지면 영광"이라면서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므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대표팀 재합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