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연임' 누가 추천했는지 색출-문책해야
[기고] 이주열 연임으로 文정부 들어서도 '빚내 집사라' 연장
최경환은 2014년 6월 부총리 자리에 앉자마자 “집값을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국가경제를 책임진 사람의 입에서 나오기에 천박스럽다 할 발언을 서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다. 그가 동원한 수단들 중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은 대출을 늘려서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언론은 그것을 “빚내서 집사라” 정책이라 불렀고, 대중은 그 작명에 공감을 표했다.
동원된 정책수단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은행의 적극적인 대출 확대를 독려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금리를 사상최저로 낮추는 것이었다. 청와대가 실질적인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은행 최고경영진이 즉각 정권의 요구에 응한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데 은행이 제 아무리 대출을 늘리려고 해도 금리가 부담되는 수준이었다면, 투기꾼이든 실수요자든 선뜻 대출받아 주택투자하기에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상최저 수준의 금리야말로 주택투기의 불길에 휘발유를 공급한 원흉이라 불려 마땅하다.
최경환의 요구에 즉각 부응한 금통위
금통위 역시 정권의 요구에 부응하는 데 별 망설임이 없었다. 박근혜정부에서만 6번의 금리인하로 기준금리를 사상최저인 1.25%로 낮추었다. 그 중 네 번의 금리인하가 최경환의 부총리 취임 1년 만에 단행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6년여가 지난 시점이었고, 한국경제가 갑작스레 위기를 맞은 것도 아닌데 이처럼 급격하게 금리를 인하한 것은 부동산 부양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었다. 최근 “한은 독립성”을 자주 들먹이는 금융통화위원들이 당시 박근혜정부의 요구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호응했는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다.
은행의 공격적인 대출확대에 더해 금리마저 사상최저로 낮아지자 투기꾼과 실수요자가 대출받아 주택투자에 뛰어들었고, 집값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박근혜정부의 “빚내서 집사라” 정책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문재인정부는 어떤가? 만약 “빚내서 집사라” 정책의 지독한 폐해를 인식하고, 그것을 즉각 멈추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취임직후 두 가지 행동을 취했어야 한다. 은행이 대출심사를 엄격히 하도록 하여 대출의 “공급”을 억제하고,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여 대출의 “수요”를 억제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최악의 경제정책인 “빚내서 집사라”는 즉각 중단되었고, 급등한 집값은 오래지 않아 제자리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집없는 서민과 청년들이 문재인정부가 당연히 실행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은 정책이었다.
대단히 실망스럽게도 문재인정부는 대다수 국민이 기대했던 정책을 실행하지 않았다. 국가경제의 큰 방향을 설계하는 장하성 실장이나 국가경제 운용의 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나 금융정책을 책임진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입에서 은행대출을 억제해야 한다거나 가계대출이 위험수위에 있다거나 혹은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발언을 들을 수 없었다. 뒤늦게 임명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만이 유일하게 가계부채의 급증을 우려하고 은행의 최고경영진들에게 대출증가를 억제하도록 요구했다.
혹시 작년 ‘8.2 부동산대책’에서 DTI와 LTV를 강화한 것이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은행의 대출은 급증을 지속했고, 그 결과 집값폭등은 기세가 더 등등해졌다. 짐작컨대 부동산경기 침체를 우려한 정책 책임자들의 대출 억제 의지가 약하고 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김동연, “가계대출을 매년 8%씩 늘리겠다”
국가경제를 직접 운용하는 최고책임자인 김동연 부총리는 한술 더 떴다. 작년 10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8% 안팎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가계대출이 이미 폭발적으로 증가한 상태에서 매년 8%씩 더 늘리겠다는 것은 최경환의 금융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었다.
정권의 속셈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 결정이었다. “빚내서 집사라” 정책의 일등공신인 통화정책의 수장을 연임시킨 것은 그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사 표명 아니면 무엇일까?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의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계승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 정책을 멈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박근혜정부가 그 정책으로 국가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비판하는 사람이라면 문재인정부의 평가에서도 똑같은 잣대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 잣대는 금리수준과 대출증가다.
정책금리인 기준금리는 작년 11월 딱 한번 인상했을 뿐 여전히 초저금리 상태에 있다. 지난 3년여의 집값 폭등이 모든 사람의 뇌리에 생생하게 박혀있는 현실에서 금리부담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에서 가계대출 데이터를 다운받아 보노라면 몹시 흥미로운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가계대출 증가가 최경환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마치 가계대출의 역사를 새로 쓴 것 같다.
최경환이 부총리로 취임하기 직전인 2014년 상반기에 가계대출은 18조원 증가했는데, 취임 직후인 하반기에는 47조원이나 증가했다. 아 이래서 “빚내서 집사라”는 신조어가 탄생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은행의 최고경영진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듬해인 2015년 하반기에 가계대출이 66조원 증가했다. 가히 경이로운 기록이다. 과거의 최고기록을 큰 격차로 갈아치웠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난 2016년 하반기에는 78조원 증가로 역사적 기록을 또다시 갱신했다. 투기꾼은 물론 일부 실수요자들까지 집값상승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대출받아 집사기에 가세한 결과다.
이 모든 신기록들이 금리가 사상최저로 인하한 직후에 발생했다. 그런데도 금통위는 “금리인하가 집값폭등의 원인이 아니다”라는 뻔뻔한 말을 할 수 있을까?
문재인정부의 “빚내서 집사라” 시즌 2
박근혜정부 말기인 2017년 상반기에 가계대출은 43조원 증가하여 증가세가 주춤해졌다. 짐작컨대 정권이 바뀌면 집값을 떨어뜨릴 거라는 예상이 투기꾼과 실수요자의 주택투자를 멈칫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정작 새정부가 출범한 2017년 하반기에 가계대출은 57조원이나 증가했다. ‘8.2 부동산대책’에 담긴 DTI·LTV 강화가 효력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객관적인 잣대로 재어보니 문재인정부 역시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 정책을 계승했다는 오명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면 두 가지만 실천하면 된다. 은행의 대출을 억제하는 것과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다. 다행스런 점은 문재인정부의 정책에 늦게나마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해졌고, ‘9.13대책’에 강력한 대출억제대책을 포함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지금까지 행보로 보아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실천이 기대되기도 한다. 그러나 집권세력의 집값하락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는 지켜볼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이 금리인상이다. 앞의 두 글에서 밝혔듯이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주류경제학자들의 주장은 거짓말이거나 죽은 이론일 뿐이다. 그들의 진짜 속셈은 고소득 자산가들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계급적 이기주의일 따름이다.
집권세력이 집없는 서민과 청년의 고통을 덜어줄 의지를 보이고 싶다면 가장 먼저 취해야 할 행동은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을 추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 권력 내부의 인물을 색출하여 즉각 문책하는 것이다. 만약 그럴 의지마저 없다면 집없는 서민과 청년들의 이 정부에 대한 기대와 애정도 빠르게 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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