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이사장 "술값에도 '죄악세' 매겨야"

담뱃값 이어 술값도 인상 추진. "정부와 공식논의는 없었다"

2018-09-03 16: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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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3일 "술이 담배 이상으로 국민 건강에 피해를 주는 만큼 술에 대해서도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서둘러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본격적으로 술값 인상 드라이브를 걸어 파장을 예고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건강보험 재원확보 방안으로 주류에 부담금을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사견임을 전제로 이같이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 "술로 인한 건강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최근 필리핀에서는 설탕이 든 음료수, 사탕, 과자 등에 건강부담금을 매기기 시작했는데 이런 사례를 봤을 때 우리도 관련 논의를 빨리해야 한다"며 술값 인상 명분으로 '건강'을 내세웠다.

박근혜 정권때 담뱃값을 대폭 인상하면서 내세웠던 것과 같은 논리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담배값 대폭인상으로 연간 5조원 이상의 세금이 더 걷히고 있으나, 추가 세수는 대부분 건강과 무관한 곳에 사용되고 있다.

그는 또한 "현재 담배에 부과되는 건강증진부담금은 건강보험료가 아닌 세금"이라며 "건보공단이 술이나 기타 건강 위해식품에 직접 보험금을 매기는 것은 불가능하고, 정부가 사회적 동의를 거쳐 죄악세(sin tax)를 매겨야 할 것"이라며, 박근혜 정권때 담뱃값 인상때와 마찬가지로 '죄악세'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죄악세 도입이 '사견'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정부와 공단에서 주류 건강부담금을 공식적으로 논의해본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술값 인상 추진이 '문재인 케어'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건보료 수입이 일부 줄고 보장성 강화를 위해 추가 재원을 투입하는 부분은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대책으로 30조6천억원을 책정할 때 모두 감안됐다"면서 "건보 재정이 부족하거나 해서 추가로 검토하는 부분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지난 7월 '건강보험 재정확충 다양화 및 사회적 합의 도출 연구'라는 이름의 연구용역 공고를 낸 바 있어, 세계 최저의 저출산-최고의 고령화와 문재인 케어가 겹치면서 건보 재정이 고갈될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자, 본격적으로 술값에 죄악세를 도입하기 위한 바람몰이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특히 술값에 죄악세를 도입할 경우 소주, 맥주값 등이 인상되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급증하는 데다가, 간접세인 죄악세 도입은 가뜩이나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소득 분배를 심화시킬 게 분명해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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