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란' 발발에 정부-지자체 화들짝
靑 "잘못했다. 야단 맞을만", 야당 "업체에 보조금 지급해야"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이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금지로 채산성이 급속 악화되자 정부와 지자체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수거 거부'를 경고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안이한 대응으로 결국 쓰레기 대란이 발발하기에 이르렀다는 비판인 셈이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달 26일 각 시도에 ▲ 비닐류는 깨끗한 것만 모아서 배출하고 ▲음식물 등 이물질로 오염돼 제거가 힘든 비닐만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하며 ▲스티로폼은 상자의 경우 테이프나 운송장, 상표 등을 제거한 뒤 깨끗한 상태로 배출해야 하고 ▲컵라면 용기나 음식물 포장재는 깨끗하게 씻은 상태로 배출하라는 지침을 하달했으나 수거업체들은 수거를 거부하는 등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가 내려보낸 '오염된 비닐의 종량제 봉투 배출' 지침은 폐기물관리법과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 등 관련법과 지방자치단체 조례 위반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설마하던 쓰레기 대란이 발발하자 청와대와 정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오전 현안점검회의후 기자들을 만나 "관련한 기관에서 후속 조치를 위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오전 현안점검회의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부처를 통해 시민의 불편함이 없게 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늑장 대응 질타에 대해선 "잘못한 거다. 야단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시인한 뒤, "시민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시급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정부의 역할인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청와대 지시에 따라 환경부 등 관련부처와 서울-경기도 등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이같은 늑장대응에 대해 야당들은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의원 연석회의에서 "수출길이 막힌 재활용 수집업체의 채산성 악화로 재활용 생태계 구축이 빨리돼야하는데 정부는 손을 놓고있는 지경이며, 거기다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약 100만명의 노인들의 수익이 반의 반토막으로 줄었다"며 "국내 자체적으로 폐기물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남미나 동남아 등 중국을 대체할 재생폐기물 수출국가를 다변화하는 정책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질타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환경부와 서울시는 반년 넘게 비닐 스티로폼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걸 알고서도 아무런 대책을 준비하지 않았다"며 "중국이 작년 7월에 비닐 스티로폼 폐기물을 점차 수입하지 않겠다고 미리 얘기했고 지방에서 3~4개월전부터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는데 환경부는 폐기물 처리업체에 처리하라 윽박지르기만 하고 근본대책에 아무런 것을 준비하지 않았다"고 가세했다. 그는 "폐기물 업체는 자선기부단체가 아니다. 자기들이 망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 무작정 폐기물을 처리할 수는 없다"며 "환경부는 윽박지르지만 말고 보조금을 지원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한심하다"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정부 때문에 지금 아파트 분리수거장에는 폐비닐과 스티로폼, 페트병이 뒤엉켜 쌓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 와중에 환경부는 재활용 쓰레기 처리는 지자체 관할이라며 책임을 미루고 있으니 국민의 입장에서 어이가 없을 뿐이다. 지자체는 당장 재활용 쓰레기 처리를 담당할 인력과 예산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환경부는 사태가 장기화되고서도 모르쇠로 일관할 작정인가"라며 "정부는 국민에게 혼란과 불편을 일으킨 부분에 대해 분명한 사과부터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