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여의도야말로 성폭력이 가장 빈번한 곳"
"진보적 정의당에서도 많은 성폭력 사건 일어났다" 참회 회견
이정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정의당의 반성문을 제출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 한국 정치에는, 여의도에는, ‘숨어 있는 안태근’이 없나?"라고 반문한 뒤, "성폭력이 권력관계에 기반한 폭력이라면, 우리 사회 권력의 정점에 있는 여의도야말로 성폭력이 가장 빈번한 곳"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여성 정치인, 여성 보좌진, 여성 언론인에 가해지는 성폭력은 일상적이지만 유야무야되기 일쑤"라면서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각 정당이 검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 대한 성찰은 빠져 있다"고 힐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저는 오늘 정의당의 반성문을 제출한다"며 "조금 전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저는 한 당직자의 직무정지를 결정했다. 해당 당직자는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위치에 있으면서, 도리어 피해자를 비난하고 사건해결을 방해하는 등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러한 일만 있던 것이 아니다. 성평등 실현을 목표로 하는 진보정당인 정의당 안에서 많은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며 "광역시도당의 당직자가 술자리에서 동료 당직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하거나, 부문조직의 위원장이 해당 부문의 여성당원에게 데이트를 요구하며 스토킹을 하고, 전국위원이 데이트 관계에 있는 상대 여성에게 심각한 언어적 성폭력을 저지르고 제명되는 등 여러 사건이 있다. 부끄럽지만, 말씀드린 대로 가해자의 상당수가 당직자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더 나아가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라면서 "많은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성폭력 그 이상으로 성폭력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좌절한다. 사건이 벌어진 직장이나 단체가, 외부의 시선을 이유로, 조직을 위한다는 핑계로 문제를 무마하거나 덮으려 하기 때문이다. 대중의 1표가 중요한 정당으로서, 비난을 받고 지지를 잃을까 두려워, 성폭력 사건을 불투명하거나 소극적으로 처리하지는 않았는지 저 역시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간의 당내 은폐를 자성했다.
그는 "실제 성폭력 가해자인 당직자가 신속한 징계절차를 밟게 하는 대신 권고사직을 하게 하거나,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에게 가해자에 대한 당내 징계절차가 있으니 기다리면 된다는 식으로 문제를 처리한 경우도 있었다. 문제 해결 중 가해자가 완고한 자기논리를 앞세워 책임지기를 거부하거나, 탈당 등의 방식으로 징계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다"고 토로한 뒤, "이로 인해 아직까지 상처를 입고 고통스러워하는 분들이 계시다. 기다리게 해서, 혹은 먼저 용기 내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제도가 성폭력을 막지 못했다. 결국 허다한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며,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는 구성원의 의지다. 피해자들이 애타게 기다리거나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의 대표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