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호원들, 文대통령 동행기자들 집단구타

靑관계자도 폭행 당해. 사진기자 1명 중상, 靑 "엄중 항의"

2017-12-14 15:51:47

확대 축소

중국 경호원들이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중국방문을 동행 취재중인 한국 기자들와 청와대 관계자들을 집단 폭행해 파문이 일고 있다.

중국 정부가 문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여러가지 외교적 결례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동행 기자들과 청와대 관계자를 집단폭행한 것은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국격 침해이기 때문이다.

14일 청와대와 현장 취재기자들에 따르면, 문제의 폭행사태는 이날 문 대통령이 오전 공식 일정인 한중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을 마치고 오전 10시 56분께 우리 기업부스를 돌아보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문 대통령과 경호원들이 개막식장을 빠져나가는 와중에 중국측 경호원들이 한국 기자들을 제지했고,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중국 경호원들이 <한국일보> 사진기자의 멱살을 잡고 넘어뜨렸다. 중국 경호원들은 이 장면을 촬영하려는 다른 언론사 사진기자에게 달려들어 카메라를 빼앗기도 했다.

더 심각한 폭행사태는 이후 일어났다. 기자들이 취재 비표를 보여주며 대통령의 동선에 맞춰 이동하려고 했지만 중국 경호원들은 이를 다시 막아섰고, <매일경제> 사진 기자가 이에 항의하자 경호원들은 기자를 행사장 바깥으로 끌고나가 집단구타하기 시작했다.

10여명 이상의 중국 경호원들이 매일경제 기자를 둘러싸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시작했고, 이를 말리던 청와대 관계자들에게도 거침없이 폭행을 행사했다.

특히 쓰러진 상태에서 얼굴에 발길질을 당하는 등 집단구타를 당한 <매일경제> 기자는 얼굴 전체가 심하게 붓고 안구출혈 등 피를 흘리는 큰 부상을 당했다.

폭행 당한 사진 기자 2명은 대통령 의료진에 의해 응급치료를 받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들은 현재 허리통증, 눈·코 주변의 심한 타박상과 출혈,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기자들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공안들의 폭행을 막기 위해 "한국 경호팀이 좀 와서 도와달라"고 수차례 외쳤지만 폭행에 가담하는 중국 경호원들은 더욱 늘어났고, 한국 경호원은 상황이 종료된 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상황을 파악한 후 더 이상의 근접 취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수행 기자단 2명과 전속팀만을 남겨두고 현장 철수를 결정했다.

윤 수석은 이번 집단구타에 대해 중국 정부에 엄중 항의의 뜻을 전달했지만, 아직까지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으며, 폭행 가해자의 신분이 중국 공안인지 사설 경호원인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는 오늘 우리 측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불상사가 발생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현장에서 바로 응급조치가 이루어졌으며, 정부는 중국정부에 즉각 유감의 뜻을 전하고 사건 진상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력 요청했다"고 밝혔다. 윤영찬 수석도 "외교라인을 통해 강력하게 항의했으며 조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정부측은 폭행 가해자가 이번 행사 주최측인 대한무역진흥공사(코트라)측이 고용한 경호원일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가해자 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장 경호 총지휘는 중국 공안측이 담당하고 있다.

중국의 외신기자 폭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에는 토지반환을 요구하며 정부와 맞서는 중국 우칸촌 주민을 지지하는 시위를 지지하던 홍콩기자 5명이 집단폭행을 당하고 구금됐으며, 2011년에는 미국과 유럽연합 기자 5명이 중국판 재스민 혁명 집회를 취재하던 도중 중국 공안에게 폭행을 당했다.

또한 2008년에는 일본 도쿄신문과 니혼TV기자가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를 취재하던 도중 중국 경찰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하는 등 중국은 자국의 민감한 사안을 취재하는 외신기자들를 상대로 폭행, 연행, 구금 등의 취재방해를 반복해왔다.

그러나 중국을 국빈 방문중인 외국인 정상의 동행 기자단과 수행 직원들을 구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최병성 기자

수집 의견 인쇄 URL복사

기사본문

중국 경호원들, 文대통령 동행기자들 집단구타

靑관계자도 폭행 당해. 사진기자 1명 중상, 靑 "엄중 항의"

기능

외부공유

관련기사

댓글

BEST 클릭 기사

주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