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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갈등, “지도부 사퇴도 어려워”

강재섭, 내주 초 지도부 사퇴여부 최종결정

4.25 재보선에 참패한 한나라당이 한 때 강재섭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론까지 제기됐지만 이명박-박근혜 양 대권주자의 집안 싸움을 우려, 지도부 총사퇴 여부도 결정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은 강 대표에게 거취를 포함한 당 진로에 대해 전적으로 위임했고, 강 대표는 다음 주 초까지 “지도부 총사퇴냐, 유임이냐”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지도부 총사퇴 주장 의원들, “새 인물 영입, 경선 외연 넓혀야”

한나라당은 재보선 참패 이후 당의 진로를 놓고 26일 오후 3시 10분부터 5시 40분까지 약1백50분간의 의총 설전을 벌였다. 이 날 오전, 오후 번갈아 강창희, 전여옥 최고위원이 선거 참패에 책임을 들어 자진 사퇴한 터라 적어도 의총 시작전까지만 해도 지도부 총사퇴 쪽으로 대세가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막상 의총이 진행되면서 ‘포스트 강재섭 체제’에 대한 '대안'에 방점이 찍힘으로써 지도부 사퇴에 대한 의견이 확연히 갈리기 시작했다.

총 22명의 의원들이 5분 자유발언을 신청한 이 날 의총에서는, 먼저 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론을 제기하며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김형오 원내대표와 거취문제에 있어 "마음을 비웠다"고 밝힌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죽으려면 살고 살려면 죽는다”며 “당이 이렇게 부패할 수가 있나? 선거구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을 보면 새 인물 새 세력 영입이 필요하다”고 당 지도부 책임론을 들었다. 전 의장은 따라서 “지도부는 사퇴할 수밖에 없다”며 “사퇴 후의 문제에 대해서는 위기가 오면 영웅이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집권능력이 없는 것이다. 제3의 주자도 한나라당의 후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지도부 총사퇴와 외부인사 영입론을 주장했다.

당 홍보기획본부장을 맡고있는 심재철 의원 또한 “지도부가 사퇴해야 하고 재보선 패배는 대선 주자들의 문제점이라기 보다는 시스템 문제”라며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 “대선주자들이 민심에 눈치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야한다”며 준오픈프라이머리에 해당하는 '50만명 경선' 도입과 '8월 경선시기 연장'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희정 의원은 “한나라당에 부패 이미지가 남아있는 것이 문제”라며 “새롭게 다른 분이 오셔서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도부 해체를 역설했다. 김 의원은 특히 “두 대권주자의 공동유세 불발에 대해 반성해야하고 각 캠프에서는 돈에서 자유로운 원로를 모셔와야 한다”며 캠프 줄서기에 나서고 있는 당 원로들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미 최고위원직을 내놓은 전여옥 의원은 “한나라당은 그라운드 제로에서 시작해야한다”며 “사자새끼가 되어 절벽에서 올라와야 한다. 지도부 사퇴야말로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지도부 총사퇴를 거듭 강조했다.

지도부 유임 주장 의원들, “대안 있나? 이명박-박근혜 싸움 불보듯 뻔한데...”

그러나 “선거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한다”는 원칙론에는 공감하면서도 ‘포스트 강재섭 체제’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김기춘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선거에 패배할 때마다 지도부를 바꿨는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 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지도부 유임론을 들고나왔다. 이명규 의원은 “당을 해체하거나 지도부 사퇴하는 것은 지나친 패배주의이고 가학행위”라며 “호떡 집에 불난 것 같이 하면 안된다”고 역시 지도부 유임론에 방점을 찍었다.

고조흥 의원은 “재보선 유세 지원에 당 대표를 수행한 의원은 대변인 이외는 없었다”며 “대표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한다. 대포를 쏠 곳이 아닌데도 대포를 쏘는 등 전략이 잘못돼 진 것”이라고 강 대표 동정론을 제기하며 유임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날 의총에서 '지도부 유임론'이 대세를 탄 본질적인 이유는 새 지도부가 구성된다 해도 이를 놓고 이명박-박근혜 양 진영의 분란 요소로만 작용할 것이라는 ‘현실론’ 때문이었다.

의총장을 빠져나오던 김학원 의원은 “강 대표 등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해도 ‘이후 대안이 없다’는 것으로 무게가 쏠린 것 같다”며 “지도부 사퇴후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하거나, 비대위를 꾸리는 것 등 2가지 대안이 제시될 수 있는데 두 가지 모두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빅2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새 지도부 구성 문제는 당내 또다른 분란 요소로 작용할 것이 자명하다"며 "또 비대위 체제로 간다해도 비대위원 선정을 두고 말썽이 생길 것”이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나라당의 현실에 개탄했다.

의총장을 나서던 또다른 3선 중진의원은 “양 주자가 저렇게 싸우는데 어떻게 지도부를 구성하겠냐”며 “양 쪽에서 과연 승복하겠냐”고 새 지도부 구성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명박-박근혜측도 난타전 우려, "강재섭 체제 유지해야" 한목소리

이명박-박근혜 양 진영도 난타전을 우려 강재섭 체제 유지에 방점을 찍었다.

이 날 의총 직후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 지도부가 심기일전하여 민심을 겸허히 받들어 당을 잘 이끌어주기를 바란다"고 공식 논평했다.

의총장에서 본지와 만난 박근혜계 핵심 인사들도 강 대표 체제 유임론을 강력 시사했다. 박근혜계 허태열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 체제에서도 대선 전 두 번의 보궐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는데 그래서 본선에서 이겼냐”며 “선거 하나로 일희일비 할 것이 아니다. 승패는 변가지 상사”라고 강 대표 체제 유임론이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측 대변인 한선교 의원 또한 “지도부 사퇴는 지도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만 사퇴보다는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외면을 고민해야 한다”고 유임에 무게를 실었다. 유승민 의원 역시 지도부 총사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강재섭, 다음 주 초 ‘사퇴여부’ 최종 결론

이 날 의총에서 결국 지도부 사퇴 여부를 결론짓지 못한 한나라당은 의총 후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결론 도출에 나섰으나 최고위에서도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최고위 결과 브리핑을 통해 “의총에서 당 진로방향에 대해 논의된 내용과 최고위에서 최고위원들이 제시한 의견을 바탕으로 강재섭 대표가 주말에 어느 것이 가장 당을 위한 것인지 심사숙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강 대표는 오는 주말까지 입장을 정리해 다음 주 초 최종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강 대표는 아울러 공천 시스템, 당 감찰 기능강화 등 당 혁신 방안도 함께 내 놓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싸움으로 퇴로가 막힌 한나라당이 결국 강 대표 이외 대안이 없다”며 강 대표 체제 유임론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강 대표가 최종 사퇴 여부를 내주 초에 발표한다면서도 당 혁신 방안을 아울러 발표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유임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편 현행 당헌.당규에 따라 이 날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강창희, 전여옥 두 최고위원의 후임자는 '30일 이내'에 천명 규모의 대의원들이 참석하는 전국위원회에서 투표를 통해 선출되게 된다.
이영섭.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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