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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정국, 盧의 선택은?

[김행의 '여론 속으로']<38> 김혁규-유시민-한명숙?

범여권주자들의 시험대-FTA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이 개별 대선주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는 이르다.&nbsp; 현재 FTA&nbsp; 지지여론이 반대에 비해 높고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가 커지고는 있지만, 반(反)FTA 투쟁의 강도나 반대세력의 결집도 등에 따라 상황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FTA 체결 직후 여론 흐름은&nbsp;FTA&nbsp;지자파들이 반대파보다 점수를 많이 딴 것으로 집계된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천정배 의원이 반(反)FTA를 내걸고 단식투쟁을 벌였고 천 의원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지만 여론은 심드렁하다.

김근태-천정배 두 사람의 지지율은 단식에 들어가기 전에도 1% 안팎으로 워낙 저조했다. FTA 타결 직후 <미디어리서치>가 3~4일 긴급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음 정권에서 FTA 정국을 누가 가장 잘 이끌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더니 김 전 의장과 천 의원은 각각 0.8%, 0.6%로 여전히 바닥이다. FTA 찬성에서 조건부 지지로 입장을 바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역시 1.9%에 머물렀다. 찬성도 반대도 아니고, 이런 저런 조건을 단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0.5%다. 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45.5%,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12.7%, 손학규 전 경기도지자 5.1%다. FTA 지지파들의 점수가 높다.

범여권 중진인 김근태-천정배 두 사람은 왜 단식이라는 극단에 의존했는가. 두 사람은 참여정부 각료로 장관 재임중 FTA를 지지했거나, 반(反)FTA 시위를 저지하는 위치에 있었다. 김 전의장은 작년 9월 FTA 토론회에 참석해 "찬성하면 친미, 반대하면 반미라는 식의 이데올로기적 규정은 안된다"고 탈이념적 접근을 강조했다. 천 의원은 법무장관 재임 중이던 작년 7월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중요한 시험대"라고 극찬한 장본인이다. 그러다 노무현 대통령이 막판 드라이브를 걸자 협상 마감시한에 임박해 텐트치고 방명록 갖다놓고 단식에 들어간 것이다.

그 이유를 유추해볼 수는 있다. 협상 과정에서 FTA 반대 여론이 찬성을 능가하는 상황이 계속됐고, FTA가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지 모른다는 우려가 광범위한 상황과 관련이 있지않나 하는 것이다. 전국에서는 연일 FTA 저지 시위가 도로를 메웠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저조한 지지도를 FTA 반대세력 흡수로 띄워보자는, 그래서 지지율 10% 이상을 만들어 보자는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다. 일단 범여권 주자로 10%를 넘게 되면 독보적 존재가 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진보-개혁노선을 걸어왔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김 전 의장은 FTA가 타결되자 "은행이자로 고생하는 이에게 사채이자를 끌어다 갚으라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천 의원은 "4.2 조공협상으로 민생을 포기한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쏘아 붙였다. 이 정도면 FTA 반대세력들이 뒷받침할 만하지만 지지도는 여전히 제자리다.

2일 밤 한미FTA 타결 대국민 담화 발표뒤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연합뉴스


FTA가 대선주자에게 미칠 영향은 지지도 추이만이 아니다. 노 대통령이 정권의 운명을 걸고 밀어 붙인 FTA에 대한 집착과 FTA 정국이 12월 대선까지 지배할 것이라는 사실에서&nbsp; FTA 여파는 전천후 전방위로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쉽게 말해 노 대통령 최고 치적으로 꼽힐 FTA 에 구정물을 끼얹은 주자들이 노 대통령의 눈에 들 리 만무하다.

노 대통령이 FTA에 악담을 퍼부은 정치인들과 차기 정권을 도모할 것으로 보기도 곤란하다. 결국 김근태와 천정배 두 사람과 정동영 전 의장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미 대권주자의 출발점에서 밀려났다는 평이 나돈다.

그렇다면 범여권 주자 가운데 누가 FTA에 의한 경쟁력을 갖췄을까. 열린우리당에서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혁규 의원이 FTA를 적극 지지했다. 유 장관은 FTA&nbsp; 타결에 앞서 "체결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김 의원은 "FTA는 우리 산업구조를 바꾸는 획기적인 전기"라고 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반대는 하지 않았다.

만약 노 대통령이 FTA 정신을 다음정권까지 살리려면 눈에 '쏙' 드는 인물을 구할 테고, 그 기준에는 유 장관과 김혁규 의원이 포함된다. 한 전 총리도 빼놓으면 서러워할지 모른다. 유 장관과 김 의원은 두 사람 다 영남 출신이다.

열린우리당 밖에서는 손학규 전 지사가 누구보다 열렬하게 FTA 타결을&nbsp; 환영했다 노 대통령이 점수를 줄만하다. 그러나 그에게는 노대통령이 이미 '보따리 장수'라고 급을 매겼다.

야권에는&nbsp; "정부 노력을 긍정 평가한다" "대통령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한 이 전 서울시장과 박 전 대표가 있다. 우군으로 따지자면 두 사람만한 FTA 동반자가 노 대통령에게 없다. 그들이 범여권에 속했다면 '한나라당 버전 노사모'를 바라보는 노 대통령의 시선이 그윽해질지 모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미 두 사람을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FTA를 지지했다 해서 그 시각을 쉽게 바꿀 것 같지 않다.

이제 노 대통령은 여유있게 후계자를 고를 수 있게 됐다.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FTA 지지여론이 60%를 돌파했고, "국회가 비준해야 한다"는 의견도 58%에 달한다. 반대는 31%다.

이제 여야를 떠나 FTA 찬반 세력은 국회비준 과정에서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게 되어 있다. 김근태 의원 같은 열린우리당내 반대파들은 당내 입지가 줄어들 것이다. FTA 지지파들이 중심이 될 여권통합에도 김근태-천정배 같은 정치인은 가세하기가 곤란해 졌다. 노 대통령이 선을 긋지 않아도 대선후보구도가 선명해지는 결과가 나온다.

만약 노 대통령이 하반기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 FTA 반대 세력들도 깃발을 들고 나올지 모른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원죄가 사해질 것으로 보는 건 성급하다. 노 대통령 성격상 한번 눈밖에 나면 임기가 끝날 때까지 변하기 어렵다는 게 정설이기 때문이다, 누가 FTA 협정 타결로 정치권 질서가 이처럼 급속히 재편되고, 대선주자들의 운명을 가를지 알았겠는가.
김행 여론조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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