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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언 메이저리거, 미약한 시작. 끝은 창대할까

서재응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 '빅리거 입지' 불안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ML) 시범경기 일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현재 ML 무대에서 활약중인 한국인 선수들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서재응-류제국, 템파베이서 동반 빅리그 로스터 잔류 기대

먼저 투수부문을 살펴보면 '맏형' 박찬호(뉴욕메츠)를 위시해 서재응, 류제국( 이상 템파베이 데블레이스),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 김선우(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백차승(시카고 컵스) 등 6명의 선수가 개막전 로스터 진입을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땀을 흘려왔다.

그 결과가 가장 좋은 선수는 서재응이다. 서재응은 스프링캠프 직전까지 팀의 5선발 후보로 분류됐지만 스프링캠프 기간과 시범경기 기간 내내 완벽한 몸상태와 안정적인 피칭으로 현재는 팀 내 제 2선발까지 올라서 다음달 5일 뉴욕 양키스전에 선발등판이 예정되어 있다. 서재응은 올 시즌 시범경기 4경기에 등판, 16이닝동안 피홈런 없이 9안타 3실점하며 1승에 방어율 1.69로 팀 내 선발후보 선수중 가장 뛰어난 방어율을 기록했다.

서재응은 스프링캠프 기간동안 투구폼을 바꾸면서 직구의 구속을 높이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고, 그 결과 나름대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리고 직구구속의 증가는 서재응 특유의 제구력과 맞물려 지난 시즌보다 훨씬 더 위력적인 면모를 뽐내고 있다.

서재응이 이렇듯 좋은 모습을 보인데 영향을 받은 탓일까. 같은 팀의 후배 류제국도 빅리그 잔류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류제국은 시범경기 6경기에 등판, 방어율 3.12의 호성적을 기록중이어서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제 5선발 또는 불펜투수로 개막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같은 ML 구단 투수진에 두 명의 한국인 투수가 25인 로스터에 들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템파베이 투수 2인방이 팀내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가고 있는 반면 나머지 투수들은 우울한 개막전을 맞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선발탈락 박찬호는 '백의종군', 김병현은 트레이드 요청?

박찬호와 김병현은 나란히 선발경쟁에서 탈락, 불팬행 통보를 받았다. 먼저 박찬호는 메츠에서 1이닝짜리 '셋업맨'의 보직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고, 본인도 처음엔 "불쾌하나"는 반응과 함게 트레이드를 요청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비췄으나 결국 당분간 불펜에서 백의종군하며 선발등판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팀 내 제 3선발까지 바라보던 시범경기 초반의 기세는 온데간데 없어보인다.

김병현은 콜로라도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코칭 스텝의 불펜행 지시에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따라서 선발보직을 맡을 수 있는 다른 팀으로의 트레이드를 요청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바 있다.

그러나 시즌 개막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새 팀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현재 김병현의 영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팀들도 김병현에게 선발보직 보다는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김선우는 최근까지 팀내 5선발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는 선수로 기대를 받아 왔으나 지난 26일 샌디에고 파드리스 전에서 1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8실점하는 최악의 투구로 빅리그 잔류 전망이 불투명해졌고, 백차승은 이미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은 상태다.

추신수, 빅리그 잔류가능성 높아져. 최희섭은 일찌감치 마이너행

야수부문에서는 '추추트레인'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즈)의 빅리그 잔류 여부가 관심거리다. 최희섭(템파베이 데블레이스)는 이미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고 메이저리그 재진입과 한국프로야구 또는 일본프로야구 진출 놓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추신수는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 인디언즈로 이적한 이후 인상적인 활약으로 올 시즌을 빅리그에서 시작할 것이 유력해 보였으나 클리블랜드가 베테랑 외야수들을 잇달아 영입하는 바람에 스프링캠프 직전에 와서는 추신수가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최근 추신수의 빅리그 잔류에 희망적인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팀의 플래툰 1루수 라이언 가코가 힘있는 타격과는 달리 수비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1루수 자리를 케이시 블레이크 1인 체제로 운영하는 대신 외야수 1명을 더 로스터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클리블랜드 현지 언론으로부터 제기된 상태인데다 최근 추신수의 타격이 살아나고 있어 그의 빅리그 잔류전망이 한층 밝아진 상황이다.

추신수는 지난 26일 LA다저스전에서 시범경기 첫 홈런을 뽑아내는 등 시범경기 초반 1할대에 머물러 있던 타격을 2할5푼까지 끌어올린 상황이다. 넓은 수비범위는 물론 파워와 정확성이 겸비된 타격실력, 여기에 스피드와 센스를 겸비한 주루플레이를 모두 갖춘 '5-툴 플레어로' 통하는 추신수의 진가가 시범경기 막판 빛을 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의 빅리그 잔류 여부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시즌 개막을 목전에 준 상황에서 팀의 주전으로 불릴만한 선수는 서재응 한 명 뿐이다. 나머지는 개막전 로스터 진입을 장담할 수 없거나 빅리그에 잔류한다 해도 그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기나긴 페넌트레이스 기간동안 ML무대에는 수많은 사건들이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초라한 현실이 시즌 마지막까지 그대로 이어지리라고 단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귀절이 2007년 시즌을 맞는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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