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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제구력 이전에 마음을 잡아라

미세한 볼판정에 평정심 흔들리며 제구력 난조 반복

'코리언특급' 박찬호(뉴욕 메츠)가 오는 25일 새벽(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 뉴욕 메츠의 개막전 로스터 진입을 위한 운명의 시험을 치른다.

당초 메츠의 제5선발투수로 개막전 로스터 진입이 유력했던 박찬호는 세 차례의 선발등판에서 9.1이닝 동안 14안타를 맞고 9자책점을 내줘 평균자책점 8.68의 다소 실망스런 기록으로 방어율 1.29를 기록중인 메츠의 '영건' 마이크 펠프리에 밀리고 있는 양상이다. 뉴욕 현지언론들은 이미 박찬호의 선발로테이션 탈락을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를 넘어 그의 웨이버 공시까지 전망하고 있을 정도다.

개막전 로스터 진입도 장담 못하는 상황

따라서 박찬호의 이번 볼티모어전 등판은 선발로테이션 경쟁을 위한것이라기 보다는 불펜투수로서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되기 위한 시험등판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보여진다. 현재 박찬호의 불펜 경쟁자는 노장투수 애런 실리로서 시범경기 초반과는 달리 최근 등판서 5이닝 1실점의 비교적 안정된 투구를 보여줘 박찬호를 긴장시키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랜돌프 감독의 박찬호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이 아니고, 현재 박찬호가 시범경기서 13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리그 10위에 올라있어 불펜투수로서도 장점이 있어 실리보다는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박찬호의 목표가 불펜투수는 아닌 선발투수인것이 분명하고 메츠의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 시즌 중 선발로테이션 진입을 다시 노려보기 위해서는 이번 볼티모어전의 피칭내용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박찬호가 볼티모어전에서 이전의 부진한 내용의 투구를 극복하고 랜돌프 감독이나 미나야 단장에게 다시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처음 메츠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을 당시 팀의 제 3선발로까지 거론되던 박찬호가 시범경기를 거듭할수록 실망스런 피칭을 하게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제구력이다. 그러나 제구력 이전에 더 큰 문제는 경기중 평정심 유지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보다 커진 심리적 부담이 제구력 난조로 이어져

첫번째 시범경기인 보스턴 레드삭스전 1회말 수비에서 박찬호는 상대 1번타자와의 승부에서 실패했다. 볼카운트 2-1 에서 승부구로 던진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하자 그대로 볼넷을 허용, 위기를 자초했다. 이것이 선제실점으로 이어졌다. 제구력불안 이라는 박찬호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미세한 심판의 볼판정 하나가 박찬호에게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킨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박찬호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선발로테이션 경쟁에 대한 중압감을 느낀다"고 밝혔을 만큼 시범경기에 임하고 있는 박찬호의 심리상태는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힘든 상황인 것이 사실이다. 그 부담의 정도도 과거 선발로테이션 탈락에 관한 걱정이 없던 시절에 비해 훨씬 더 큰 상황이다. 그 기저에는 부상후유증 극복과 과거의 구위를 회복한 모습을 증명해야한다는 강박관념도 내재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박찬호는 홈런 3방을 허용하며 7실점을 기록한 지난 18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는 이런 강박관념들이 작용한 탓인지 투구폼, 구위, 제구력 등 어느것 하나 위안거리가 없었던 투구내용을 보여줬다. 심리적으로 쫓기는 상황에서의 등판이 박찬호로 하여금 과거의 나쁜 투구습관을 답습하게 만든것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제구력 이전에 공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 필요

전성기 시절 박찬호는 경기직후 인터뷰때마다 꼭 포함시키는 말이 있었는데 그것은 "공 하나하나를 스트라이크존으로 넣는데 집중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 박찬호의 머리속은 그때에 비해 많이 복잡해져 있는 것이 사실이고, 미세한 볼판정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다음 피칭에 영향을 주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박찬호가 선발로테이션 경쟁 또는 개막전 로스터 진입에 대한 부담감 이전에 경기중 공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심리상태를 찾지 못한다면 25일 새벽 볼티모어전에도 크게 나아진 모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진다.

만약 박찬호가 현재의 중압감을 이겨내고 볼티모어전에서 인상적인 피칭을 보여주며 당당히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수만 있다면 지난 시즌 샌디에고 파드레스에서처럼 시즌중에라도 선발투수로 승격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슬로우 스타터'인 박찬호임을 감안한다면 여름 이후 팀의 주축투수로 활약할 가능성도 있다. 그 모든 가능성이 25일 볼티모어전에 달려있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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