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지난 8일 인천삼산지구 분양원가 공개소송과 관련한 대한주택공사의 항소에 대해 "주공의 분양원가 공개 거부는 이유없다"며 기각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주공에 대해 분양원가 전면공개를 판결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인천참여자치연대와 삼산주공 2단지 예비입주자협의회는 2004년 삼산주공2단지 분양가가 1억9천여만원으로 1년 전 분양된 같은 단지 내 아파트 분양가 1억5천여만원보다 무려 4천여만원 높게 책정됐다며 분양가 산출 내역에 대한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했었다. 이들은 1, 2심 모두 승소했으나 주공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항소했으나, 대법원이 항소를 기각함으로써 시민들 손을 들어준 것.
주공은 그러나 대법원 판결후에도 "행정정보 공개 거부 이유를 밝히라는 것 일뿐"이라고 대법원 판결을 왜곡하며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공택지내 아파트를 짓는 민간건설사들의 경우 57개 항목의 분양원가를 상세히 공개하고 있으나, 주공은 7개 항목만 형식적으로 공개하면서 분양원가를 은폐해 전국적으로 분양원가 공개 저항을 초래해왔다. 지금까지 진행된 분양원가 공개 소송에게 법원은 모두 12개 판결을 통해 주공 및 토공에 대해 분양원가 공개를 명했으나, 주공과 토공은 이를 철저히 묵살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주공 등의 분양원가 공개 저항도 결정적으로 벽에 부딪쳐 향후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주공 상부기관이 정부가 계속 분양원가 전면공개를 거부할 경우 이는 '3권 분립' 정신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사법부에 대한 행정부의 전면적 도발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며 집회중인 아내모. ⓒ최병성 기자
경실련-민노당 등 "주공 즉각 분양원가 공개하라"
경실련은 12일 이와 관련, "대법원의 소비자 권리보호와 주거안정이라는 공공성 회복을 위한 ‘분양원가 공개’ 판결을 매우 환영한다"며 "따라서 그동안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거나 ‘민원 발생’을 이유로 원가공개를 거부하면서 소송으로 시간을 지연시키면서 원가공개를 미뤄온 공기업인 주택공사는 즉각 소비자의 요구와 사법부의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공의 즉각적 분양원가 전면공개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지난 1·31일 정부는 2017년까지 총340만채의 장기임대주택을 확충할 계획임을 밝혔고, 이에 따라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주공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 시점에서 주택공사가 분양원가 공개거부, 공공택지에서의 집장사와 땅장사, 사장의 연이은 뇌물비리와 구속 등으로 점철된 과거를 바로잡고 국민의 공사로 거듭 태어나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뇌물공사’, ‘구속공사’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실련은 "지금까지 원가공개와 관련된 소송에서 주공과 토공에게 내려진 원가공개판결은 12건"이라며 "주택공사뿐만 아니라 토지공사, 지방자치단체 개발공사들도 즉각 원가공개를 해야 한다"고 즉각적 분양원가 공개를 촉구했다.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도 12일 성명을 통해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목표로 하는 공기업으로 올바른 모습이라 보기 힘들며, 지속적으로 치솟는 주택가격의 거품을 주공이 앞장서서 조장했다는 의혹에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주공은 서민주거안정을 책임져야 할 공기업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서도 앞장서서 분양가격에 대한 정보공개와 이에 걸맞는 분양가를 제시하여 그 역할에 충실해야한다"고 즉각적인 분양원가 공개를 촉구했다.
이의원은 또한 "연이어 소송이 제기되고 있는 분양전환을 앞둔 공공임대아파트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도 조속히 하여야 할 것"이라며 "분양전환시 기초가격인 건설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마련 촉진과 부동산 시장 안정 등 서민주거안정을 위하여 필수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