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연설' 공방, 그 엄청난 착시
"새누리에 과연 개혁 DNA가 있을까", 사실상 '유승민 사견'
유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창조경제 등을 질타하면서 법인세 증세 논의 등의 길을 열어놓은 데 대한 공방인 셈이다.
청와대는 9일 "노코멘트"라며 직접 논란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입장이나 내부적으로는 불쾌하다는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박 대통령 복심'이라 불리는 이정현 최고위원은 더 나아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내 조율과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는 그런 사안에 대해서도 어제 언급을 했다"며 "그것에 대한 책임이나 이런 부분은 본인이 져야 될 문제"라고 유 원내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친박 중진 김정훈 의원도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국회교섭단체 대표 연설자리가 자기 정치적 개인소신을 밝히는 자리 아니잖나?"라며 "대통령 공약사항을 다 부정하는 것처럼 하면 정부나 대통령 입장이 어떻게 되나?"라고 비판했다.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대표도 "우리 모두 같이 고민하자는 그런 뜻으로 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당의 방침으로 볼 수는 없다"며 법인세 인상 등은 절대 수용 불가임을 분명히 했다.
단지 정두언 의원만 기자들에게 배포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유승민 대표는 우리가 뽑은 대표 아니냐. 유승민 개인이 아니라 새누리당 대표 자격으로 연설을 한 게 아니냐"라고 반문하며 "새누리당의 원내지도자가 대표로 발언을 했으면 그건 분명히 당의 입장이고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영국의 보수당은 300년 역사를 자랑한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그 비결은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었다"며 "우리 새누리당 역시 이제 기득권자들의 정당이란 오명을 벗고 진정한 서민 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내년 총선 승리와 함께 재집권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라며 "어제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은 우리 새누리당이 가야할 '중도개혁을 통한 보수혁신'의 좌표를 시의적절하게 보여주었다"고 거듭 극찬했다.
하지만 이같은 여권내 신경전을 지켜보는 정가에서는 "과연 유 원내대표에게 자신의 뜻을 관철할 의지나 힘이 있나"라는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한 예로 새누리당이 복지재원 조달을 위해 MB때 내린 법인세를 원래 수준으로 인상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이같은 측면에서 보면 유 원내대표 주장은 분명히 '사견'이다.
더욱이 그는 청와대나 친박이 국익적 차원에서 공론화 중단을 강력 요구하고 있는 '사드 한국 배치'를 전날 국회 연설에서 되풀이해 주장했다. 이 또한 비박계의 '집단 주장'일뿐, 새누리 당론으로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국민 절대다수가 요구하는 MB의 자원외교 청문회 출석에 대해서도 "이명박 대통령께서 자원외교에 대해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책임이 전혀 밝혀지지 않고, 무슨 잘못이나 그런 것이 밝혀지지 않고 국민들이 정말 공분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MB계와 함께 MB를 철통방어하고 있다.
야당은 지금 유 원내대표에게 "드디어 보수가 꿈을 꾸기 시작한 것 같다", "용기 있는 진단" 등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의 '경제 상식'에 국한된 찬사에 그쳐야지, 마치 새누리당에서 대변혁이 시작된 것인양 기대를 거는 것은 큰 착각일 것이다. 그럴 경우 유 원내대표의 '사드 한국 배치'나 'MB 사수'에도 동조해야 하는 심각한 자기 모순에 빠져들 것이기 때문이다.
3년전 대선때도 야권은 궁지에 몰린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복지' 선점의 맹점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갈팡질팡을 거듭하다가 대선에서 패하는 치명적 자충수를 둔 바 있다.
한 야권 중진은 "야당들의 '유승민 극찬'이 자칫 국민들에게 '새누리당에도 개혁 DNA가 있는 것 아니냐'는 착각을 심어주지 않을까 두렵다"면서 "지난 대선때 그렇게 당하고도 우리는 아직 상대방의 실체를 모르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그는 "내심으로는 적전 분열을 도모한다고도 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아군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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