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들 52명 집단삭발, "돈으로 능욕 말라"
"정부 시행령은 쓰레기", "참사 1주년 전에 선체인양 선언하라"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 등 52명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희생자와 피해가족들을 돈으로 능욕한 정부는 배·보상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면서 단체로 삭발을 했다.
삭발에는 단원고 희생학생들의 아빠, 엄마 등 가족뿐만 아니라, 일반인 희생자 가족, 일반인 생존자, 그리고 팽목항의 실종학생 부모 4명도 동참해 정부에 대한 강한 분노를 나타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우선 진상조사위 예산과 인원을 대폭 삭감한 정부의 시행령안에 대해 "특별조사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해 진상조사를 하면 참사의 진실을 드러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면서 "그러나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은 특별법의 취지를 무시한 쓰레기였다. 진상규명은커녕 오히려 방해하기 위한 시행령안이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이어 "그러던 차에 정부는 뜬금없이 배·보상 기준을 발표하며 4억이니, 7억이니 하는 금액을 지껄여대는 비열한 짓을 저질렀다"면서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여론을 잠재우고, 돈 몇 푼 더 받아내려고 농성하는 유가족으로 호도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정부의 행태에 분노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배·보상이 아니라 선체 인양을 통한 실종자 완전 수습, 철저한 진상규명"이라면서 "대통령께서 '마지막까지 찾겠다. 실종자 가족들이 끝내도 된다 할 때까지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박근혜 대통령을 질타하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는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최소한 특별조사위가 제안한 시행령안을 수용해 공포하라"며 "또 참사 1주기 전에 온전한 선체 인양을 공식 선언하고 구체적 일정을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노란 가운을 입은 세월호 가족들은 삭발이 시작되자 눈을 감고 눈물을 흘렸다. 삭발식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함께 눈물을 훔쳤다.
유족들은 이날 집단 삭발을 시작으로 세월호 참사 1주기까지 강도높은 대정부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우선 유족들은 오는 4∼5일 희생자 영정을 들고 안산 합동분향소부터 광화문광장까지 도보행진을 벌인다. 참사 1주기인 16일에는 오후 2시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합동분향식을 하고,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범국민추모제를 개최한다.
17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촛불로 거대한 배 모양을 만드는 추모제로 기네스북 등재를 시도하고, 18일에는 청와대 인근을 둘러싸는 '인간 띠 잇기'를 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내일신문>이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실시한 월례여론조사에서는 62%의 국민이 "세월호 충격과 아픔이 여전하다"고 답하고 박 대통령의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국민들의 분노가 진행형임을 보여주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