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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지방이전 기업에 토지수용권 주겠다"

위헌적 '기업도시법' 재판, 또 전국 땅투기장 만들려 하나

노무현 대통령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게 법인세를 대폭 경감하고, 특히 공권력인 수용권까지 주는 '2단계 균형발전대책'을 내놔 파문이 일고 있다.

2004~2005년 전국을 땅투기로 몰아넣었던 '기업도시' 특혜를 지방으로 옮겨가는 모든 기업들에게 주겠다는 주장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이전기업 법인세 감면기간 최고 30년으로 연장

노 대통령은 7일 경북 안동의 안동과학기술대학에서 김영주 산업자원부,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 6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주재한 '2단계 균형발전정책 대국민 보고회'에서 이 같은 기업 지방이전 촉진구상을 밝혔다.

노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이날 발표를 통해 우선 법인세 감면 특혜와 관련, 현재 과표 1억원 이하인 경우 13%,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25%의 세율을 적용하는 법인세를 지방이전기업에 한해 크게 내리기로 했다.

또한 현재 지방이전시 5년간 100%, 이후 2년간 50%인 법인세 감면제도의 감면기간을 10년에서 최고 30년까지 대폭 연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행 감면전 과세표준의 13%(1천억원 초과분은 15%)이며 중소법인은 10%인 최저한세율(세 감면을 받더라도 내야하는 최소한의 납부기준)도 대폭 완화하거나 아예 면제해주기로 했다.

국가균형발전위는 "이같은 구상이 시행되면 해당기업의 법인세가 3분의 1 내지 5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2단계 균형발전대책' 회의후 안동 하회마을을 찾은 노무현 대통령. 노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안동권씨' 출신으로, 노 대통령은 자신이 안동권씨 사위라는 점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연합뉴스


"토지수용권도 주겠다"

균발위는 또한 헌법이 인프라 구축 등에 국한해 엄격히 정부에 부여하고 있는 토지 수용권을 지방 이전기업에게 주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지방이전과 출자를 촉진시키기 위한 인센티브로 이전기업에 이전지역에 대한 도시개발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균발위측은 "도시개발권에는 수용권의 일부도 감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기업이전 촉진을 위해 이전기업의 진입도로와 상.하수도 등의 설비를 국가산업단지 수준으로 지원하는 산업용지 공급 특례제도는 물론, 공장부지가 부족한 지역에는 농업진흥지역 등을 활용해 부지를 공급하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이밖에 지방이전 기업에 대해선 순자산의 40%로 확대될 예정인 출자총액규제의 적용 예외 조항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한 지방이전기업 종업원에 대해선 1세대 2주택 보유 허용기간을 대폭 연장해주고, 공공주택 특별분양 및 임대주택 공급 등의 지원을 허용하고 '전원마을' 조성도 지원해주기로 했다.

2004년 전경련 요구로 입법화된 '기업도시법'의 확대재생산에 다름아니다.

균발위는 3월중 부처 간 협의를 거쳐 4월까지 정부안을 확정해 정기국회에 제출해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타임스케줄을 밝히기도 했다.

재정적자 확대, 전국 땅투기 재연 우려

노대통령이 여러 차례 예고한 '2단계 균형발전대책'은 곳곳에 문제투성이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재정적자 확대 우려. 지난 2004년 법인세는 24조원. 노 대통령 구상대로 기업들이 대거 지방으로 옮긴다면 최소한 수조원대 법인세 감소가 예상된다. 여기에 지방이전 기업에 고용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나 지방이전기업에 기반시설을 국가산업단지에 준해 지원해주면 그만큼 추가 재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재정 확보대책은 이날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토지수용권을 민간기업에게 넘겨주겠다는 발상은 위헌소지가 큰 '기업도시' 발상의 재판으로, 또다시 전국을 땅투기장으로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2004년 노무현 정부의 기업도시 추진으로 2004~2005년 전국은 땅투기장이 됐던 전례가 있다.

재임기간 4년 내내 부동산거품을 양산했던 노무현 정권은 말로는 부동산투기를 뿌리 뽑겠다면서도 임기 마지막해까지 부동산거품을 부풀리려 하는 모양새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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