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지금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고 있다"
여야 '예산안 밀실담합' 극성, "회의록과 의원 발언 공개하라"
그후 '기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형식적 기록외에는 비공개로 진행된 모든 주요 결정이 기록으로 남지 않고 있다. 청와대, 정부, 의회가 그러하다. 4자방 비리 의혹에 휩싸인 MB정권의 경우는 퇴임때 거의 모든 기록을 파기하거나 볼 수 없도록 봉인처리했다. 다른 부문도 대동소이해, 비근한 예로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조차 누가 금리인하를 주장했는지, 누가 반대했는지 기록하지 않고 있다. 미연준이 발언자 명단과 발언 내용을 모두 공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금 진행중인 내년도 예산심의 역시 마찬가지다.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예산감시네트워크'는 1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밀실 담합'을 맹질타하고 나섰다.
이들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들이 내년도 예산 예비심사를 마친 현재, 예산안은 애초 정부안보다 13조5천690억원(기금 포함)이 급증했다. 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를 챙기기 위해, 또는 그 대가로 부처의 선심성 혹은 민원성 예산들을 다 들어준 탓이다. 증액된 예산은 지역 SOC(사회간접자본)가 대부분으로(국토위 증액분 7조4천765억원), 이들 중 일부만 반영되더라도 국토부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렇게 증액된 예산에는 범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는 4대강사업 후속예산도 포함돼 있다. 회견에 배석한 박원석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에는 수자원공사의 4대강 부채 이자 상환예산 3천170억원을 비롯해 16개 보의 유지관리비가 포함된 국가하천유지보수 예산 1천790억원, 4대강 후속사업이 포함된 지방하천 정비예산 7천157억원, 소규모댐 건설비 3천609억원, 한탄강홍수조절댐 간접보상비 800억원, 경인운하(경인아라뱃길사업지원) 예산 950억원 등 1조7천427억원에 달한다.
특히 증액된 경인운하사업 예산 50억원은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이자 친박인 이학재 의원이 국토위 예산심의.과정에 경인운하 홍보관(문화·관광복합센터)을 건립하겠다며 요구해 새로 편성된 예산으로, 통과가 유력시되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터무니없는 묻지마 예산 증액은 국회의 밀실 조정과 회의 비공개의 관행에서 비롯된 바 크다"면서 "우선 국회 상임위들이 의결한 예비심사보고서에는 증감된 사업만 있을 뿐, 증감을 요청한 의원의 명단이나 회의록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이 익명의 보호망을 빌어 낮 뜨거운 일탈을 일삼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정부 예산은 국회의원들이 멋대로 나눠 먹는 쌈짓돈이 아니다. 더구나 아이들 급식과 보육 예산조차 없을 만큼 국가 재정이 궁핍한 시절에 막무가내 예산 증액은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회의록과 의원 증감 요청 발언 공개를 요구하면서 "잘못된 관행을 고집할 경우 국민고발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 내년 예산을 실질적으로 확정짓는 조정소위를 비공개 회의로 진행하는 것은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국회법 취지에도 저촉되는 것"이라며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선심성 쪽지 예산을 밀실에서 주고받기 식으로 조정한다는 오해만 불러올 뿐"이라며 회의록 등의 공개를 촉구했다.
새누리, 새정치는 지금 연일 '정치 혁신'을 주장하고 있다. 혁신의 첫걸음은 '공개'다.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국민이 지켜보게만 해도 권력이나 정치권은 한 순간에 흙탕물에서 1급수로 탈바꿈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말로만 "쪽지 예산 타파"를 외칠 뿐, 회의록이나 발언론 공개 요구는 못들은 척 외면하고 있다. 그들이 외면할수록 국민도 그들을 외면하건만 그들은 모뢰쇠로 일관하고 있다. 점점 국민의 인내심은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으나 그들만 그 사실을 모르는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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