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행부 "기초자치단체들, 세월호 분향소 설치 말라"
"정부 예산 없으니 지자체 예비비로 사용하라"
27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안행부 공문에 따르면, 안행부는 지난 26일 오후 9시10분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보낸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지역 단위 합동분향소 설치 협조’ 공문을 통해 전국 17개 시·도청 소재지 별로 각 1개의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도록 주문했다. 28일 오전 9시에 분향소를 열어 안산지역의 합동영결식 당일까지 운영토록 했다.
하지만 안행부는 이같은 내용을 통보하면서 합동분향소 설치 대상지역에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는 제외토록 명시했다.
또한 17개 시도의 합동분향소 설치 소요경비는 자치단체의 예비비로 충당토록 했다. 중앙정부가 예산 지원이 없으니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알아서 분향소를 운영하라는 것.
요컨대 정부는 지자체에 대해 분향소 설치 비용은 한푼도 지원하지 않으면서, 기초지방단체들의 분향소 설치를 막는 행태를 보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한 기초 자치단체 간부 ㄱ씨는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 애도하고 있는 분위기인데 안행부에서 왜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조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기초 자치단체 공무원 ㄴ씨는 “전화를 걸면 ‘안전한 사회, 유능한 정부, 성숙한 자치’라고 안내까지 하는 안행부가 국민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행부의 지침이 내려오기 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조문을 받고 있는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조문객을 계속 받겠다”는 입장이다.
안행부 지방행정실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아직까지 실종자의 생환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심정도 생각해야 하고, 합동분향소를 내실있게 운영하기 위해 일단 광역자치단체에 분향소를 설치토록 했다”며 “교통이 발달돼 있는 점과 예산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주민들이 강력히 요구하면 기초자치단체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것을 제지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27일 오후 10시까지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안산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임시분향소’엔 빗속에도 불구 16만여명의 조문객이 찾아 고인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제단 앞에서 헌화를 하며 넋을 기렸고, 27일 오후 문을 연 서울광장 분향소에도 6천여명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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