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3일 2천억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많은 개인투자자들을 벼랑끝으로 몰은 구자원(78) LIG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법원은 구속기소된 아들 구본상(43) LIG넥스원 부회장에게도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구본엽(41) 전 LIG건설 부사장은 분식회계와 CP 발행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용관 부장판사)는 이날 구 회장에 대해 "78세의 고령이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면서도 "LIG건설의 중요사항을 직접 보고받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그룹 총수로서 경영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주주와 채권자 등에게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주고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리는 매우 중대한 기업범죄"라고 질타한 뒤, "투명한 기업경영의 책임을 도외시한 이상 편취한 금액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한 경제·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처벌을 강력히 원하는 점도 참작했으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계속 바꾸고 조작한 자료를 제출하는 등 범행 이후의 정상도 좋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LIG총수 3부자는 과거 LIG건설 인수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한 다른 계열사 주식을 회수하기 위해 LIG건설이 부도 직전인 사실을 알고도 2천151억여원 상당의 CP를 발행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이들은 양호한 신용등급을 받아 CP 발행을 순조롭게 하려고 LIG건설의 재무제표를 조작하기도 했다.

LIG그룹은 LG그룹에 계열분리 된 뒤 2006년 건영, 2009년 한보건설을 각각 인수하며 건설업에 ‘올인’했으나 부동산 경기가 고꾸라지면서 LIG건설이 부도나게 되자, 경영권 유지를 위해 사기성 CP를 발행했다가 쇠고랑을 차게 됐다. '부동산 불패신화'에 빠졌던 구시대 오너들의 집단 몰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