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묵시록', 시작된 한국경제의 새 재앙
<뷰스 칼럼> '김정태 셈법'과 '김종인 경세론', 그리고 한국
3년 전쯤 일이다. 강남 삼성동 경기고교 맞은편의 삼성 아이파크가 평당 6천만원에 달했다. 당시 '아이파크 신드롬'은 대단했다. 많은 세칭 부동산전문가들은 "곧 평당 1억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호언했다.
강 맞은편 성수동 뚝섬단지의 서울시 땅이 천문학적 가격에 팔려나간 것도 아이파크 신드롬의 산물이었다. 뚝섬 땅을 사들인 대림산업 등이 이익을 남기기 위해선 아파트를 최소한 평당 4천만원에 분양을 해야 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아이파크가 몇 년 후 평당 1억원까지 갈 것이고 그러면 이곳도 평당 6, 7천만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당시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에 하나 앞으로 몇년에 걸쳐 아이파크가 평당 1억원까지 오른다 할지라도 나 같으면 투자 안한다. 6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라 봤자 60여% 오르는 것밖에 더 되나. 올라봤자 1년 투자수익률이 20% 전후밖에 안되는데, 한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팔지도 못하고 천문학적 손실을 입을 위험한 도박을 왜 하나."
김 전 행장은 또한 "아파트거품이 이제 정점에 도달했다"고 단언했다. "사람들이 향후 투자 수익률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하는 순간이 바로 정점"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지적은 정확했다. 2007년 후반을 정점으로 아파트거품은 거세게 터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 자금난에 봉착한 대림산업 등은 엄청난 금융손실 등을 감수하며 뚝섬 땅을 헐값에 내놓아야 했다.
요즘 주식 이야기
요즘 우리 증시가 다시 뜨겁다. 연말대비 코스닥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폭등했고, 코스피도 네번째로 많이 올랐다. 이 과정에 외국 돈이 엄청 몰려들고 있다. 외국인들은 최근에만 5조원어치를 사들였다. 국내 큰손들도 증시로 몰려들고 있고, 일부 직장인은 은행빚까지 내 증시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관들은 부지런히 이익을 실현중이다.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은 1조원이상 순매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식형펀드에서도 계속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환매가 시작된 것이다.
어느 쪽이 맞는 판단을 하는 걸까. 투자는 각자 책임으로 하는 것인만큼, 옆에서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참고할만한 바로미터는 있다. 앞의 '김정태 셈법'이 그중 하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 것인가를 보는 방식이다.
지금 증시가 뜨겁다지만 앞으로 단기간에 코스피지수가 전고점인 2000까지 갈 것으로 보는 시각은 전무하다. 1700~1800을 말하는 전망도 거의 없다. 기껏해야 1400~1500을 말하고 있다. '김정태 셈법'에 따르면 들어가봤자 수익률은 별 볼일 없다는 의미다.
반면에 '전저점'까지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는 경고음은 꽤 많이 들린다. 최근의 '미국발 주가급등'은 월가의 사기라는 비판은 점점 확산 추세다. GM도 파산을 앞두고 있고, 실업률 등 실물지표는 날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사필귀정, 월가의 사기도 점점 약발을 잃어가면서 다시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경제, 경세
"20~30대는 주식펀드 때문에, 40~50대는 집값 때문에 박살이 난 상태다. 때문에 정부여당은 주가도 끌어올리고 집값도 끌어올리려 야단이나, 미국 등 세계경제가 이리 엉망인데 제대로 될 수 있을까."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최근 사석에서 한 말이다. 각종 선거를 앞두고 집권세력이 아무리 애를 써도 경제란 의도한대로 쉽게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의미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박 의원의 분석틀마저 일축했다.
"그런 사고방식 자체가 권력적 사고다. 제 집 없는 국민이 절반 이상이고, 주식투자자 숫자도 마찬가지다. 집 없고 주식투자할 돈도 없는 다수 국민은 지금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주가와 집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이들의 박탈감과 분노는 커질 뿐이다. 정치든 통치든 이처럼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 편에 서서 해야 하는데, 권력만 잡으면 이런 생각을 싹 까먹는다."
정치의 도(道), 경세(經世)의 도인 셈이다.
요즘 금융시장은 벌써 위기가 끝난듯한 분위기다. 더 나아가 왜 작금에 세계금융위기가 도래했는지도 싹 까먹고 벌써부터 증시, 부동산에서 투기 조짐이 뚜렷이 읽히고 있다. 하지만 다수 국민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살림살이는 나날이 고달파지고 있다. '그들만의 잔치'가 펼쳐지고 있을 뿐이다.
실물은 엉망이고 양극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르고 집값이 다시 폭등하고 있다는 점은 얼마 뒤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의 낙오자가 될 것이란 '묵시록'에 다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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