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포퓰리스트'들을 위한 변명
<뷰스 칼럼> 더 많은 '건강한 포퓰리스트'들이 나오길
"당·정이 양도세 중과 폐지를 소급해 적용하는 날짜까지 발표하는 바람에 일부 다주택자들은 이 말을 믿고 이미 집을 팔았다. 더구나 양도세 중과는 여당이 먼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못질'이라며 폐지를 주장했던 사안 아니었던가. 표를 위해서라면, 발표한 정책도 손바닥 뒤집듯 없었던 일로 만드는 포퓰리즘이 다시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의 한 경제부 기자가 16일 쓴 <포퓰리즘에 흔들리는 '다주택 양도세 완화'>란 글의 한 대목이다. 3주택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질타하며 쓴 글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비강남권의 대다수 의원들이 졸지에 "포퓰리스트"가 된 모양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사설 <정부, 요즘 왜 이러나?>를 통해 정부여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사설은 "나사가 풀린 건가. 정부의 말 바꾸기와 오락가락 행태가 잇따라 국민들은 너무 혼란스럽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최근 며칠간 벌어진 일만 챙겨봐도 정부의 정책 혼선이 한두 건이 아니다"며 "정부 믿고 따라간 애꿎은 국민들만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구체적으로 1가구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를 거론하며 "국회 통과를 책임져주기로 약속해놓고 돌변한 여당에 문제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도 당혹스럽다'는 장관의 말은 무책임하다. 책임은 어디까지나 주무부처가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여당을 설득하는 것도 장관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며 한나라당과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을 싸잡아 질타했다.
사설은 더 나아가 "서울의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문제도 그렇다"며 "정부는 해제 방침을 바꾼 건 아니라지만, 국민들은 이미 말 바꾸기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정부가 유념하길 바란다"며, 최근 강남 집값 급등에 투기지역 해제를 보류한 정부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다주택자 중과 폐지 및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를 머뭇거리고 있는 정부여당에 대한 노골적 불만 토로였다.
한나라 포퓰리스트들의 항변
"정부가 결정하면 과거처럼 여당은 따라 온다? 이런 등식은 이제 성립하지 않는다. 이것은 정책적 철학의 문제다. 왜냐하면 주택이라는 것은 개인 소유이기도 하지만 아주 특별한 공공재 입장의 성격도 갖고 있다. 1가구 3주택자 이상은 투기적 성격이 강하다."
<조선> 등의 논법대로 하면, 영낙없는 포퓰리스트인 남경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3주택 넘어가면 그건 소위 투기적 수요로 볼 수가 있는데 어떤 이유로도 투기적 수요자들을 세금을 깎아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는 그거 반대한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소신을 밝혔다.
그는 <조선> 등의 '애꿎은 국민 피해론'에 대해서도 "이해당사자들이 집 팔려고 내놨다손 치더라도 거래가 바로 되냐? 그건 소위 가상현실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그런 거래가 과연 몇 건이 이루어졌는지...그렇기 때문에 나는 큰 문제가 안 될 것으로 본다"고 일축했다.
더 많은 건강한 포퓰리스트가 나오길
본디 '포퓰리스트'란 좋지 못한 의미의 단어다. 소신없는 인기영향주의자를 가리킨다. 하지만 3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투기세력에게 중과세를 없애자는 정부 및 여당수뇌부 방침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과연 포퓰리스트일까. 국민 다수도 이에 반대하고 있거늘...
만약 이들이 포퓰리스트라면, 단언컨대 이런 건강한 포퓰리스트는 많을수록 좋다.
아울러 최근 들어선 이명박 대통령에게서도 이런 포퓰리스트적 징후가 읽혀 주목된다.
한 예로 지난 15일로 예정됐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발표가 일단 유보됐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이날 아침 관계부처장관회의에서 "지금이 PSI 참여선언의 적기냐"고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라 한다. 즉각 발표를 주장해온 외교부 등은 크게 당황해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앞서 북한의 로켓 발사에 앞서서도 "발사하더라도 무력적 대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을 끈 바 있다. 이번 PSI 제동도 같은 맥락에서의 '신중함'으로 풀이된다.
박지원 민주당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소통이란 생각이 다른 쪽과의 대화를 뜻한다. 같은 편끼리 소통은 속닥거림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여론을 듣고, 반대진영의 우려를 경청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이라는 지적이었다.
이런 소통 노력을 <조선> 등이 "포퓰리즘"이라 규정한다면, 앞으로 "포퓰리즘"이란 단어는 괜찮은 단어가 될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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