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성장', 예측불허의 쓰나미가 온다
<뷰스칼럼> 대량 실업-도산...초비상 대응과 체질수술 시급
"없는데..."
IMF가 3일 오전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라고 발표한 뒤, 모 경제연구기관 고위관계자와 나눈 통화 내용이다. '-4%'라는 숫자가 얼마나 '예측불허'의 숫자인가를 보여주는 한 증거다.
'공포의 -4%', 누구도 예상 못했다
또다른 경제연구기관 책임자도 비슷한 답을 했다.
"최악의 경우 -2%대가 될 것을 가정해선 시뮬레이션을 해 보긴 했으나 IMF의 -4%는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적 수치다. -2%만 해도 예상되는 상황은 공개 못할 정도로 심각한데 정말 걱정이다."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진행한 이래 두차례 마이너스 성장이 있었다. 2차 오일쇼크에다가 광주 민주화항쟁과 대흉작까지 겹친 1980년의 -1.5%가 그것이고, IMF사태 발발직후인 1998년의 -6.9%가 그것이다.
IMF의 전망치 '-4%'는 외형상 1998년보다는 양호(?)한 수치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배이상 커진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미칠 충격은 환란때 이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진단이다.
연구기관 책임자는 "무엇보다 대량 실업이 걱정이고, 기업들이 연쇄도산하면서 금융권도 동반부실화되는 게 문제"라며 "당연히 사회, 정치적 불안도 고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일체감을 갖고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텐데 잘 해나갈 수 있을지..."라고 말했다.
대량 실업 공포...노동자, 자영업자 줄줄이
'-4%'의 가장 큰 우려는 대량실업이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은 '-4%'때 발생할 실업자 숫자를 얼추 짐작할 수 있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성장률이 1%일 때는 5만3천개, 0%시에는 9만개, -1%때는 12만개, 그리고 -2%때는 18만개씩의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거였다. 성장률이 낮아질 때마다 실업자 숫자가 일정하게 늘어나는 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노동연구원도 -2%까지만 추산했다. 따라서 -4%일 때 얼마일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거의 100만개에 육박하는 일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지금보다 경제규모가 절반정도였던 1998년 -6.9%때만 해도 취업자수는 127만6천명이 감소했었다.
자영업자의 대거 몰락도 우려된다. 이미 불황이 실물경제를 강타하면서 지난해 12월 한달 사이에만 22만4천명의 자영업자가 폐업을 했다. 얼마나 많은 영세자영업자들이 폐업 쓰나미에 휘말릴지 암담한 일이다.
당연히 크고작은 많은 기업들도 최악의 도산위기에 몰릴 것이다. 아무리 만들어도 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모두가 벼랑끝에 몰리게 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막대한 추경, 은행 공적자금 투입 불가피
앞의 책임자는 "-4%가 되면 대다수 은행에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물경제 악화로 기업, 가계 부실이 급속히 진행되면 지금 정도 자본력 갖고 버티기 힘들어질 것이란 의미다.
환란 때도 경험했지만, '-4% 시대'는 천문학적 추가 재정지출을 필요로 한다.
우선, 대량실업자를 정부가 보호해야 한다. 추경이 불가피하다. 지난해말 정부가 짠 예산은 '3%' 성장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4%'에 얼마나 막대한 추경이 필요할지는 예측불허다. 성장률 1%포인트를 끌어올리는 데 28조~30조원이 필요하다는 게 한국은행의 계산이다. 따라서 정부가 올해 목표치를 '0'로 잡는다 하더라도, 최대 120조원의 막대한 추경이 요구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다가 또 필요한 돈이 있다.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은행에 투입해야 할 공적자금이다. 정부는 현재 20조원의 준공적자금을 은행에 투입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4%'가 되면 이 정도는 껌값이다. 몇배나 많은 공적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4.2%...멀고 험한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
IMF는 내년에 한국이 4.2%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내년에 가장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니 불행중 다행이다. 정부도 여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 "희망을 갖고 1년만 잘 버텨보자"는 메시지다.
하지만 IMF 전망은 한가지 전제를 깔고 있다. 세계경제가 V자형 회복세를 보여야 한다는 거다. 올해 우리경제가 세계 최악으로 곤두박질친 것도 세계경제 때문이었듯, 내년에 수직상승하려 해도 세계경제가 뒷받침해줘야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세계경제 돌아가는 모양새는 V자형보다는 U자형, L자형이 될 공산이 커보인다. 내년에 대한 보랏빛 환상은 그래서 아직 금물이다. 벼랑끝 위기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비상조치와 동시에, 환골탈태의 노력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맞아 한 목소리로 "향후 과도한 수출의존도를 낮추고 내수-서비스업을 키우는 쪽으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진단한다. 중산층을 복원시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야한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선 부동산거품 같은 망국적 불로소득을 원천봉쇄하고 실력과 창의력이 중시되는 사회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 길 또한 멀고 험한 길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호시탐탐 부동산거품 재현을 기대하는 움직임이 읽힌다. 아직까지 이번 위기의 본질을 못 읽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간 그 끝은 '자멸의 묵시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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