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 시국미사, 3만여명 운집
<현장> "이명박 대통령 회개 촉구", 경찰 당혹
'87 항쟁' 이후 서울 도심에서 21년만에 열리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에 3만여명(경찰 추산 2천5백여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3만 운집에 경찰 '당혹'
당초 오후 6시로 예정된 미사는 무대차량의 도착 지연으로 1시간 지연된 오후 7시부터 열릴 예정이며 오후 6시 30분 현재 서울광장에는 속속 합류하는 시민들로 발 디딜틈 없이 꽉 메워져 오후 8시께는 4만명을 육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서울광장 차도변 주변에 서서 시국미사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으며 <광야에서>, <헌법 제1조> 등의 민중가요를 합창하거나 구호를 외치고 있다.
3만여 시민들 앞에는 전종훈 사제단 대표, 문정현 신부를 비롯해 1백여명의 시민들이 미사 봉행을 준비하고 있고 언론사 취재진도 1백여명 가까이 몰려 열띤 취재경재을 벌이고 있다.
강론은 전종훈 사제단 대표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사는 오후 8시 30분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주변에는 정보과 형사 10여명이 시국 미사의 규모와 분위기를 분주하게 알리고 있는 가운데, 당초 예상(3천여명)을 뛰어넘는 대규모 인파에 당혹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사제단-대책회의, 미사 마치고 평화행진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사제단의 시국미사를 마무리하는대로 사제단 신부가 앞장서는 평화적인 촛불대행진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또 10여명의 신부들은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다.
사제단은 "우리는 어려운 처지에 빠진 정부도 돕고 싶다"며 "정부와 국민 사이의 교착상태의 활로를 열기 위해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현장에서 배포한 시국성명서를 통해 "국민을 상대로 마구 저지르는 오늘의 폭력상과 거짓을 지켜보며 우리는 분노한다"며 "시민들의 고뇌를 마음에 품고 오로지 기도에 집중하기 위해 침묵 중에 지냈지만 이제 그런 절제도 의미가 없게 됐다"고 탄식했다.
사제단은 "촛불에 담겼던 간곡한 뜻은 짓밟혔고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의 존립근거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 그리고 한나라당의 교만과 무지를 탄식하면서 그들의 병든 양심을 교회의 이름으로 엄중하게 꾸짖는다"고 밝혔다.
사제단 "무장경찰로부터 숭고한 촛불 지키겠다"
사제단은 또 비판의 화살을 보수언론으로 돌려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의 절대 안전을 강변하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표변과 후안무치는 가히 경악할 일"이라며 "정론직필의 본분을 버리고 이해득실에 따라 말을 뒤집는 언론의 실상이 널리 알려진 것은 만시지탄이나 다행이 아닐 수 없다"고 힐난했다.
사제단은 "우리는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요한 1.5)"는 성경말씀을 묵상하면서 오늘까지 촛불을 지켰던 민심을 지지하고 격려한다"며 "우리 사제들은 전국의 모든 교우들과 함께 무장경찰들의 폭력에 숭고한 촛불의 뜻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드리겠다"고 말했다.
경찰, 90개 중대 9천여명 배치
사제단은 아울러 이명박 정부를 향해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 '국민과의 대화', '검역주권 확보', '어청수 경찰청장 해임 및 구속자 전원 석방을 촉구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비폭력 정신에 입각한 촛불집회를 호소했다.
경찰은 현재 태평로 방향을 전경버스 10여대로 원천봉쇄하고 을지로 방향만 길을 터놓은 상태며 광화문 사거리는 왕복 1개 차선의 교통을 소통시키고 있다.
경찰은 이날 광화문 일대에 90개 중대 9천여명의 병력을 배치, 시국미사가 서울 도심 연좌농성을 이어질 경우 강경 진압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양측간 충돌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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