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적 국가파산 위기...한국은?
<뷰스 칼럼> 국제공황 위기감 확산속에 각종 '괴담' 난무
금융당국 고위관계자 말이다. 쇠고기 파동 등 어수선한 국내 문제 때문이 아니다. 요즘 심상치 않은 국제 금융시장 동향 때문이라 했다.
세계 신흥시장 곳곳 '지뢰밭', 무더기 국가도산 위기
실제로 요즘 우리가 국내문제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바깥 세상은 돌아가는 모양새가 영 심상치 않다. 범세계적 국제원자재값 폭등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국가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남미의 경우 아르헨티나는 국제원자재값 폭등의 여파로 3월말 현재 외채가 1천272억5천900만 달러로 집계됐다. 1.4분기에만 33억8천900만달러가 늘었다. 이는 GDP 대비 60%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는 아르헨티나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로 평가되는 2001년 당시의 GDP 대비 비율 54%보다 높은 수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르헨티나가 또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만 그런 게 아니다. 정도차만 있을뿐 베네수엘라, 페루, 볼리비아, 우루과이 등 중남미 국가들도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흔들리긴 마찬가지다. 만에 하나 아르헨티나가 쓰러진다면 순식간에 데킬라(감염) 효과에 휘말릴 분위기다.
아시아의 경우도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가장 심각한 나라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의 무역적자는 6월중에도 25억달러가 다시 늘어 상반기중 무역적자액이 169억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3배다.
베트남의 위기 또한 국제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올 상반기 중 수출은 원유와 신발 섬유 등의 수출증가에도 27%의 증가에 그친 반면, 수입은 석유제품과 각종 원자재 등의 가격폭등으로 64%나 급증했다. 6월 소비자물가만 26.8%가 폭등했다. 16년래 최고치다. 베트남 정부는 외환보유고가 207억달러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나, 국제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다이와증권 등은 이미 베트남에 대해 외환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상태다.
베트남이 쓰러지면, 외환보유액보다 외채가 많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물론, 인플레이션과 재정·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까지 위험해질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흥 유럽국들 사정도 오십보백보다. 아이슬란드는 국가도산 0순위로 꼽히고 있으며 루마니아, 카자흐스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틱 연안국가들도 무역수지 적자 확대와 공공채 발행규모 확대 등으로 인해 위태롭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동유럽 전역에 걸쳐 거시경제적 부담이 치명적인 수위에 접근하기 시작했다”며 “국제 신용위기로 인해 이 지역 경제의 불균형이 경착륙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렇듯 세계 신흥시장 곳곳이 지뢰밭이다 보니 금융당국 고위당국자가 "요즘 잠이 잘 안 온다"고 하는 것도 지나친 과장이 아니다.
그는 "불길하게도 하반기에 한두 곳은 쓰러질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1997~98 위기'와 다른 점
이번에 세계경제가 직면한 위기는 1997~98년의 아시아 금융위기에 이어 10년만에 도래한 국가 디폴트 위기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10년전 위기보다 몇배나 심각하다.
10년 위기는 아시아 존에서만 발생한 위기다. 태국에서 시작돼 한국을 거쳐 러시아에서 멈췄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요컨대 10년전엔 동선(動線)이 하나여서 대응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여러 개 동선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며 세계적 규모의 공황적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또 10년 전에는 세계자본주의 중심인 미국경제가 탄탄했고 선진국간 공조가 잘 됐다. 당시 선진국은 한국 등 아시아 위기에 환호성을 터트리기까지 했다. 당시 월가에서는 "한국 때문에 10년치를 벌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부실하다. 서브프라임 쇼크로 월가가 골병이 들었고 달러화 폭락으로 달러화 기축통화 체계가 밑둥채 흔들리고 있다. 유럽, 일본 등도 미국 말을 안듣는다. 미국이 금리를 내려도 이들은 정반대로 올리거나 동결이다. 미국과 함께 골병들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그 결과 달러화는 더 휴지값이 되며 국제유가 폭등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세계경제 위기의 진앙인 것이다. 또한 미국이 휘청대니 위기가 도래해도 IMF나 세계은행 등이 제 역할을 할 수도 없다.
한마디로 말해 동시다발적 국가도산이라는 최악의 위기가 코앞에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리할 국제시스템이 무력화된, 무정부적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쿼바디스 한국...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요즘 금융계에 파다하다는 한 '괴담'을 전해줬다.
한 보수신문이 요즘 집요하게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을 공격하고 있다. 쇠고기 파동 등 모든 문제에선 전폭적으로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고 있으나, 단 하나 강 장관만은 반드시 잘라야 한다고 매일같이 주장하고 있다. 이유인즉 이 신문사의 오너 그룹이 강 장관의 '거꾸로 환율정책'으로 조 단위의 천문학적 환차손을 입으며 골병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만수를 바꾸라"는 특명이 상부에서 내려졌고 매일같이 강 장관을 두드리고 있다는 게 이 '괴담'의 골자였다.
정부는 요즘 '인터넷 괴담'에만 온통 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나, 지금 금융계에는 앞의 '괴담'을 비롯해 '9월 금융대란설' '주가폭락설' '부동산거품 파열설' 등 각종 흉흉한 '괴담'이 나돌고 있다. 그만큼 불안해한다는 얘기다.
우리 경제는 10년전 IMF사태 때와 비교하면 양호하다. 외환보유고도 2천억달러가 넘고 대기업 부채비율도 100%로 낮아졌다. 세계 곳곳에서 국가파산 사태가 발발해도 10년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금융계에 각종 '괴담'이 난무하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경제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최근 국내외에서 급증하고 있다. 그 원인은 단하나, 과연 지금 한국 정권에게 '위기관리 능력'이 있냐는 것이다. 아니, 지금 상황을 과연 '위기'로 느끼기는 하는 거냐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며칠 전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실증분석을 통해 "강만수의 환율 띄우기 때문에 우리 국민은 일본-대만보다 3배나 높은 물가 폭등을 경험하고 있다"고 질타한 바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이 개각때 강 장관을 감쌀 경우 향후 물가폭등의 책임이 이 대통령에게 돌아갈 것이란 충정어린 경고다.
위기는 위기를 정확히 직시할 때, 해법이 나온다. 하반기에 우려대로 국가도산 사태가 잇따라 발생한다면 한국이 제2 외환위기를 맞지는 않겠지만 준외환위기 상황에 직면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주가는 폭락하고 금리는 치솟으면서 가계부실, 기업부실이 급증할 것이다. 저성장-고물가라는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깊게 빠져들 것이다. 경제주체 모두가 고통을 호소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면 가뜩이나 위태로운 정부의 리더십은 최악의 국면에 몰리며 한국경제가 또다시 벼량끝에 몰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내우외환', 지금 한국이 처한 모양새가 꼭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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