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촛불집회' 1만5천여명 운집
<현장> 주최측-경찰도 당황, 매일 토요일 열기로
청계천 일대 촛불행렬, 탄핵 반대 집회 이후 최다 인파 몰려
오후 6시부터 밀려들기 시작한 인파는 집회 예정시간인 7시께 1만여명을 훌쩍 넘어 주최측이 준비한 촛불은 모두 동이 났으며 8시까지도 참석자들이 계속 합류해 참석 인원은 1만5천여명(경찰 추산 8천명)에 달했다.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한 집회로는 2004년 탄핵반대 집회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오후 8시께 광장은 ‘성공한 거짓말 부도덕한 부패정권’이라고 쓰인 대형펼침막부터 ‘어린이를 보호해주세요 미친 소 먹기 싫어요’, ‘개도 안먹는 미국소는 2MB나 쳐먹어라’라고 쓰인 피켓들로 넘쳐났다.
인파는 청계광장을 가득 채우고 청계천 산책로와 모전교, 광통교까지 이어졌으며 자리를 잡지 못한 참석자들은 동아일보 앞과 서울파이낸스 클럽 앞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파이낸스 클럽 앞 인파는 이후에도 계속 늘어나 시청 입구 인도까지 촛불 행렬이 이어졌다.
예상치 못한 대규모 인원이 몰려들자 경찰은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초 4백여명을 예상했던 경찰은 병력을 충원하고 교통경찰을 투입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촛불집회를 주최한 ‘이명박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한 네티즌 단체들도 예상을 뛰어넘는 인파에 당황하기란 마찬가지였다. 주최 측 관계자는 “당초 2천여명 정도를 예상했었는데 젊은 학생들부터 가족 단위 참가자들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참석해서 지금은 통계를 잡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사전에 모집한 집회안전요원을 투입하고 자체적으로 안전선을 설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촛불집회는 당초보다 1시간이 지연된 오후 8시부터 시작됐지만 워낙 많은 인파가 몰려 자유발언, 노래공연 등 당초 준비했던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했다.
참석자들 '광우병 반대, 이명박 반대' 한 목소리
하지만 가족단위 참석자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들, 단체로 나온 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의 참석자들은 곳곳에서 자유발언을 이어가고 "광우병 쇠고기 반대" "이명박 반대" 같은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끌었다.
참석자들은 또 집회 도중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활동에 앞장섰던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을 지르며 "강기갑"을 연호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지만 ‘정치색을 철저히 배제한다’는 주최 측의 원칙에 따라 따로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내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 달렸는데 안 나올 수 없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안정성 논란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재협상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단위 참석자들이 눈에 띄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가정의 우려를 실감케했다. 5살, 2살 난 두 딸을 데리고 집회에 참석한 김모(38)씨는 “우리 아이들, 나아가 국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생각해서 나왔다”며 “먹거리마저 불안한 세상에서 살 수 없다. 반드시 광우병 소고기 수입은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세 자녀를 두고 있다는 호정원(42. 양천구 목동)씨는 “우리 아들이 오늘 학교급식에 소고기가 나왔다며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길래 굶고 오라고 말해줬다”며 “거의 20여년만에 집회라는 곳에 왔다. 내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집회 참석 이유를 말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친구들과 함께 올라왔다는 강정화(17)양은 “방송을 본 뒤 친구들 모두 충격을 받고 며칠동안 집회 참석을 고민하다 결국엔 올라왔다”며 “미국도 안 먹는다는 고기를, 왜 우리가 먹어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모(27)씨도 “정부가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며 “국민 건강 하나 못 챙기는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라고 성토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국민투표로 결정하라"
퇴근길에 촛불행렬을 보고 참석했다는 김보성(31)씨는 “미국산 쇠고기가 정말 안전하다면 왜 정부는 그동안 반대여론에 귀를 닫다가 이제 와서 안정하다고 강조하는 있는 거냐”며 “국민들의 우려를 외면한다면 국민 투표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10시까지 참석자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지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후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성난 민심의 발원지였던 온라인의 열기도 오프라인에 못지않았다. 이날 생중계를 예고했던 인터넷 매체 <민중의 소리>는 중계방송을 시작도 하기 전에 수많은 네티즌들이 몰려들어 서버가 다운됐다. 또 온라인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 숫자도 오후 10시 현재 65만명을 넘어섰다.
주최 측인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의 강전호 공동부대표는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는 단 하나, 이 정부로부터 빼앗긴 생존권을 되찾아 달라고 저항하기 위해서”라며 “정부가 수입을 전면 중단할 때까지 매주 토요일 이 자리에서 집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집회 3일 전국으로 확산, 주최측 "수입철회시까지 매주 집회 열 것"
강 부대표는 또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의료보험 민영화, 공기업 민영화, 대운하에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종국에는 이명박 정부의 재신임을 묻는 활동도 펼쳐나갈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최 측의 촛불집회는 3일에도 서울을 비롯해 부산, 광주, 대구, 제주, 대전 등 7개 도시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등 반대여론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또한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권도 쇠고기 졸속협상을 무효화하는 특별법 제정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어 합동부처 기자회견, 광우병 설명회 등을 열며 반대여론 진화에 나섰던 정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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