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광우병 공황'이 발발한 것 같다"
<현장> 전 계층으로 광우병 공포 확산, 민심 간단치 않아
최근 인터넷 및 세간의 분위기를 압축하면 이렇다. 인터넷상에선 연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세간에서도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광우병 얘기다.
전계층으로 급속 확산되는 광우병 공포
30일 서울의 한 민방위 훈련장. 민방위 훈련 도중 휴식시간에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면서 하는 얘기가 "다음달에 미국 쇠고기 오기 전에 소머리 국밥이나 실컷 먹어 두자"였다. 웃자고 한 얘기였지만 다수가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한 참석자는 "그렇지 않아도 오늘 점심때 모두가 소머리 국밥들을 먹었다"고 했다.
일본여행 관련 베스트셀러 작가인 한 여행전문가는 "미국 쇠고기를 전면개방해 일본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일본인들이 한국을 오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이 불고기인데 수입산인지 국산인지 구분이 안되니 식품 안전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일본인들이 한국 찾기를 꺼리지 않겠냐"고 그 이유를 밝혔다.
마포의 설렁탕집 주인은 "사람들이 하두 광우병, 광우병 하니까 이러다가 설렁탕도 안 먹는 게 아닌지 두렵다"고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인터넷상에는 쇠고기 전면 개방때 위험에 노출되는 음식들이 사진과 함께 줄줄이 실려 있고, 거기에는 설렁탕이나 갈비탕 사진도 포함돼 있다.
라면 등 인스턴트 제품에 대한 불신도 커지는 분위기다. 한 네티즌은 지금 다음 아고라에서 "쇠고기원료 라면의 원산지를 표기하라"는 청원 서명을 받고 있다. 라면회사에 전화를 걸어 표기를 하라 했더니 소량이라서 표기할 수 없다고 하더라며 법으로 원산지 표기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뿐이 아니다. 인터넷상에는 미국 쇠고기 수입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검토중인 L그룹 이름과, L그룹 계열사가 생산하는 N라면 이름까지 나돌며 불매운동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유치원 다니는 내 아이들은...군대 간 내 아들은..."
어린 아이를 유치원 등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불안도 크다. 인터넷상에선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가정주부들의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두 자녀가 있는 ID '아리야'는 "어린이집 급식도 걱정되요. 물론 그거 아니더라도 위험요인은 너무나 많지만"이라며 "분명히 어린이집 급식에도 미국소 들어갈 텐데...어떡하죠? 원장님께 말씀드려야 하나요? 또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겠죠?"라고 걱정을 드러냈다. 그는 "아, 정말 처음으로 내가 왜 아이를 둘이나 낳았을까 후회가 됩니다"라며 "아이들에게 죄지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 글에는 공감하는 학부모들의 댓글이 줄줄이 붙고 있다.
군대 급식에 대한 우려도 많다. ID '프란시스'는 "저는 군생활 하면서 1년여 동안 조리병을 했습니다. 현재 군대에서 배식되고 있는 쇠고기는 모두 호주산과 뉴질랜드산 쇠고기 입니다. 당연히 비싼 한우를 군대 급식에 쓰진 않겠죠"라며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게 되면 싼 가격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가 군대에 보급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나라를 지키는 60만 장병들의 건강은?"이라고 물었다. 역시 이 글에도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나 형제, 그리고 군 입대 연령이 된 젊은이들의 댓글이 줄줄이 붙고 있다.
정치권을 향하는 칼날
'광우병 공황' 분위기는 곧바로 정치권을 직격하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중인 '쇠고기 수입 저지 특별법 제정' 청원운동의 경우 30일 서명을 받기 시작한지 이틀만인 1일 목표인 13만6천명을 다 채웠다. 청원 사상 가장 빠른 속도의 목표 달성이다. 이들은 17대 국회 다수당인 통합민주당에 임시국회내 특별법 제정을 압박하고 있다.
한 네티즌에 의해 지난 6일 시작된 이명박 대통령 탄핵운동도 처음에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30일부터 불붙더니 순식간에 서명자가 30만명을 돌파, 40만명을 향해 폭증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미니홈페는 네티즌들의 집단 공세로 아예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정권 차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사태가 발발한 셈이다. 여기에다 탤런트 김민선 등 유명인사들도 공개리에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등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정부당국은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치 못했던듯 싶다. 지금도 정부 일각에선 며칠 지나면 사그라들지 않겠냐고 낙관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먹거리 문제는 뜨거워졌다가 금방 식어 버리는 일회성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민심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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