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다시는 운하 만들지 않을 것"
<PD수첩> '독일 MD운하 현지르포', 이명박측 주장과 달라
이명박 당선인이 직접 답사한 뒤 한반도 대운하의 타당성을 확신했다는 독일 MD운하(마인-도나우 운하)가 이 당선인측 주장과 달리, 독일에서도 '실패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운하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MBC <PD수첩>은 12일 밤 방송을 통해 이 당선인이 지난 2006년 10월 답사했던 독일 MD 운하를 현지 취재한 40분짜리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독일 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인위적으로 연결한 총 연장 171Km의 MD운하는 지난 1961년 착공에 들어간 이래 1982년 타당성 논란으로 공사가 중단됐다가 31년만인 지난 1992년 어렵게 완공됐다. 공사비만 당시 돈으로 61억 마르크(한화 약 3조6천6백억원)나 들어갔으며, 2차대전 이후 독일에서 유일하게 건설된 인공운하이기도 하다.
"갑문 1개 통과시간 25분, 반대편 대기 선박 있으면 1시간 소요"
<PD수첩>은 먼저 이 당선인이 2006년 10월 25일 방문해 경부운하 프로젝트 1차 로드맵을 공개했던 장소인 '힐폴트슈타인'(HILPOLTSTEIN) 갑문을 방문했다. 힐폴트슈타인은 MD 운하의 하이라이트로 해발 406미터에 위치한 갑문 통제소. 이 당선인은 당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기술적 검토가 이미 끝났다. 공사는 완공까지 채 4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했었다.
힐폴트슈타인 갑문은 배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고도가 다른 강과 강을 연결해 배의 진행을 계속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MD 운하에는 힐폴트슈타인과 같은 갑문이 16개에 달하며 운하 건설 당시 갑문 건설에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됐다.
문제는 갑문 이용률이 갈수록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것. 에른스트 A 뱅엘스 힐폴트슈타인 중앙관리소 소장은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2년전에 최고치에 달했다가 그 후로는 감소세다. 결빙이나 마인강, 도나우강의 홍수 등의 요인도 선박통행량과 화물운송량에 영향을 주었다"며 "한때는 6주간 운항을 전면 중단해야만 했다. 얼음이 1.5미터 두께까지 얼어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운하 선박의 갑문 통과시간. <PD수첩>이 힐폴트슈타인 갑문을 통과하던 배의 총 소요시간을 측정한 결과 총 25분이 소요됐다. 총 19개의 갑문 설치가 예상되는 경부운하의 경우, 힐폴트슈타인 갑문 통과시간으로 비교했을 때 19개 갑문 통과시간만 총 6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배 한척의 갑문 통과 시간 25분도 갑문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배가 한 척도 없을 경우이다. 실제로 <PD수첩> 취재진이 탑승했던 화물선은 먼저 갑문을 통과하려고 대기하던 배를 기다리다 1시간만에야 갑문 하나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당선인측의 경부운하 홍보영상에는 서울과 부산간 운행시간을 24시간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우익 대통령실장은 "이론적으로 주파 가능한 시간을 서울, 부산 간에 24시간으로 잡고있다. 현재의 기술수준에 현재의 시공법으로 들어간다면 약 36시간 정도면 충분히, 충분히 극복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총연장 171km에 갑문 16개가 있는 독일 MD 운하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총연장 540km에 갑문 19개가 있는 경부운하를 통과하는 시간이 36시간으로 동일하다는 주장이 된다고 <PD수첩>은 꼬집었다.
이명박측 "시속 25km로 운항" vs 독일운하 바지선은 '시속10km 운항'
이에 대해 이 당선인측은 배 운항 속도를 평균 시속 25km로 높이면 문제없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슈테파니 텝케 뉘른베르그 지방 수로국 부장은 "가장 빨리 운항하더라도 시속 13km를 넘어서는 안된다. 그 이유는 물의 흐름으로 인한 공학적인 문제 때문이고, 또다른 이유는 속도가 빠를수록 (배가) 더 깊이 물에 잠길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06년 10월 이 당선인이 독일 힐폴트슈타인 갑문을 방문했을 당시 이 당선인에게 직접 갑문 프리젠테이션을 실시했던 인사다.
<PD수첩> 취재진은 이에 MD운하 115km 지점에 위치한 바흐하우젠 갑문에서 2천5백톤급 화물 바지선 '브리조' 호에 탑승해봤다. 해당 화물선을 지난 30여년 가까이 운항해온 피에르 보스만스 브리조 호 선장은 하루 운항거리와 관련 "120km를 가는 날도 있고 어떤 날은 70km밖에 못가기도 한다. 때에 따라 매우 다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브리조 호는 지난 열흘간 네덜란드에서부터 790Km를 운행한 끝에 독일 바흐하우젠까지 왔다. 열흘간 하루평균 79Km 밖에 달리지 못했던 셈.
취재진이 탑승한 브리조 호는 여전히 시속 10Km 안팎으로 달리고 있었다. <PD수첩>은 "이런 식이라면 경부운하를 통과하는 데 꼬박 54시간이 걸린다는 계산"이라고 지적했다.
"속도 높이면 경제성 떨어져 적자 날 수도"
피에르 보스만스 선장은 '왜 더 속력을 내지 않나?'라는 질문에 "운하가 파손된다. 제방이 튼튼하지 않아서 파손된다"라고 답했다. 부선장 역시 " 운하의 바닥은 전부 인공이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카페트 같은 것으로 깔여있다. 빨리 달리면 스크류 때문에 전부 파손될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보스만스 선장은 "현재 시속 약 10km로 달리고 있는데 보라. 물결이 출렁이지 않나? 만약 30km로 달리면 훨씬 물결이 더 출렁일 거고, 그러면 제방이 전부 무너지고 말 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추부길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은 "우리는 최소가 6미터"라며 "수심이 깊어지면 배의 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니까 운하를 반대하시는 분들이 뭐 독일에서 몇 KM 구간에 몇 시간 걸렸으니까 한국은 그대로 계산하니까 '뭐 60시간 걸릴 거다' 그건 운하의 기본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보스만스 부선장은 "강이 흐르는 방향으로 운항하면 시속 18에서 20km로 가기도 하지만 강을 거슬러 갈때는 시속 5km, 8km로 가기도 하고 10km, 12km로 가는 곳도 있다. 물이 흐르는 세기에 따라 매번 다르다"라고 일률적으로 배의 속력을 유지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배의 속력을 높이지 않는 또다른 결정적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보통의 경우 (기름을) 시간당 160리터 정도 쓴다. 그러면 1시간에 8km정도 간다. 전속력을 낸다면 1시간에 300리터가 드는데 그렇게 하면 (1시간에) 9km 정도 간다. 단지 1km 차이가 날 뿐이다. (1시간)에 140리터를 더 쓰고도 1kmM 밖에 더 못가는데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속 20Km 이상으로 달린다면 높은 연료 때문에 적자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벌크 화물이 대부분, 운하의 물류 수송분담률은 고작 5%
운하 화물선을 통해 실어나르는 제품도 시멘트, 철강석 등 원자재가 대부분이었다.
추부길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은 "공산품의 경우는 하루 빨리 만들기만 하면 물류비 절감효과가 크기 때문에 그렇게 제품을 생산해 가지고 운하로 보내면 되는 것"이라며 "그러면 그만큼의 경제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건 기업의 오너라면 상식에 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PD수첩>이 탑승했던 화물선 브리조 호 내에 실린 유일한 화물은 '철강석'이었다. 취재진이 독일 현지 르포 도중 본 대부분의 화물선이 브리조 호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컨테이너화가 필요없는 원목.시멘트.철강.곡물 등을 싣고 있었다.
MD운하의 물류운송 분담률도 극히 낮았다.
MD 운하 건설후 최대 수혜지는 독일 뉘른베르크. 도로와 철도, 운하가 만나는 교통의 요충지로 MD 운하 최대 내륙항구이자 물류기지가 됐다. 헤랄드 로이폴트 뉘른베르그 항만관리사 대표는 "운하를 통한 운송은 5%, 25%는 철도를 통해 운송하고 그리고 나머지 70%는 화물차량으로 운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 당선인측에서는 경부고속도로 화물량의 80%를 경부운하가 흡수해 교통체증도 사라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헤랄드 로이폴트 대표는 그러나 "뉘른베르그에서는 하이테크 제품들이 많이 생산되는데 하이테크 제품은 부피가 작고 값이 비싸다. 신속하게 운송되어야 하기 때문에 운하보다는 철도나 화물차로 운송해야 된다"라고 이 당선인측과 다른 얘기를 했다.
MD운하 건설 참여학자 "독일은 절대로 새 운하 만들지 않을 것"
당연히 대운하의 '경제적 편익' B/C비율도 도마에 올랐다.
MD 운하 건설시 경제성 평가에 참여해 경제성이 높다고 주장해 운하 공사 재개의 결정적 역할을 했던 독일 경제연구소 이포(IFO)는 "독일 MD운하의 편익 비율도 1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B/C 비율이 1을 넘지 못했다는 말은 운하 건설비용으로 100원을 썼는데 착공 후 수입이 100원에 미치지 못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
그러나 이 당선인측은 경부 운하의 비용편익을 최소 2.3으로 주장하고 있다. 추부길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은 "우리가 말하는 경제성 분석은 곽승준 교수가 발표한 2.3이 있는데 그건 최소한을 잡아서 그렇다. 그러니까 경부간의 물동량이 최소한 104만 TEU 정도 됐을 때 그 정도가 나온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훨씬 더 높게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힐데가르드 아놀드 로트마이어 IFO 경제연구소 교통경제학자는 세계적으로 가장 물동량이 많은 '파나마 운하'나 '수에즈 운하' 정도만 그런 숫자가 나올 것이라 일축했다.
로트마이어 IFO 학자는 "계산을 해봤더니 도나우 지방에서 노트르담까지 목재를 운반하는데 화물차를 이송하는 편이 싸게 먹혔다. 화물차에서 배로 물건을 옮겨 싣는 비용만 줘도 화물차들은 노트르담까지 운행을 하니까. 수로운송은 아주 먼 운송기간일 때만 의미가 있다"라고 운하의 경제적 가치가 낮음을 시인했다. 그는 더 나아가 "값싼 물건이나 운송기간이 느려도 상관없는 그런 제품들만 배로 날라야 한다"며 "독일은 갑문을 보수할 수는 있지만 절대로 새 운하를 건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실상 자신들이 행한 경제성 평가가 실패작이었음을 시인한 셈.
<PD수첩> 취재진이 탑승한 화물선 브리조 호의 부선장 티베르기어는 취재진이 건넨 대운하의 구상도를 본 뒤 "이렇게 (운하로) 가는 것보다, 이렇게 (바다로) 가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 이게 훨씬 빠르지"라며, 3면이 바다인 한국에서 내륙운하를 건설하려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독일 유람선들 폐업 속출 "8시간짜리 유람에도 승객들 반발 심해"
<PD수첩>은 이 당선인측이 내세운 '관광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추부길 대통령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은 "옛날같이 우리나라의 관광문화가 1박2일, 2박3일이 아니고 3만불, 4만불 되면 슬로우 라이프가 정착된다. 그럴 때는 여유를 즐기면서 관광도 이제 3박4일이 이런게 아니고 6박7일, 10박11일 뭐 이렇게 가는 것"이라고 일주일이 넘는 대운하 관광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불이 되면, 4집당 하나꼴로 요트를 보급한다고 그런다. 그게 이제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가 지금 10년 내 4만 불이다. 그럼 요트를 통해서 관광을 다니는 시대가 불과 10년 안에 도래를 하게 된다"며 개인 요트까지 경부 운하를 운항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PD수첩>은 그러나 "서울에서 남해까지 유람선을 타고가자면 당선인측 주장대로라도 30시간은 걸린다. 그 구간에서 20km 터널을 3시간 지나야한다"며 관광의 비현실성을 꼬집었다.
MD운하 최대 항구인 뤼른베르크 항구에서 <PD수첩>과 만난 유람선 선주 폽은 "10월부터 4월까지 7개월간 유람선 운행은 하지 않는다"며 "예전의 운항로는 모두 폐지시키고 지금은 휴가철에만 운항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이유로 "베르힐에서 밤베르그까지 편도로 8시간이나 걸리는 노선을 포함해서 10시간, 11시간 걸리는 장거리 노선들은 모두 폐지시켰다. 승객들의 반발이 심했기 때문"이라며 "몇몇 대도시를 빼고는 유람선을 타는 관광객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당시(MD운하 개통 당시)에는 새로운 것이었고 사람들이 호기심을 느낄 수 있었으나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그때와 또 다르다. 이게 첫번째 이유고요. 두번째는 이 지방에서 여가, 레저를 즐길 기회들이 더 다양해졌기 때문"이라며 운하 관광 쇠퇴 이유를 설명했다.
네덜란드 전문가 "더 자세한 연구 필요"
<PD수첩>은 마지막으로 네덜라드 암스푸르트를 방문, 지난 해 10월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대운하의 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국회까지 방문한 DHV(네덜란드 도시계획 컨설팅 업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러나 당시 국회에서 박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던 튀이베 판 엘렌 DHV 관계자는 " 아니다. 그렇게 말한 적 없다. 경인운하의 타당성을 조사한 결과 경제성이 보여서 경부운하 역시 경제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며 한걸음 물러섰다.
그는 "매우 야심찬 계획이다. 하지만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야심 자체는 좋다. 우리도 기꺼이 돕고 싶다.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MBC <PD수첩>은 12일 밤 방송을 통해 이 당선인이 지난 2006년 10월 답사했던 독일 MD 운하를 현지 취재한 40분짜리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독일 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인위적으로 연결한 총 연장 171Km의 MD운하는 지난 1961년 착공에 들어간 이래 1982년 타당성 논란으로 공사가 중단됐다가 31년만인 지난 1992년 어렵게 완공됐다. 공사비만 당시 돈으로 61억 마르크(한화 약 3조6천6백억원)나 들어갔으며, 2차대전 이후 독일에서 유일하게 건설된 인공운하이기도 하다.
"갑문 1개 통과시간 25분, 반대편 대기 선박 있으면 1시간 소요"
<PD수첩>은 먼저 이 당선인이 2006년 10월 25일 방문해 경부운하 프로젝트 1차 로드맵을 공개했던 장소인 '힐폴트슈타인'(HILPOLTSTEIN) 갑문을 방문했다. 힐폴트슈타인은 MD 운하의 하이라이트로 해발 406미터에 위치한 갑문 통제소. 이 당선인은 당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기술적 검토가 이미 끝났다. 공사는 완공까지 채 4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했었다.
힐폴트슈타인 갑문은 배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고도가 다른 강과 강을 연결해 배의 진행을 계속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MD 운하에는 힐폴트슈타인과 같은 갑문이 16개에 달하며 운하 건설 당시 갑문 건설에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됐다.
문제는 갑문 이용률이 갈수록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것. 에른스트 A 뱅엘스 힐폴트슈타인 중앙관리소 소장은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2년전에 최고치에 달했다가 그 후로는 감소세다. 결빙이나 마인강, 도나우강의 홍수 등의 요인도 선박통행량과 화물운송량에 영향을 주었다"며 "한때는 6주간 운항을 전면 중단해야만 했다. 얼음이 1.5미터 두께까지 얼어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운하 선박의 갑문 통과시간. <PD수첩>이 힐폴트슈타인 갑문을 통과하던 배의 총 소요시간을 측정한 결과 총 25분이 소요됐다. 총 19개의 갑문 설치가 예상되는 경부운하의 경우, 힐폴트슈타인 갑문 통과시간으로 비교했을 때 19개 갑문 통과시간만 총 6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배 한척의 갑문 통과 시간 25분도 갑문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배가 한 척도 없을 경우이다. 실제로 <PD수첩> 취재진이 탑승했던 화물선은 먼저 갑문을 통과하려고 대기하던 배를 기다리다 1시간만에야 갑문 하나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당선인측의 경부운하 홍보영상에는 서울과 부산간 운행시간을 24시간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우익 대통령실장은 "이론적으로 주파 가능한 시간을 서울, 부산 간에 24시간으로 잡고있다. 현재의 기술수준에 현재의 시공법으로 들어간다면 약 36시간 정도면 충분히, 충분히 극복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총연장 171km에 갑문 16개가 있는 독일 MD 운하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총연장 540km에 갑문 19개가 있는 경부운하를 통과하는 시간이 36시간으로 동일하다는 주장이 된다고 <PD수첩>은 꼬집었다.
이명박측 "시속 25km로 운항" vs 독일운하 바지선은 '시속10km 운항'
이에 대해 이 당선인측은 배 운항 속도를 평균 시속 25km로 높이면 문제없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슈테파니 텝케 뉘른베르그 지방 수로국 부장은 "가장 빨리 운항하더라도 시속 13km를 넘어서는 안된다. 그 이유는 물의 흐름으로 인한 공학적인 문제 때문이고, 또다른 이유는 속도가 빠를수록 (배가) 더 깊이 물에 잠길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06년 10월 이 당선인이 독일 힐폴트슈타인 갑문을 방문했을 당시 이 당선인에게 직접 갑문 프리젠테이션을 실시했던 인사다.
<PD수첩> 취재진은 이에 MD운하 115km 지점에 위치한 바흐하우젠 갑문에서 2천5백톤급 화물 바지선 '브리조' 호에 탑승해봤다. 해당 화물선을 지난 30여년 가까이 운항해온 피에르 보스만스 브리조 호 선장은 하루 운항거리와 관련 "120km를 가는 날도 있고 어떤 날은 70km밖에 못가기도 한다. 때에 따라 매우 다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브리조 호는 지난 열흘간 네덜란드에서부터 790Km를 운행한 끝에 독일 바흐하우젠까지 왔다. 열흘간 하루평균 79Km 밖에 달리지 못했던 셈.
취재진이 탑승한 브리조 호는 여전히 시속 10Km 안팎으로 달리고 있었다. <PD수첩>은 "이런 식이라면 경부운하를 통과하는 데 꼬박 54시간이 걸린다는 계산"이라고 지적했다.
"속도 높이면 경제성 떨어져 적자 날 수도"
피에르 보스만스 선장은 '왜 더 속력을 내지 않나?'라는 질문에 "운하가 파손된다. 제방이 튼튼하지 않아서 파손된다"라고 답했다. 부선장 역시 " 운하의 바닥은 전부 인공이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카페트 같은 것으로 깔여있다. 빨리 달리면 스크류 때문에 전부 파손될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보스만스 선장은 "현재 시속 약 10km로 달리고 있는데 보라. 물결이 출렁이지 않나? 만약 30km로 달리면 훨씬 물결이 더 출렁일 거고, 그러면 제방이 전부 무너지고 말 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추부길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은 "우리는 최소가 6미터"라며 "수심이 깊어지면 배의 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니까 운하를 반대하시는 분들이 뭐 독일에서 몇 KM 구간에 몇 시간 걸렸으니까 한국은 그대로 계산하니까 '뭐 60시간 걸릴 거다' 그건 운하의 기본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보스만스 부선장은 "강이 흐르는 방향으로 운항하면 시속 18에서 20km로 가기도 하지만 강을 거슬러 갈때는 시속 5km, 8km로 가기도 하고 10km, 12km로 가는 곳도 있다. 물이 흐르는 세기에 따라 매번 다르다"라고 일률적으로 배의 속력을 유지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배의 속력을 높이지 않는 또다른 결정적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보통의 경우 (기름을) 시간당 160리터 정도 쓴다. 그러면 1시간에 8km정도 간다. 전속력을 낸다면 1시간에 300리터가 드는데 그렇게 하면 (1시간에) 9km 정도 간다. 단지 1km 차이가 날 뿐이다. (1시간)에 140리터를 더 쓰고도 1kmM 밖에 더 못가는데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속 20Km 이상으로 달린다면 높은 연료 때문에 적자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벌크 화물이 대부분, 운하의 물류 수송분담률은 고작 5%
운하 화물선을 통해 실어나르는 제품도 시멘트, 철강석 등 원자재가 대부분이었다.
추부길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은 "공산품의 경우는 하루 빨리 만들기만 하면 물류비 절감효과가 크기 때문에 그렇게 제품을 생산해 가지고 운하로 보내면 되는 것"이라며 "그러면 그만큼의 경제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건 기업의 오너라면 상식에 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PD수첩>이 탑승했던 화물선 브리조 호 내에 실린 유일한 화물은 '철강석'이었다. 취재진이 독일 현지 르포 도중 본 대부분의 화물선이 브리조 호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컨테이너화가 필요없는 원목.시멘트.철강.곡물 등을 싣고 있었다.
MD운하의 물류운송 분담률도 극히 낮았다.
MD 운하 건설후 최대 수혜지는 독일 뉘른베르크. 도로와 철도, 운하가 만나는 교통의 요충지로 MD 운하 최대 내륙항구이자 물류기지가 됐다. 헤랄드 로이폴트 뉘른베르그 항만관리사 대표는 "운하를 통한 운송은 5%, 25%는 철도를 통해 운송하고 그리고 나머지 70%는 화물차량으로 운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 당선인측에서는 경부고속도로 화물량의 80%를 경부운하가 흡수해 교통체증도 사라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헤랄드 로이폴트 대표는 그러나 "뉘른베르그에서는 하이테크 제품들이 많이 생산되는데 하이테크 제품은 부피가 작고 값이 비싸다. 신속하게 운송되어야 하기 때문에 운하보다는 철도나 화물차로 운송해야 된다"라고 이 당선인측과 다른 얘기를 했다.
MD운하 건설 참여학자 "독일은 절대로 새 운하 만들지 않을 것"
당연히 대운하의 '경제적 편익' B/C비율도 도마에 올랐다.
MD 운하 건설시 경제성 평가에 참여해 경제성이 높다고 주장해 운하 공사 재개의 결정적 역할을 했던 독일 경제연구소 이포(IFO)는 "독일 MD운하의 편익 비율도 1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B/C 비율이 1을 넘지 못했다는 말은 운하 건설비용으로 100원을 썼는데 착공 후 수입이 100원에 미치지 못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
그러나 이 당선인측은 경부 운하의 비용편익을 최소 2.3으로 주장하고 있다. 추부길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은 "우리가 말하는 경제성 분석은 곽승준 교수가 발표한 2.3이 있는데 그건 최소한을 잡아서 그렇다. 그러니까 경부간의 물동량이 최소한 104만 TEU 정도 됐을 때 그 정도가 나온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훨씬 더 높게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힐데가르드 아놀드 로트마이어 IFO 경제연구소 교통경제학자는 세계적으로 가장 물동량이 많은 '파나마 운하'나 '수에즈 운하' 정도만 그런 숫자가 나올 것이라 일축했다.
로트마이어 IFO 학자는 "계산을 해봤더니 도나우 지방에서 노트르담까지 목재를 운반하는데 화물차를 이송하는 편이 싸게 먹혔다. 화물차에서 배로 물건을 옮겨 싣는 비용만 줘도 화물차들은 노트르담까지 운행을 하니까. 수로운송은 아주 먼 운송기간일 때만 의미가 있다"라고 운하의 경제적 가치가 낮음을 시인했다. 그는 더 나아가 "값싼 물건이나 운송기간이 느려도 상관없는 그런 제품들만 배로 날라야 한다"며 "독일은 갑문을 보수할 수는 있지만 절대로 새 운하를 건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실상 자신들이 행한 경제성 평가가 실패작이었음을 시인한 셈.
<PD수첩> 취재진이 탑승한 화물선 브리조 호의 부선장 티베르기어는 취재진이 건넨 대운하의 구상도를 본 뒤 "이렇게 (운하로) 가는 것보다, 이렇게 (바다로) 가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 이게 훨씬 빠르지"라며, 3면이 바다인 한국에서 내륙운하를 건설하려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독일 유람선들 폐업 속출 "8시간짜리 유람에도 승객들 반발 심해"
<PD수첩>은 이 당선인측이 내세운 '관광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추부길 대통령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은 "옛날같이 우리나라의 관광문화가 1박2일, 2박3일이 아니고 3만불, 4만불 되면 슬로우 라이프가 정착된다. 그럴 때는 여유를 즐기면서 관광도 이제 3박4일이 이런게 아니고 6박7일, 10박11일 뭐 이렇게 가는 것"이라고 일주일이 넘는 대운하 관광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불이 되면, 4집당 하나꼴로 요트를 보급한다고 그런다. 그게 이제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가 지금 10년 내 4만 불이다. 그럼 요트를 통해서 관광을 다니는 시대가 불과 10년 안에 도래를 하게 된다"며 개인 요트까지 경부 운하를 운항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PD수첩>은 그러나 "서울에서 남해까지 유람선을 타고가자면 당선인측 주장대로라도 30시간은 걸린다. 그 구간에서 20km 터널을 3시간 지나야한다"며 관광의 비현실성을 꼬집었다.
MD운하 최대 항구인 뤼른베르크 항구에서 <PD수첩>과 만난 유람선 선주 폽은 "10월부터 4월까지 7개월간 유람선 운행은 하지 않는다"며 "예전의 운항로는 모두 폐지시키고 지금은 휴가철에만 운항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이유로 "베르힐에서 밤베르그까지 편도로 8시간이나 걸리는 노선을 포함해서 10시간, 11시간 걸리는 장거리 노선들은 모두 폐지시켰다. 승객들의 반발이 심했기 때문"이라며 "몇몇 대도시를 빼고는 유람선을 타는 관광객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당시(MD운하 개통 당시)에는 새로운 것이었고 사람들이 호기심을 느낄 수 있었으나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그때와 또 다르다. 이게 첫번째 이유고요. 두번째는 이 지방에서 여가, 레저를 즐길 기회들이 더 다양해졌기 때문"이라며 운하 관광 쇠퇴 이유를 설명했다.
네덜란드 전문가 "더 자세한 연구 필요"
<PD수첩>은 마지막으로 네덜라드 암스푸르트를 방문, 지난 해 10월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대운하의 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국회까지 방문한 DHV(네덜란드 도시계획 컨설팅 업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러나 당시 국회에서 박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던 튀이베 판 엘렌 DHV 관계자는 " 아니다. 그렇게 말한 적 없다. 경인운하의 타당성을 조사한 결과 경제성이 보여서 경부운하 역시 경제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며 한걸음 물러섰다.
그는 "매우 야심찬 계획이다. 하지만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야심 자체는 좋다. 우리도 기꺼이 돕고 싶다.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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