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되면 대박. 얼마나 오를지 예측불허"
[지금 강남은] 이명박의 아파트 재건축 규제 완화에 '들썩'
“나는 서울뿐 아니라 기존도심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같은 용적률이라도 고층화시켜 도시의 휴식공간을 넓힐 수 있다.”(이명박, 21일 인터넷 언론사 간담회)
지금 강남이, 이명박 후보의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공약에 들썩이고 있다.
이명박 후보 발언후 강남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매물이 싹 사라졌다. 매물만 나오면 사겠다는 이들은 많으나 매물 자체가 사라져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실현 되면 대박. 얼마나 오를지 예측불허”
1만5백 세대가 모여 있는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한양, 신사동 미성 아파트 단지. 참여정부 5년간 이 지역 아파트값은 대부분 세 배 이상 올랐다. 그러나 참여정부에 불만이 크다. 2005년 야심적으로 추진하던 매머드 재건축 플랜이 건교부에 의해 좌절됐기 때문. 당시 이 지역 주민들은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들을 싹 밀어내고 50~60층까지 주상복합아파트 23개동을 신축, '강남속의 강남'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럴 경우 타워팰리스보다 집값이 비싸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압구정동 구현대의 인근 A부동산 관계자는 21일 “워낙 오랜 기간 정부의 각종 규제에 묶여있던 터라 이명박 후보의 발언을 듣고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최근 들어 급매물을 찾는 사람들은 늘고 그나마 몇 안되던 매물들도 소유주들이 다 거둬간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수년간의 기대심리가 다음 정부 때 현실화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 B부동산 관계자 역시 “주상복합이나 초고층 재건축은 결국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며 “당장 개발이익환수제나 소형주택 의무비율 확대 같은 규제조항만 없애줘도 이 지역의 재건축을 활기를 띨 것”이라고 큰 기대를 나타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도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참여정부가 강남은 묶고 수도권은 푸는 방향으로 가면서 결국 전국적인 집값 폭등을 불러일으킨 것”이라며 “오히려 신도시를 줄이고 실거주와 생활이 가능한 서울 지역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펴야한다”며 이명박 후보 공약에 전폭적 지지를 나타냈다. 그는 “강남지역의 재건축 규제가 풀리게 될 경우 한강 조망권 확보,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과 연결되면서 가격 상승 폭을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주민들도 이명박 후보 공약에 환호하기는 마찬가지.
1988년 구현대 아파트에 입주한 한 주민은 “현대, 한양, 미성아파트 모두 지나치게 낡았다. 단지 페인트칠만 새로 하니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보이지만 수도파이프가 녹슬어 녹물이 매일 나올 정도”라며 “이 지역 사람들은 대부분 장기 거주자들이고 투기를 목적으로 옮겨다니는 사람들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어차피 팔고 나가려면 4억원 넘는 양도세를 내야하는 상황에서 누가 나가고 싶어하나"라며 "세제 완화가 안된다면 재건축이라도 풀어서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해줘야한다"고 이 후보 공약에 적극 지지입장을 밝혔다.
서초구 반포-잠원 환호, "이명박, 방향 제대로 잡았다"
한강 조망권을 끼고 있는 서초구 반포-잠원 역시 이 후보 공약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서초구 반포 한양 11차 인근 A부동산 관계자는 “이명박 후보가 드디어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다”며 크게 환영했다. 그는 또 “요 며칠 사이에 부동산 관련 문의, 특히 동향에 대한 상담 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며 “대부분의 주민이 이 후보의 말을 익히 잘 알고있다. 사실 연말 대선도 있고 해서 여기 사람들은 부동산업자보다 정보가 더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강남만 딱 떼어놓고 이야기하자면 이번 대선의 핵심 화두는 부동산 문제”라며 “그런 면에서 이명박 후보는 강남의 요구사항을 명확히 잘 짚었다.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강남 몰표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라고 주장했다.
잠원 D 부동산 업자도 “재건축 규제가 풀리고, 종부세도 완화되고, 거기다 양도소득세도 완화되면 부동산 투자가 다시 활발해질 것은 뻔한 이치”라며 “이 후보 정책은 10년 미래를 내다보는 일종의 투자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향후 10년동안은 강남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주장인 셈.
재건축 사업추진을 보류하고 있는 반포 한신 6차 아파트에 사는 50대 김 모(여)씨도 “재건축하는 데 무슨 놈의 규제가 그렇게나 많냐”며 “개발부담금 내야 한다지, 임대아파트도 지어야 한다지, 평수가 코딱지 만하게 해야 한다지... 이래 가지고 우리가 왜 우리돈 더 내고 생고생 하냐”고 현정부 정책에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는 “이명박 시장이 대통령되면 다 뜯어고치겠다고 하니 두고 봐야지, 어차피 이 정권은 글렀으니 우리도 굳이 이 정부 밑에서 재건축할 필요없지”라고 이 후보에게 큰 기대를 나타냈다.
한 부동산업자는 “40년전 현대건설때 강남을 개발해 놓은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돼서 또한번 대대적인 강남 개발을 할 것이라는 말이 업계에서 농반진반으로 오가고 있다"며 "이 후보의 추진력이 또다시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남 주택공급 확대엔 한결같이 반대
강남은 이렇듯 이명박 후보 공약에 환호하면서도, 이후보가 재건축-재개발 완화 논리로 내세운 '주택공급 확대'에 대해선 한결같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반포 한신 4차 아파트 인근 H부동산 관계자는 “지금 이 곳 주민들이 재건축을 하려고 하다가 포기한 것은 단순히 용적률, 재건축 규제 때문이 아니라, 새로 재건축할 아파트에 ‘소형평형 의무제도’라든가 ‘임대 아파트 의무 건설’ 때문이었다”며 “지금의 규제 정책은 현재 30평형대에 살고있는 사람이 자기돈 들여 집을 뜯어났는데 다시 30평형대 새아파트로 들어간다는데 누가 재건축에 동의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곳 주민들의 요구는 30평대 헌집 아파트를 부수고 40평대, 50평대 새 아파트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명박 후보 주장처럼 공급을 늘이기 위해 재건축을 완화한다면 평수는 지금처럼 늘어나지 않을 것이고 주민들은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재건축시 ‘소형평형 의무제도’ 즉 새로 짓게 될 아파트의 평형을 ▲전용 18평 이하(20%) ▲25.7평 이하(40%) ▲25.7평 초과(40%)를 의무화하고 있는 소위 ‘2-4-4’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포 M 부동산 관계자도 “만약 2-4-4를 지키지 않고 재건축을 하면 공급은 크게 늘어날 수 없다. 용적률을 아무리 높힌다 해도 고도제한이나 건물 간 일조권 문제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 대치 은마아파트 E 부동산 관계자도 “무조건 재건축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서 이 곳 사람들이 좋아할 리 없을 것”이라며 “더욱이 이 후보가 공급 확대를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쓸 것이라고 한다는데 이 곳 사람들이 강북처럼 빽빽해진 아파트 숲과 높은 인구밀도, 그에 따른 교통량 증가 등을 바랄 것 같냐. 그러면 더이상 강남이 강남이 아니지”라며 2-4-4조치 해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파트값 폭등해도 이명박 후보가 규제 풀 수 있을까"
하지만 극소수이지만, 과연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강남 주민들 요구대로 2-4-4 규제를 해제하는 등 대대적 재건축 규제 완화를 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하는 소리도 있었다.
강남 은마 아파트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만약 2~3년 전 가격이라면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후유증이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가격이 너무 올라 있는 상태라 섣불리 규제 완화 등 또다시 시장을 흔드는 조치가 취해지면 그 폭발력은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부동산중개업자도 "이 후보가 강남을 개발했던 때는 70년대였다. 그때는 강남이 황무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모든 인프라, 건물이 들어차있는 강남"이라며 "따라서 허허벌판을 밀어부친 것처럼 강남을 밀어붙이면 모든 게 터져버릴 수도 있다. 청계천 복원처럼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특히 강남 부동산 문제는..."이라고 지적했다.
은마 아파트 인근의 또다른 부동산업자도 "이 후보가 다른 것은 다 좋은데 미리 '내년에 어떻게 할 거'라는 식으로 공표하듯이 발표해 놓으면 실상 그렇게 못할 수도 있다"며 "더군다나 강남에 대한 여론의 인식이 안좋은 상황에서 규제 완화가 곧 '강남 살찌우기식'으로 비춰진다면 나중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압구정 신현대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도 “잠실은 그나마 집값 상승폭은 컸어도 세대수가 늘어나고 임대평형이나 소형평형의 공급효과가 있었지만 압구정동처럼 평형대가 큰 아파트들은 세대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별로 없다”며 “결국 강남의 가장 비싼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더 고급 아파트에서 살기 위한 요구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전국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일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요즘은 업계에서도 무조건적인 공급확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며 “또다시 시장을 흔드는 규제완화 조치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환영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이명박, 부동산 재앙 몰고올 것"
강남에 다시 부동산투기가 일 경우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이명박 후보는 용적률이 현재 150~250%인 강남의 고층아파트를 초고층아파트로 개발할 수 있도록 용적률을 완화하겠다고 발언했는데, 이는 30년 전 강남 신도시를 또 다시 뉴타운으로 만들겠다는 정책으로 부동산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본부장은 “이 후보 발언은 결국 강남의 2~30년된 15층짜리 아파트를 50~60층으로 늘려짓게 해서 용적률을 500~600%로 높여줄 수도 있다는 암시로 해석되면서 시장에 잘못된 믿음을 갖게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아파트값 폭등의 진원지인 강남을 또 다시 자극함으로써 전국적 가격폭등현상이 재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강남 지역의 한나라당 모 의원도 "이명박 후보의 재건축 규제완화 발언후 지금 지역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다"라며 "아파트 문제는 노무현 정권이 몰락한 핵심문제인데 이러다가 역풍을 맞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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