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신용등급 6단계 강등. "러시아 경제붕괴 총공세"
IMF사태때 한국 이어 처음. 러시아발 금융위기 발발 우려 확산
이들 신평사가 한 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6단계나 강등한 것은 1997년 IMF사태때 한국에 이어 초유의 일로, 신평사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월가 등 서방이 러시아 경제붕괴를 위해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으면서 '러시아발 금융위기'로 발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한꺼번에 6계단씩 낮췄다.
무디스는 이날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B3'로 6단계 하향했다.
피치도 러시아 신용등급을 종전 'BBB'에서 'B'로 6단계 낮추는 동시에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려 추가 하락을 경고했다.
피치는 "국가 신용등급이 한 번에 6계단이나 낮아진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당시의 한국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주 러시아를 '투기등급'으로 강등한 바 있다.
앞서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달 28일 러시아의 외화보유액 6천400여억달러(약 771조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국제 제재로 사실상 동결된 것으로 추정하면서,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올해 러시아 경제는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러시아 금융 시스템에 7조루블(약 86조4천억원)의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2일 밝혔다. 러시아인들이 앞다퉈 현금 인출(뱅크런)에 나서면서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진 것.
서방은 아직 러시아에 대해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일(현지시간) 러시아 은행 7곳을 오는 12일부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와 가스프롬방크 등 두개의 러시아 주요 은행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 두 은행은 EU 회원국들이 러시아 가스와 석유 구매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SWIFT 결제망에 남겨뒀다.
이들마저 SWJFT에서 뺄 경우 유럽 등 세계 유가와 가스값이 폭등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혹한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경우 배제 가능성을 경고했다.
추가 제재가 없더라도 스베르방크는 이미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는 스베르방크의 유럽 자회사가 예금 대량 인출 사태로 인해 파산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이날 런던증권거래소에서 스베르방크 주가는 한때 95% 폭락했다가 78% 하락한 0.0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베르방크 주가는 연초 이후 주가가 99.9% 폭락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1997년 IMF사태때 우리가 뼈저리게 경험했듯, 구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강등은 파괴력이 엄청나 국가 디폴트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이럴 경우 그 후폭풍은 러시아에서 그치지 않고 러시아 금융기관들에 막대한 돈을 빌려준 서방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대러시아 채권 손실 위험'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과 유럽, 일본 금융기관의 러시아 채권 잔액이 총 18조엔(187조원)으로 손실 위험이 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를 함부로 국가부도 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크나,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이 더욱 잔혹할 형태로 진행될 경우 시장의 논리에 따라 자금 이탈이 벌어지면서 러시아가 쓰러지면서 연쇄적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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