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이순신 장군' 현수막 철거
IOC, 한국 선수단 사무실 찾아 현수막 철거 요구
대한체육회 직원들은 17일 오전 일본 도쿄 주오(中央)구 하루미(晴海) 지역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거주층에 내건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철거했다.
직원들은 총 8개의 이뤄진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현수막을 한 개씩 풀었다.
일본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날 선수촌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철거되는 장면을 휴대폰 카메라로 담았고, 밝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철거 전에 만난 도쿄 시민 니호코 가누 씨는 연합뉴스에 "한국 선수단이 문제가 될 수 있는 현수막을 선수촌에 걸었다는 내용을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올림픽 정신을 위반한 한국 선수단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문구는 정치적인 내용이 아니며, 오히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독도를 일본 영토로 왜곡했다'라는 취재진 말에 "독도는 수백 년 전부터 일본 땅이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육회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임금에게 올린 장계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아직도 제게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한글 현수막을 제작해 선수촌에 걸었다.
일본 언론은 이를 두고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며 문제 삼았고, 한 극우 단체는 16일 한국 선수촌 앞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흔들며 시위를 했다.
파장이 커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한국 선수단 사무실을 찾아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고, 서신으로도 '현수막에 인용된 문구는 전투에 참여하는 장군을 연상할 수 있기에 IOC 헌장 50조 위반으로 철거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IOC에 현수막 문구와 우리 입장을 설명하면서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에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IOC는 모든 올림픽 경기장에서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도 올림픽 헌장 50조를 적용해 판단하기로 약속했고, 체육회는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철거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전했다.
IOC 올림픽 헌장 50조는 경기장 등 어떤 장소에서건 올림픽 기간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불허한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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