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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측 "당 못 믿겠다" vs 이명박 "당 잘해"

강재섭-김수한 '샌드위치' 신세, 제3의 후보검증위 구성론 급부상

강재섭 대표와 김수한 경선위원장 등 한나라당 지도부에 대한 박근혜 캠프의 불신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후보검증 공방 과정에 이명박 전서울시장측으로 경사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는 것.

발단은 지난 15일 정인봉 변호사의 96년 이명박 선거법 위반 자료 제출에 대해 경선위가 분개하며 해당행위로 규정, 징계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다음날인 16일 김유찬씨가 폭로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상황은 반전돼, 이때부터 박근혜 지지층과 박근혜 캠프에서는 한나라당 지도부에 대해 극한적 불신감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강재섭 체제'가 밑둥째 흔들리기 시작한 것.

이혜훈 "검증위 믿기 어렵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박근혜 캠프에서 후보검증을 총괄하고 있는 한나라당 경선위에 대한 총공세가 시작됐다.

박근혜 핵심측근인 이혜훈 의원은 20일 오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최근 정인봉 변호사의 폭로 사건과 관련) 검증위는 이 전 시장 문제를 검증의 가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하찮은 것인지 아닌지는 국민이 판단할 일이지 검증위는 사실여부만 판단하면 됐다"며 "검증위원회가 제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선위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이어 김유찬씨 폭로와 관련해서도 "이런 문제들이 당의 검증위가 과연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을지 굉장히 의문"이라며 "검증위는 쌍방 간의 주장 말고 뭘 더 할 수 있겠느냐"고 극한적 불신간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당시 검사를 맡았던 주성영 의원이 판결문에 적시하지 않았더라도 수사과정의 실체적 진실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한나라당의 주 의원이 증언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 뒤, "그것이 힘들고 신뢰성을 얻기 어렵다면 이 전 시장이 직접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해, 이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가기를 희망하는 박캠프의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경우는 잘 아시지만 지방선거 출마 후보에게도 음주운전이 3회 이상 넘으면 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국회의원의 경우도 선거법 위반 전력 정도는 공천 자격을 박탈하는 요건으로 사용해 왔다"며 선거법 위반 경력이 있는 이 전시장에게 원천적으로 후보 자격이 없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박근혜 캠프로부터 근원적 불신을 받고 있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취임후 최대위기에 직면한 양상이다. ⓒ연합뉴스


김태호 경남지사 "검증위 못믿겠다. 국민참여검증위 구성해야"

'친박(親朴)'으로 분류되는 김태호 경남지사도 20일 경선위에 대한 불신을 표시하며 새로운 검증기구 구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이날 기명의 글을 통해 "폭로전이나 비방으로 흐른다면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든, 지는 사람이든 모두 망하는 길이 될 것"이라며 박근혜-이명박 검증공방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필수적"이라며 새로운 검증위 구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검증 내용과 절차에 대해선 국민이 신뢰하고 후보자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검증 과정의 객관성과 후보의 경쟁력을 담보하기 위해 당외 인사를 중심으로 한 제3의 검증기구인 '국민참여형 검증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현재 당 경선준비위 내부에 있는 후보검증위를 당밖의 신망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새로 구성해 후보들의 도덕성 문제를 검증하게 하고, 정책 공약의 경우 정책 청문회 방식의 검증 절차를 거치게 하자는 것.

박근혜 캠프 "강재섭 원래부터 박근혜 사람 아니다"

박근혜 캠프의 한 관계자는 더욱 노골적으로 강재섭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표출했다.

그는 "강재섭 대표를 흔히 박근혜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며 "당 대표 선출때 당시 박근혜 대표가 마음에 두고 있었던 사람은 딴사람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전시장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지자 우려대로 강 대표 등 당지도부가 중립성을 잃고 한쪽으로 경사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며 "정인봉 변호사에 대한 즉각적 징계결정이 그런 대표적 증거"라고 주장하며, 강재섭 지도부에 대한 극한적 불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경선위의 김수한 위원장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원래 YS(김영삼 전대통령) 사람 아니냐"며 "최근 이명박 전시장이 YS를 자주 찾는 것도 의혹이 가는 대목"이라고 불신감을 피력했다.

이명박 "당, 잘하고 있어"

반면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0일 강재섭 지도부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 전 시장은 이 날 오전 서울 서초동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어둠속의 대화’ 시각장애인 체험을 하던 중 자신의 전 비서관이었던 김유찬 씨 등의 폭로 공세에 대해 “나는 대응을 하지 않겠고 당이 대체로 잘하고 있기 때문에 당 공식특위에다 (검증을) 맡기고 화합해서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당의 대응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여러가지 문제는 한나라당이 잘 처리하고 있다고 본다”며 “강재섭 대표 중심으로 잘 하고 있으니까 당에다 맡기고 후보들은 화합해서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거듭 당 지도부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김유찬씨의 폭로공세에 대해서도 “웬만한 것은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겠다. 그것이 당 화합하는 데 도움된다”며 재차 소이부답(笑而不答)론을 펴며, 21일 예견된 김씨의 2차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지. 나는 무관심"이라고 일축했다.

강재섭 지도부 당황

한편 이명박-박근혜 후보검증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으며 불똥이 한나라당 지도부로 튀자, 강재섭 지도부는 적잖이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후보 검증은 필요하지만 당의 공식기구에서 공정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거듭 '당 중심 검증론'을 편 뒤, "다행히 후보들이 외견상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데 그것이 진정으로 보이려면 자기측 식구들을 잘 단속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양측에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수시로 라디오나 TV에 출연, 자기 주장을 얘기다하다 오버를 해 상대 얼굴을 할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공식기구의 공정성에 시비를 거는 등 당의 방침에 시비하거나 상대방이 같은 당 후보라는 인식을 망각하고 지나치게 헐뜯으면 당의 기구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영세 최고위원은 "정인봉 변호사와 김유찬 씨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최근 검증 공방이 도를 넘고 있다"며 "말로는 당이 주체여야 한다고 하면서 후보진영에서 주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박근혜 캠프를 비판했다. 그는 "공작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자신의 전 특보가 나서 이전투구가 시작되고 지지모임까지 가세한다면 이 국면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내 입으로 하지 않았으니까 상관 없다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것"이라고 거듭 박근혜 캠프를 비판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이날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강재섭 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국민승리위원회에 자료를 보내오면 위원회가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국민승리위원회에서 이날 중으로 자료제출을 공식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캠프뿐 아니라 인명진 윤리위원장 등도 오는 3월10일 시한부로 후보검증 작업을 하겠다는 경선위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외부인사로 별도로 후보검증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앞으로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심형준,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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