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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정치권이 10만원권 발행 합의라니?"

경실련-흥사단, 여야-재경부의 10만원권 발행 "야합" 질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이례적으로 10만원 고액권 발행에 대해 전격 합의하고 재정경제부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10만원권 발행이 급류를 탈 조짐을 보이자, 시민단체들이 강력반발하고 나섰다.

'앙숙' 열린-한나라 10만원권 발행에는 '짝짜꿍', 재경부도 찬성

임영록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21일 정례브리핑에서 "고액권 발행과 관련해 국회에서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는 만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국회 입장이 결정되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후속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인플레 및 불법정치자금 확산 등을 우려해 반대해온 입장을 180도 바꾼 셈이다.

앞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국회 재경위에서 5만원-10만원 고액권 발행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태다. 단지 한나라당은 "한국은행법을 고쳐 고액권 발행을 강제하자"는 주장인 반면, 열린우리당은 "국회 차원의 고액권 발행 촉구 결의안을 내놓고 정부와 협의해 추진하자"는 방법론적 차이만 보이고 있을 뿐이다.

국회는 수년 전부터 고액권 발행을 추진했으나, 그때마다 비난여론에 직면해 이를 포기해왔다.

여야가 고액권 발행을 추진키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 신권 보관 창고. ⓒ연합뉴스


경실련 "서민정책은 방치하던 국회 재경위가..."

이렇듯 정치권과 정부가 사실상 10만원 고액권 발행에 합의하자, 경실련, 흥사단 등 시민단체들은 이를 '여야 야합'으로 규정한 뒤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21일 "정치자금이나 뇌물, 검은 돈거래의 폐습이 근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10만원, 5만원권 화폐발행은 투명하지 않은 거래의 단위를 고액화시켜 수표발행비용의 절감을 상회하는 사회적 부패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경실련은 "우리사회에서 해결하지 못한 가장 고질적인 사회부패 중 하나가 바로 불법정치자금 문제"라며 "'사과상자', '차떼기' 등의 단어를 유행시킨 천문학적 액수의 대선비자금은 불법 정치자금으로 점철된 우리 정치권의 표본으로, 고액권 발행은 불법 정치자금의 조성을 더욱 용이하게 하고 탈세와 검은 돈거래의 폐습을 더욱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실련은 또한 "정치권은 고액권 발행을 통해 연간 4천억원에 달하는 수표 발행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전자화폐, 신용카드, 체크카드, ATM과 인터넷 뱅킹 등의 발달로 고액권 화폐의 필요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따라서 고액권 발행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거래의 양성화와 신용카드, 온라인 거래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수수료를 적정화, 합리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또 고액권 발행이 부동산거품 파열 위기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재경부는 "우리 경제는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며 "부동산시장의 연착륙과 안정적 경제운용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현 경제상황에서 경제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고액권 발행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서민경제의 회복을 위한 정책을 방치했던 국회 재경위원회가 유독 고액권 발행에는 수년째 집요하게 집착하고 있는 점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부동산투기의 근절과 집값안정,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 마련, 금융소비자 보호제도의 마련 등 시급한 민생현안을 외면했던 정치권은 경제의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고액권 발행요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여야 야합을 질타했다.

흥사단 "아직까지 우리나라 부패집단 1위는 정치인"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얼마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투명성 연구에서 우리나라의 부패 집단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은 정치인이었다"며 "바로 그 정치권에서 여야 합의로 10만원권 발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키로 합의하였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정치권을 질타했다.

흥사단은 "10만원권은 거래의 편의성을 줄지는 몰라도 음성적 거래를 합법하고, 조장화할 것"이라며 "이제 상거래에 있어서 수표와 신용카드, 인터넷 뱅킹이 관행화되어 투명사회로 가고 있는 마당에 고액권의 출현은 상거래의 불투명을 조장하는 길이 될 것이며 다만 정치권 등 불법자금의 거래만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여야 추진 배경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흥사단은 또한 "고액권은 우리 국민에게 있어서도 돈의 가치를 경시하는 풍토를 갖게 한다. 화폐 단위가 커짐에 따라 심리적인 경계심이 줄게 되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우려가 적지 않다"며 "물가가 오르는 것을 배제할 수 없고, 일반 국민들도 그야말로 씀씀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집안의 가장들은 세뱃돈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만큼 고액권은 우리 사회에 파장이 크다"고 인플레 위협을 우려하기도 했다.

흥사단은 "아파트가격이 폭등하여 나라 경제의 기조가 불안한 이 즈음에 정치권이 앞장서 고액권을 주장하여 경제를 흔들리게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고 거듭 정치권을 질타했다.

흥사단은 결론적으로 "고액권 발행은 우리 한국사회가 정치 사회적으로 투명한 사회가 정착되어질 때에 이루어져도 늦지 않다. 기업의 투명성을 국민들이 인정하고, 정치인이 깨끗한 집단이라는 소리를 들을 소리를 들을 때에 검토를 해도 늦지 않다. 최소한 부패인식지수 20위 이내로 들어올 때야 필요성이 공감될 것"이라며 "국회가 오히려 촉구를 결의할 것은 한국사회의 선진화를 위해 모든 비즈니스 및 개인간의 10만원 이상의 거래에 있어서 수표 및 신용카드를 사용하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집권하더라도 10만원권 발행 후회할 것"

익명을 요구한 모 거대금융그룹 회장도 본지와 인터뷰에서 10만원권 발행 추진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여야가 수년전부터 고액권 발행을 추진해온 속내는 뻔하지 않냐"며 "그러나 향후 경제상황을 볼 때 다음 정권을 열린우리당이 다시 잡든 한나라당이 잡든 10만원을 발행하면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10만원을 발행하게 되면 부패자금이 크게 늘 것은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 보아도 인플레 위협이 극심해질 것"이라며 "한 예로 지금 7~8만원하는 호텔 음식값은 은근슬쩍 10만원이 될 것이고, 한 예로 4천5백원 하는 설렁탕값도 5백원 단위가 떨어져나가면서 5천원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또 "웬만한 부조금이나 조의금도 10만원권을 내야 되는 상황이 오고 심지어는 설날 세배돈도 그렇게 되는 등 전방위로 인플레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음 정권 들어 부동산거품이 터질 게 확실한 마당에 10만원권 발행으로 인플레까지 가세할 경우 한국경제는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한국은행에 대해서도 "10만원권 수표 발행액 4천억원을 아낀다는 식의 안이한 접근법으로 10만원권 발행을 추진할 게 아니라, 10만원권 발행이 몰고올 파장을 장기간에 걸쳐 신중히 연구검토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물가가 이미 일본보다 비싸진 현실을 도외시하고 일을 추진했다간 심각한 위기를 자초하게 될 것"으로 경고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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