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최태원 SK회장 "1심때 거짓말했다"
변호인 바꾸면서 전략 수정, 검찰 "위증 명백해졌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50) SK그룹 수석부회장도 "법적 책임이 낮을 것으로 판단해 '방어막'이 되기로 하고 수사기관과 재판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의 위증이 명백해졌다. 책임을 물어 '거짓말 퍼레이드'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항소심 첫 공판에서 최 회장의 변호인은 "펀드 출자금 조성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1심 진술은 사실이 아니다"고 진술했다.
변호인은 "펀드 조성자가 곧 선지급금 인출자로 이어지는 구도에서 어쩔 수 없는 진술이었다"며 "다만 횡령 혐의가 붙은 펀드 인출에는 관여한 바 없고 인출 자체를 알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 본인도 "앞선 재판에서 출자에 관해 잘못 말씀드린 점 사죄드린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변호인을 김앤장에서 태평양으로 바꿨다. 새 변호인단이 변론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최 부회장도 진술을 바꿨다.
그동안 최 부회장은 펀드 출자와 인출을 모두 자신이 주도했고 형인 최 회장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 왔다.
최 부회장 측 변호인은 허위진술을 해온 데 대해 "450억원을 잠시 쓰고 상환한 정도면 책임이 낮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사법방해적 행위를 인정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점을 참작해 달라"고 말했다.
최 회장 형제 측은 펀드 출자금 선지급 명목으로 SK그룹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주체로 '제3자'의 범행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준홍(47)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해외 체류 중인 김원홍(52)씨가 주도해 자금을 인출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비난 가능성이 큰 비리 백화점 같은 행태를 보이며 황당하게 진술을 변경했다"며 "재벌이란 이유로 표적이 된 것처럼 강변하지만 자금출처와 용처를 보면 개인적인 재산 범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는 최 회장의 부인 노소영(52)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방청석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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