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우리 사회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참여정부의 실정으로 국민들의 답답증과 불만이 가득한 상황을 빗댄 '밀운불우(密雲不雨)'가 선정됐다.
참여정부 어설픈 개혁정책에 대한 불신도 커
<교수신문>은 지난 5~11일 교수신문 필진과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교수 2백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우리나라의 정치ㆍ경제ㆍ사회를 풀이할 수 있는 사자성어로 전체의 48.6%가 ‘밀운불우'를 꼽았다고 밝혔다.
‘밀운불우’는 ‘구름은 빽빽하나 비는 오지 않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여건은 조성됐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아 답답함과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뜻한다.
교수들은 "상생정치의 실종, 대통령 리더십 위기로 인한 사회적 갈등, 치솟는 부동산 가격, 북한 핵실험 등 순탄하게 풀리지 않는 정치ㆍ경제ㆍ동북아 문제로 인해 사회 각층의 불만이 폭발 직전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분양원가 공개 등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경실련 회윈들. 그러나 끝내 올해도 분양원가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병성 기자
2위에는 어설픈 개혁으로 오히려 나라가 흔들렸음을 의미하는 ‘矯角殺牛’'(교각살우)가 22.1%로 꼽혔다.
또 3위와 4위에는 한국사회의 모순이 해결될 전망이 보이질 않는 것을 빗댄 ‘萬事休矣’(만사휴의, 11.1%), 개혁과정에서 미흡한 전략과 전술로 강고한 기득권층과 맞서려는 행태를 묘사한 ‘螳螂拒轍’(당랑거철, 9.1%)이 올라, 교수들이 참여정부의 어설픈 개혁정책과 한국사회의 한 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답답한 현실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음을 잘 드러냈다.
교수들은 또 ‘2006년 한국사회에서 안타까운 일’로 북한 핵실험(23.1%), 부동산 정책실패(18.3%), 황우석 전 교수 논문조작 사건(7.7%),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 위기(6.75%), 한미 FTA 졸속 추진(5.3%) 등을 꼽았다.
"올해에 기쁜 일 없었다"
‘2006년의 기쁜 일’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절반(50.0%)이 ‘없다’고 답하거나 답변을 하지 않는 등 대부분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21.2%는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이라고 답했고, 이어 수출 3천억 달러 달성(8.7%), WBC 대회에서 한국야구의 선전(3.4%),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약진(1.9%), 하인스 워드 모자(母子) 이야기(1.9%) 등을 꼽았다.
‘2006년 의미있는 실천가’로는 12.0%가 ‘악조건 속에서 제 자리를 지키거나 이름 없이 남을 도운 이웃들’이라고 답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11.1%)이 뒤를 이어, 반기문 사무총장의 취임이 한국 외교 사상 가장 큰 경사임을 다시 확인했다.
이에 대해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현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주도하는 정국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사자성어”라며 “현 정권의 실정으로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이 한계상황에 도달한 것을 잘 나타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