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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적인, 너무나도 관료적인 세금 짜내기”

[뷰스 칼럼] 양극화 심화시킬 ‘재경부식 양극화 해법’

빈부 양극화 해법을 놓고 새해 벽두부터 정치적 논란이 뜨겁다. 정부나 정치권이 뒤늦게나마 양극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법 찾기에 나섰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극화의 양지만 바라보려 할 뿐 음지를 애써 외면해온 이들이기 때문이다. 오는 5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시작으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총선 등 일련의 정치 일정이 향후 3년간 빽빽이 잡혀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나, 속내가 무엇이든 간에 이들이 양극화 문제의 파멸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유의미하다.

문제는 양극화 해법의 내용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아무리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출구조를 바꾸더라도 재원이 절대 부족하다”며 증세를 통한 양극화 해법을 내놓았다. 재정경제부는 이를 뒷받침하듯 즉각 지난해 말 논란 끝에 백지화한 소주세율 인상을 재추진했다. 아울러 소득공제 축소와 생필품 부가가치세 부과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세금을 더 거둬 서민들을 돕겠다는 식의 어이없는 발상이다. 우리나라는 간접세 비중이 직접세보다 높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소득분배 역행적 조세제도로 악명 높은 나라이다. 힘 있는 고소득층의 조세저항을 부담스러워 하는 반면 일반 다수국민은 업수이 보는 관료들의 안이한 발상의 결과이다.

소주세율 인상 등 증세 해법이 국민적 반발에 직면하자 정부는 이를 ‘없던 일’로 백지화했다. 그 후 나온 대안은 “세금을 올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모든 방안’이란 사실상 ‘무대책’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

관료들은 언제까지 미봉책으로 양극화 문제를 호도하려 하나. 과천 제2종합청사 ⓒ 뷰스앤뉴스


정부의 갈팡질팡에 대해 야당인 한나라당은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특히 “참여정부 들어 늘어난 공무원만 4만명, 늘어난 인건비가 4조원”이라는 점을 들어 참여정부가 양극화 심화의 주역이라고 비난했다. 박근혜 대표는 신년 연설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20여년간 분배개선에 노력해왔고 그 각각의 시대정신에 맞는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며 “이제 다시 성장으로 나아갈 때가 왔다”고 감세를 통한 성장 드라이브를 양극화 해법으로 내놓았다.

야당의 ‘큰 정부’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작고 효율적 정부’가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극화 해법으로 ‘성장 정책’을 제시한 것은 단견이다. 특히 지난 20여년의 분배 개선 노력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는 진단은 더욱 잘못됐다. IMF 사태후 전면 도입된 신자유주의에 따른 비정규직 양산과 부동산 경기부양책에 따른 불로소득 양산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세계 최악의 상태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나라당이 그동안 강력히 주장해 관철시킨 법인세 인하 등 성장촉진책도 그 혜택의 대부분이 가뜩이나 단군 이래 최대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대기업에게 돌아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를 한층 심화시킨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이렇듯 여야는 양극화의 심각성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도리어 양극화를 심화시킬 정책만 내놓고 있는 양상이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양극화 해소가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국민 호주머니에서 세금을 더 거둬 문제를 풀겠다는 식이나, 대기업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성장 드라이브 정책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식의 접근은 구태의연한 접근법이 아닐 수 없다.

양극화 해법의 핵은 비정규직 양산의 차단과 서민들의 안정적 일자리 창출, 그리고 창의적 재원조달이다.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숫자는 정규직 숫자를 앞지르면서 빈부 양극화 및 내수경제 장기침체의 근원을 제공하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앞서 추진한 서방의 OECD국가들이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암묵적 사회합의에 따라 전체 노동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되는 대목이다. 더 이상의 파괴적 양극화를 막기 위해선 비정규직 양산을 차단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히 요구된다.

아울러 서민들의 안정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범사회적 노력도 요구된다. 한 예로 청계천의 경우만 보아도 개발이익의 대부분을 주변 빌딩이나 상가가 흡수하고 있고, 기존의 노점상 등은 개발과 함께 주변부로 밀려났다. 이때도 청계천 산책로에 표준규격과 깨끗한 디자인의 노점점포를 허용한다면 수백 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일자리 창출이란 이처럼 구체성과 현장성을 띄어야지 재원만 갖고 풀려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재원 조달의 경우도 증세를 통해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정부 및 지자체 예산 절감분을 재원으로 삼는 게 마땅하며, 최근 러시아나 중국 정부가 하고 있듯 길거리나 도로, 다리 등의 광고권을 대기업에게 매각해 새로운 재원을 창출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머리를 좀 쓰라는 얘기다.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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