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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콘의 몰락', 그 역사적 교훈

[김동석의 뉴욕 통신] 네오콘은 잠시 은둔할뿐

2002년 여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을 결심하기 직전 휴가를 보내면서 책 한권을 정독했다. 50년 동안 미.소간 냉전을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규정해서 이름을 날린 네오콘의 군사전력가 엘리엇 코언이 쓴 <최고사령부(Supreme Command)>라는 책이다. 전쟁을 군인의 손에만 맡겨두면 안되고 민간인 지도자가 부하 군인을 간섭하고 지시해야 한다는 요지의 책이다.

저명한 학자의 학문적 성과가 군사전략의 지침이 되었고 그로 인하여 이라크 전쟁은 군인이 아닌 민간인 사령관 부시 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 의해서 진행되어 왔다. 정치인이 연단에서 웅변하듯이 수행한 전쟁이 한 국가 권력을 침몰시키고 있다. 중국무협지의 흥미진진한 광경에 매료되어 전쟁놀이를 즐겼던 어릴 적 생각이 떠오른다.

하원 세출위원회 소속인 버지니아 출신의 프랭크 울프(Frank Wolf) 연방 하원의원은 공화당 소속답게 대통령이 결심한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고, 전쟁을 위한 예산을 배정하는 일에 남다른 소신을 갖고 일해 왔다. 그러나 종전을 선언했어도 추가 파병이 생기고 전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그의 고민이 커졌다. 이라크 전쟁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과의 토론을 거듭하면서, 이대로 가서는 안되며 분명한 ’돌파구(fresh eyes)'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국무장관을 지낸 당내 온건노선 외교안보정책의 거물인 제임스 베이커 전 장관과 협의하여 양당의 전직 상.하원 그리고 고위관료출신 5명씩을 선정해서 ‘이라크연구그룹’(ISG)을 결성했다. ISG는 2006년 3월15일 의회 의사당에서 첫 모임을 갖고 리 해밀턴(Lee Hamilton: 인디애나 출신이며 외교관계위원회에서 40여년 하원의원을 지낸 민주당 거물)과 제임스 베이커 전 장관을 공동의장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라크에서 종파간 폭력사태가 격화되어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부시행정부의 이라크 정책 대안을 연구해 온 이라크연구그룹(ISG)이 지난 6일 보고서를 발표했다. 1백60쪽 분량의 ISG보고서에는 ‘이라크 상황이 엄중하고 위태롭다’(Grave and Deteriorating)고 판단했고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경우엔 이라크 정부 전복과 종파분쟁 확산, 알카에다의 기반이 다시 강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으로서 성공을 위한 묘책은 없지만 상황을 개선시킬 수는 있을 것으로 확언했다.

이라크연구그룹의 공동의장인 리 해밀턴(왼쪽) 전 의원과 제임스 베이커(오른쪽) 전 국무장관이 지난 6일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과 보고서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 백악관


또 미군은 전투가 아닌 훈련과 지원 위주로 재편되어야 하며 2008년 1분기까지 필수경비 병력을 제외하고서는 철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방적 무력사용의 기존 정책궤도에서 벗어나 우선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국제적 합의 구축을 위한 외교노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란과 시리아와도 협상에 나서야 하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도 미국이 직접 다뤄야 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실패를 면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정치 지도자들, 그리고 의회와 정부 각 부처간의 협력과 단결이 절실하다고 했다. ISG 보고서는 아주 단호하게 ‘부시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기존 접근법을 고수한다면 이제는 미국이 위태해질 것이다’라고 하면서 기존전략의 수정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이 ISG의 권고를 전격 수용하여 이라크 철군 일정표를 제시하고 그리고 자신이 세계만방에 단호하게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이란과 시리아와 직접 대화에 나설 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이 처한 저변의 참담한 상황들을 감안할 때 ISG의 권고안을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라크전쟁의 후유증으로 이미 지지도가 30% 선에 맴돌고 있으며 중간선거 참패로 인하여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의회도 민주당이 완전하게 장악했다. 대통령은 6일 ISG위원들과의 백악관 조찬회동에서 보고서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하면서 “ 보고서가 이라크 상황을 아주 냉혹하게 평가하고 있지만, ISG의 제안은 흥미있는 것이다. 적절하게 대처하겠다” 라고 정책 변경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워싱턴의 네오콘들이 ‘존경받기보다는 두려움을 갖게 하겠다’ 라고 호언장담하면서 과감하게 일으킨 이라크 전쟁이 만 4년 만에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왔다. 이들은 딕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비호를 받으며 거침없이 전쟁을 주장해 왔다.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해야 한다고 ‘공격적인 안보’ 와 ‘유일 패권체제’를 주장했다.

그늘에서 돌연변이로 자라난 네오콘들이 지금 상황에서 사라지는 것 같지만 늘 그랬듯이 그들은 잠시 운둔할 뿐이다.

그러나 그들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슈퍼파워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은 미국의 실패 뿐 아니라 세계의 실패로 귀결된 중요한 ‘반면교사’의 생생한 역사적 사례가 될 것이다. 인류역사에서 평화의 길은 그냥 오질 않았다.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김홍국 기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4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고, 미국의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한국어 정치광고를 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을 높임에 따라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10 6
    네오콩

    1억 인디언 도살하고 세운 나라, 미국
    80년대이후 유태인들이 신자유주의 내걸면서
    미국도 개판 5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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