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편입이 결국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에 배정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남아공월드컵) 출전티켓을 사실상 '제로(0)'로 만들고 말았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6일 오전(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남아공월드컵 대륙별 출전권 배정을 확정했다.

아시아 5위팀이 오세아니아 1위팀과 플레이오프

이사회에서 AFC는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과 동일한 4.5장의 티켓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독일월드컵 예선에서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위팀이 북중미지역 4위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렀던 것과는 달리 남아공월드컵예선에서는 오세아니아대륙 1위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되었다.

따라서 AFC에 새로이 편입된 호주는 지난 독일월드컵예선에서 오세아니아대륙에 소속되어 플레이오프에서 북중미의 우루과이를 꺾고 월드컵에 출전했던것과는 달리 다가오는 남아공월드컵예선에서는 AFC에 소속되어 아시아국가들과 월드컵출전티켓을 우선 다투게 되고 최종예선에서 5위로 밀릴 경우 오세아니아 1위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결국 현재 FIFA랭킹 39위로 AFC 소속국가 중 이란(38위) 다음으로 랭킹이 높은 호주의 월드컵진출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그동안 호주의 벽에 막혀 월드컵 진출티켓이 걸린 플레이오프 출전의 기회가 막혀 있던 뉴질랜드 등 OFC 16개국의 입장에서 일면 환영할 만한 일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그것은 큰 오산이다.

현 오세아니아 축구 No.1 뉴질랜드 FIFA 131위. 아시아 22위 수준

현재 오세아니아 국가중 호주를 제외한다면 아시아지역 5위팀과 맞붙어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는 없다고 보는 편이 맞다. 지난 독일월드컵에서처럼 북중미의 4위팀과 붙어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다. 결국 오세아니아의 마지막 보루 호주가 오세아니아를 이탈 AFC에 편입된것은 OFC에 배정된 0.5장이라는 티켓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든셈이 되었다.

다만 OFC가 오세아니아 지역 1위팀을 아시아 최종예선에 넣자는 안을 제시, FIFA가 내년 3월에 있을 이사회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함으로써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합쳐 5장의 티켓을 놓고 아시아-오세아니아 최종예선을 치를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이 경우에도 호주가 아닌 오세아니아 1위팀이 아시아-오세아니아 최종예선에서 조 3위 이내에 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래도 저래도 오세아니아의 설 자리는 없어보이는 상황이다.

지난 독일월드컵예선에서 호주가 우루과이를 물리치고 월드컵에 진출했던 때만 하더라도 0.5장이라는 월드컵대회 진출티켓이 OFC에게는 '가능성 있는 게임'이었지만 현재로서 0.5장의 티켓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참고로 호주가 떠나온 OFC에서 현재 최고랭킹국가는 뉴질랜드로서 뉴질랜드는 FIFA랭킹 131위로 아시아 22위 수준이다.

'무늬만 아시아'호주, 월드컵티켓 욕심에 오세아니아 축구 고사(枯死)위기 초래

호주의 AFC 편입이 승인된 배경을 보자면 호주가 지난 독일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바 있는 만큼 호주의 AFC 편입이 월드컵무대에서 AFC의 체면치례를 해주기에는 유리한 면이 있고, 나아가 장래에 AFC에 배정되는 아시아의 월드컵티켓을 줄어들지 않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AFC의 계산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셰이크 아마드 알 파하드 알 샤바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호주를 아시아 축구에 편입시킨 AFC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같은 결정은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의 16개국을 죽이는 일로 이들 국가들만 피해를 입게 됐다"고 비판했다.

결국 '무늬만 아시아' 호주의 AFC 편입은 호주의 월드컵대회 진출확률을 높이고 아시아국가들의 월드컵대회 진출티켓 숫자를 지켜주는데는 도움을 줄 수 있겠으나 오세아니아 지역의 축구를 고사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이기적인 결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