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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연대, '교과서 역풍'에 대국민 사과

"좌편향 잡으려다 역편향 오류" "당연히 5.16은 쿠데타, 4.19는 혁명"

‘5ㆍ16 쿠데타’를 ‘혁명’으로 둔갑시키고 ‘4ㆍ19혁명’을 ‘학생운동’으로 폄하한 ‘교과서 포럼’(공동대표 박효종)의 이른바 ‘한국판 새역모’ 사건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있다. <중앙일보> 등 보수신문들까지 비난에 가세하는 '뉴라이트 교과서 역풍'에 당혹한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조심스레 ‘교과서 포럼’ 비판여론이 이는 분위기다.

올드라이트-뉴라이트, ‘교과서 포럼’ 일제히 비판

뉴라이트 진영 내 관계자는 30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현행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됐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굳이 5ㆍ16 쿠데타를 혁명으로 언급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교과서 포럼’을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또 “4ㆍ19혁명의 경우에도 엄연히 우리 헌법 전문에 ‘혁명’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학생운동’으로 표현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자칫 뉴라이트 진영 전체로 불똥이 튀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일단 ‘교과서 포럼’은 자유주의연대와 같은 뉴라이트 진영 일부와 연관돼 있을 뿐, 다른 뉴라이트 단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단체”라며 “마치 뉴라이트 진영 전체가 교과서 포럼과 연관된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억울해 했다.

이런 분위기는 올드라이트 진영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 진영의 핵심 관계자 역시 이 날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4.19 유족회에서 교과서 포럼장에서 폭력사태를 일으킨 측면에 대해 일면 이해가 갈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더 나아가 굳이 군사독재의 잘못된 부분까지 ‘혁명’으로 운운하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일 아니냐”며 ‘교과서 포럼’을 비난했다.

그는 “물론 과거 우리 역사를, 헐뜯고 비방하는 데에만 치우친 현 역사교과서 문제에 이의를 제기한 측면은 이해된다"면서도 “그래도 5ㆍ16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려도 ‘성공한 쿠데타’ 정도로는 가능하지만 그걸 굳이 '혁명'으로 정의해 논란을 부른 것은 명백한 오버”라고 비판했다.

이번 교과서 포럼 사태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진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 ⓒ김동현 기자


‘교과서포럼’ 비난 여론 거세지자 ‘자유주의 연대’ 사과

‘교과서 포럼’의 자매단체이자 해당단체의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자유주의연대’(대표 신지호)는 격앙된 여론에 당혹해하며 사과성 입장을 발표했다.

‘자유주의연대’는 ‘교과서 포럼’이 폭력사태로 얼룩진 30일 저녁 성명을 내어 “이번에 발표된 교과서포럼의 시안은 기존교과서의 좌편향을 바로 잡으려다 역편향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사과했다.

자유주의연대는 “5ㆍ16은 결과적으로 산업화를 성공시킨 세력의 탄생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재해석될 수는 있어도 쿠데타였다는 그 집권과정의 문제점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며 “4ㆍ19는 헌법전문에 그 중요성이 적시돼 있듯 당연히 혁명으로 표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주의연대는 유신독재에 대해서도 “유신체제로 인한 민주주의의 시련과 희생은 엄정히 기록되어야 한다”고 밝혔고, 5.18항쟁에 대해서도 “민주화 운동으로서의 5ㆍ18의 의미를 결코 평가절하해서는 안 되며, 전두환 정권 탄생과정의 반민주성이 또렷이 서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주의연대는 “이런 점에서 교과서포럼의 시안은 산업화에 대한 지나친 미화와 민주화에 대한 평가절하라는 오류와 편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자유주의연대는 그러면서도 ‘교과서 포럼’이 자신들의 자매단체인 점을 고려 “그러나 조사 결과, 이번 사태는 교과서포럼 구성원들의 다수의견과도 배치되는 일부 소수자들의 사견이 충분한 내부 의견수렴과정 없이 마치 조직의 입장인양 유포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 책임을 일부에게로 돌렸다.

보수진영, ‘교과서 포럼’에 왜 일제히 비난 퍼붓나?

뉴라이트-올드라이트 등 보수진영 전체가 ‘교과서 포럼’에 싸늘한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여론의 격앙된 반응탓도 있겠지만, 보수진영 내부의 미묘한 갈등 기류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소위 ‘뉴라이트’ 진영이라고 하면 ▲뉴라이트전국연합 ▲자유주의연대 ▲선진화국민회의 등 '3대 축'을 의미한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김진홍 목사가 주도하고 있고, '선진화국민회의'는 서경석 목사가 이끌고 있는 반면, '자유주의연대'는 신지호 대표가 이끌고 있다.

문제는 이들 '뉴라이트 3단체'의 미묘한 관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들 뉴라이트 진영은 '정권 교체'를 위한 범뉴라이트 진영 결집을 타진하고 있다. 특히 김진홍 목사가 상임의장으로 있는 '뉴라이트전국연합'과 서경석 목사의 '선진화국민회의'는 거의 통합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할 정도로 양 단체간 교류가 깊다.

그러나 신지호 대표가 이끄는 '자유주의연대'는 이들 뉴라이트 단체들과 달리 미묘한 노선차이를 나타내며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때문에 잇따르는 뉴라이트 진영의 '통합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신 대표는 '나홀로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교과서 포럼'은 신지호 대표 자신이 운영위원으로 참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수진영 내부에서는 '교과서 포럼'을 자유주의연대의 지류단체로 평가하고 있다. 때문에 다른 뉴라이트 단체들이 불편한 관계속에 있는 '자유주의연대' 자매 단체가 일으킨 이번 '사태'에 대해 더욱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올드라이트 진영'에서는 운동권 출신의 신지호 대표의 과거 전력까지 거론하며 신 대표를 비롯한 '자유주의연대' 자체를 범보수진영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민행동본부 대변인을 맡고있는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는 '교과서 포럼' 사태와 관련 “신지호 대표 측이 낸 성명을 보고 기가 찼다"며 "이제 와서 ‘교과서 포럼’의 시안 자체를 부정하는 동시에 사과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성명을 냈다. 그렇게 소신없이 할 것 같으면 뭣 하러 시안을 발표했냐? 또 한번 신지호 대표의 기획주의적인 처사를 확인하게 된다”며 격렬한 비난을 쏟아냈다.

더 나아가 신 대표는 “역사라는 것은 여론에 따라 좌지우지해 기술되는 것이 아님에도 여론의 반응이 안좋아지자 서둘러 사과성 입장을 나타낸 것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며 “신지호 식의 기회주의적 행태에 무척 실망스럽다”고 거듭 신지호 대표를 비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수진영의 한 관계자는 “이번 ‘교과서 포럼’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5ㆍ16'과 '4ㆍ19'의 ‘역사적 개념 규정’ 문제로 다투는 것처럼 비춰지겠지만, 그 이면에는 뉴라이트 진영 내부의 갈등과 주도권 다툼이 읽힌다”고 이번 사태를 내다봤다.

그는 "결국 교과서 포럼 사태로 신지호 대표가 뉴라이트 진영 내부에서 완전한 고립무원의 처지에 이르렀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서야 뉴라이트 진영이 '동료 뉴라이트 단체'(자유주의연대)가 이렇게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겠냐"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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