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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5.16을 살리고 4.19를 죽이냐"

<현장> 교과서포럼 세미나, 4.19 유족 항의로 무산

5.16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유신체제를 '국가의 자원동원과 집행력을 크게 제고하는 체제'라고 미화해 파문을 예고했던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이 결국 30일 성난 4.19유족회에 봉변을 당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정보관에서 열린 교과서포럼 제6차 심포지엄은 '한국 근현대사 대안 교과서, 이렇게 고쳐 만듭니다'라는 주제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근현대사 교과서의 구체적인 시안을 선보이는 자리.

그러나 이날 4.19혁명동지회, 유족회, 공로자회 회원 40여명은 안병직 교수의 개회사와 이영훈 서울대 교수의 기조발제가 끝난 2시 20분께 정보관에 들어와 곧바로 단상을 점거하고 참가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버스 2대에 나눠타고 서울대에 도착한 이들은 곧바로 토론장에 난입, "어떻게 5.16을 살리고 4.19를 죽이냐", "숭고한 4.19 정신을 모독하지 말라"고 외치며 단상으로 올라가 토론회 자체를 무산시켰다.

유족회 "4.19 혁명은 학생운동이고 5.16쿠데타는 혁명이 말이 되냐"

이들은 확성기로 "4.19 혁명을 학생운동이라고 비하한 교과서 포럼은 활동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으며 일부 회원들은 책상, 의자, 마이크 등 집기를 던져 부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교과서포럼 고문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소와 심포지엄 사회자인 유영익 연세대 석좌교수, 발제를 맡은 이영훈 교수, 토론자로 참석한 허동현 경희대 교수가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다. 특히 안병직 교수와 이영훈 교수는 회원들에게 멱살을 잡히고 발길질을 당했으며 다른 교수들도 심한 설전과 함께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안 교수와 이 교수를 비롯한 주최 측 관계자들은 모두 상처가 가벼워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 차량안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고 돌아갔다.

한편, 이날 유족회가 가장 강하게 비난했던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강의를 이유로 토론회에 늦게 참석하기로 되어있어 봉변을 면했다.

30일 오후 1시30분에 열린 교과서포럼의 6차 심포지엄은 1부 기조발제를 마친 직후 4.19유족회 회원들의 난입과 단상 점거로 무산됐다.ⓒ최병성 기자


주최 측 토론회 취소 발표 후 유족회 해산

20여분간 계속되던 몸싸움은 2시 40분께 주최 측 관계자들이 토론장 바깥으로 자리를 피하면서 일단락됐고 주최 측은 2시 45분, 토론회 취소를 발표했다.

유족회원들은 주최측 관계자가 자리를 피하고 단상을 점거한 후 "교과서포럼의 교과서가 4·19혁명을 학생운동으로 격하하고 5·16을 혁명으로 표현하는 등 독재자를 미화하고 민주화운동을 폄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4·19를 폄하하는 세력은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고 교과서포럼도 이같은 내용의 교과서를 만들지 말 것을 약속하라"며 "향후 이같은 움직임이 또 있으면 원천봉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주최 측이 토론회를 취소하자 정보교육관 강당으로 나와 몇 차례 구호를 외치고 오후 3시께 서울대를 빠져나갔다.

주최측 토론자로 참가했다 무릎에 타박상을 입었던 허동현 경희대 교수는 치료를 받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국주의와 타협해서 사는 것이 종속이 아니라 옳은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자리였다"며 "차이가 있는 것을 이해하려하지 않고 무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을 만큼 우리 사회 소통이 미성숙한 것이 문제"라고 흥분했다.

주최측은 그러나 유족회 회원들을 형사고발하거나 법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서포럼, 좌편향 의식해 쿠데타를 혁명으로 둔갑시키는 자충수 둬

교과서포럼은 지난 2005년 1월, 한국 근현대사의 좌편향을 바로잡겠다며 출범한 뉴라이트 계열의 지식인 모임. 이들은 앞서 기존 교과서가 '군사정변'으로 기술하고 있는 5.16 군사?Y데타를 '혁명'으로 기술하고 '4.19혁명'을 '4,19학생운동'으로 폄하하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와 관련 교과서포럼 공동대표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29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대국으로 발동할 수 있었던 계기가 그 시점이었다는 점을 평가해보자는 의도"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과서포럼의 새 교과서는 학계는 물론 보수언론들도 '좌파를 비판하기 위해 유신까지 정당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는 등 여론의 외면을 받고 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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