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논문표절'만 일부 시인, 나머지는 '모르쇠
<현장> 장향숙 눈물의 절규 "인권위에 인권은 없었다"
현병철 "논문표절, 지금 기준이면 표절이 맞다"
현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십자포화에 논문표절 의혹의 일부를 시인한 것 외에는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나,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억울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받았고, 청문회 내내 위증 논란에 휩싸였다.
현 후보자의 모르쇠 일관에 장애인활동가들과 용산참사 유가족 등은 방청석에서 "거짓말 좀 그만하라"고 소리지르며 분노를 표출했고, 참고인으로 나온 장향숙 전 인권위 상임위원 등은 눈물을 흘리며 분개하기도 했다. 덕분에 현 후보자는 청문회가 휴회할 때마다 국회 경위들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해야 했다.
청문회에서는 그동안 야당 의원들이 제기해 온 논문표절, 부동산투기, 아들 병역비리, 인권침해 사례 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제기한 7개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현 후보자는 "당시의 표절 기준과 현재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고 부인하다가 장 의원이 논문을 들어보이며 계속 추궁하자 마지못해 "현재 기준으로는 표절이 맞는 것 같다"고 시인했다.
그는 그러나 제자의 논문을 표절해 연구비를 타냈다는 주장에 대해선 "연구비를 받은 건 맞지만 표절하지 않았고, 그 학생을 전혀 모른다. 만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현 후보자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업무추진비 대부분을 술값과 밥값으로 사용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나는 위원장이 된 이후 카드를 가져본 적이 없다"며 "비서실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내가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1평 알박기 의혹에 "평생 투기한적 없어"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1평짜리 땅 '알박기' 의혹에 대해선 "그는 "제가 (장안동으로) 이사할 때 16가구가 사는 건물이 있었고 연립주택이 많았다. 제가 거기 3년을 살다가 강동구 고덕동으로 이사 왔다"며 "우리가 들어가고 한 달 뒤에 환지가 돼서 번지가 바뀐 것이며, 부동산투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강동.송파 아파트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부동산 투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살면서 추호도 투기를 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현 후보자는 자신의 아들이 몸무게를 13kg 부풀려 병역을 기피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아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몸이 과체중이었고 재수를 하면서 몸무게가 늘었고 신체검사를 받으니 113㎏이 됐다"며 "불시에 통지를 받고 재검을 받았는데 똑같이 113㎏이 나왔다"고 답변했다.
각종 비리 의혹과 더불어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인권위원장 재임 시절 벌어진 반인권적인 업무 처리와 문제발언들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은 사법연수생 간담회에서의 '깜둥이' 발언, 몽골학생에 대한 '야만족' 발언, 여성차별 발언 등을 문제삼으며 "후보자의 자격 여부를 놓고 여러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가 설화와 연관이 되어있다. 본인이 반성해야 하지 않나"라고 추궁었다.
현 후보자는 이에 대해 "한 마디로 그런 이야기를 하려면 언제, 어디서, 누굴 상대로 왜 했나, 결과가 어땠나를 봐야한다"며 "무슨 말을 했는지, 수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답변할 수가 없다. 생각할 수도 없고"라고 관련 언론보도 내용을 모두 부정하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현 후보자의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고 주로 단답형 질문을 하자 "현 위원장 답변하는 태도가 너무 후보자의 자세가 아니다. 좀 더 진지하게 공손하게 해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 후보자는 2009년 용산참사 긴급구제요청 관련 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산회를 하며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선 "억울하다. 최선을 다했다. 독재라는 말은 용산 유가족들과 상관없다"고 답했다.
현병철 "장애인농성 단전, 사실무근", 장하나 "이미 사실 확인, 위증 말라"
인사청문회는 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0년 중증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단체 회원들의 점거농성 당시 엘리베이터 운행 중지 등 단전조치 논란으로 넘어가면서 소란스러워졌다.
장 의원은 '편의제공과 식수 제한, 음식물 반입 금지, 컴퓨터.인터넷.전열기.전화기 제한' 등이 적시된 인권위의 점거농성 대응 메뉴얼을 공개하며 "지난 2011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 11층에서 점거농성중이던 중증장애인 활동가 10여명에 대해서 사실상 감금상태에 놓이게 하고 전기, 난방을 끊고 활동보조인 출입을 차단해 배변과 신병처리를 못하게 했다"며 "나열한 조치를 취했다면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추궁했다.
현 후보자는 이에 대해 "2년전에 4월인가 두시간 (엘리베이터를 통제)한 적이 있다. 그 때 사무총장이 사과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전기와 난방을 끊는 것은) 임대라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에 대해 "사전에 해당 건물 위탁업체에 확인한 결과, 각 층별로 전기와 냉난방을 통제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더 이상 위증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방청객에서도 현 후보자의 발언을 비난하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장향숙 당시 인권위 상임위원은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중증장애인들이 농성을 하는데 제가 아무런 도움을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까웠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건물측이 얘기한 것이 맞다. 엘리베이터 차단은 한밤중에 일어났고 장애인들이 공포스러워하는 상황에서, 리더들이 저한테 연락을 해왔지만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제가 인권위에 근무하는 동안 인권위에는 인권이란 존재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죄자 앉혀놓고 청문회, 수치스럽다"
현 후보자는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이 "조용히 명예롭게 사퇴할 의사는 없냐"고 묻자 "저는 오늘 이 자리에 나와서 제가 국민들께 그동안 오해받았던 걸 말할 기회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관석 민주당 의원이 "모든 시민단체들이 후보자 연임을 반대한다. 한 두건도 아니고 여러가지에서 다 논란이 되는데 그런 사람들 다 바보인가. 후보자만 맞고 그들은 다 틀리나"라고 묻자, 현 후보자는 역시 "그동안 제가 정책 펴왔던 것을 계속 성실하게 함으로써 진심을 알리고 싶다"고 맞받았다.
박기춘 민주당 의원은 "저는 이 자리가 인사청문회 자리인지 범죄자 신문 재판장인지 구분이 안간다. 솔직히 수치스럽다"며 "우리가 신성한 국회에서 범죄자를 앉혀놓고 장관급 인사청문회를 여는 것 자체가 수치다"고 현 후보자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날 청문회가 열린 국회 바깥에서는 전국 4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현병철 연임반대와 사퇴를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현 위원장은 인사청문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용산참사' 유가족, 민간인 사찰 피해자,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을 왜 보호하려 하지 않았는지 대답해야 한다"며 "국회는 제대로 인사청문회에 임해 현 위원장의 연임을 막고, 이명박 대통령은 연임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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