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19조2항이 문제" vs 김종인 "밤낮하는 소리"
전경련의 '경제민주화 반대'에 여야 한목소리로 질타
신석훈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경제민주화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여러 학설을 인용하며 "119조2항은 경제적 기본권 제한을 위해 활용되는 제37조제2항에 기초한 국가개입을 확인하는 규정이라고 보기도 한다"며 "이러한 견해에서는 해석상 혼란만 가중시키는 ‘경제민주화’조항을 삭제해도 무방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1987년 개헌때 신설한 헌법 119조2항은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 적정 소득분배, 시장 지배력 및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주체간 조화를 위해 정부가 경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해, 재벌의 무한확장을 견제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의 근간이 되고 있다.
신중섭 강원대 교수도 "소유 평등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빼앗아 다시 분배해야 한다"며 "필연적으로 전체주의 국가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 민주화는 복지나 재벌 개혁과는 무관한 용어"라며 "사유재산을 부정하고, 경제 활동의 과정과 결과에 멋대로 개입해 자신들이 원하는 상태로 만들겠다는 시도는 전체주의나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할 것"이라고 경제민주화를 전체주의 주장인양 매도하기도 했다.
정계에서는 이같은 한경연 발표가 여야 정치권에 대한 전면전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헌법 119조2항은 1987년 제정 당시에도 전경련이 공식적으로 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 저지하려 필사적이었던 조항이고, 그후에도 틈만 나면 무력화를 시도해온 조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가 경쟁적으로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를 대선공약으로 내건 시점에 재계가 119조2항 삭제까지 주장하고 나선 것은 재벌의 오만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섰다는 게 여야의 일반적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유럽 재정위기로 국내외 경제가 다시 크게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자, 재계가 이 틈을 노려 "기업이 살아야 경제도 산다"는 논리를 앞세워 경제민주화를 무력화시키려 드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보내고 있다.
당연히 여야는 재계를 질타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 정진우 부대변인은 5일 논평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부정하는 전경연의 시대착오적인 생각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재계도 이제 헌법에 보장된 우리사회의 기본적 작동원리를 부정하는 수구회귀적 움직임을 중단하고, 차제에 기업과 국가 그리고 노동자가 대타협하는 새로운 한국형자본주의 모델 등과 같은 발상의 전환을 검토하기 바란다. 언제까지 악덕재벌, 악덕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 갇혀있을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새누리당 역시 분개하기란 마찬가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최측근인 이혜훈 최고위원은 이날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첫 간담회에서 발제를 통해 "정치권력이 집중되면 독재의 폐해가 나타나듯, 시장 점유율이 집중되면 독점의 폐해가 나타난다"며 "경제의 영역에서 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한 경제민주화는 이러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작동되지 못하게 하는 재벌의 문제점을 고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재벌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의 한 측근도 "당의 정강정책으로 채택한 경제민주화에 대한 박 전 위원장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재계가 위험한 테스트를 시도하려는 것 같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119조2항을 도입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밤낮 하는 소리로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한경연 학자라는 사람들이 119조2항이 뭔지도 모르고 전경련 오더대로 없애야 한다는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계속 그런 식으로 가다가는 국민들이 정말 재벌 해체하라고 들고 일어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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