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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여, 새 美외교위원장 '바이든'을 주목하라

[김동석의 뉴욕 통신] 그는 한국 도운 외로운 '안티 네오콘 투사'였다

지난 2001년 1월의 일이다. 중도파라는 이유로 공화당내 영원한 왕따였던 버몬트의 짐 제포트 의원이 탈당했다. 그는 " 민주당에 입당은 않겠지만 정책적으론 공조를 하겠다"고 공화당 탈당을 전격 선언했다. 이에 따라 겨우 1석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다수당을 유지하던 공화당이 졸지에 소수당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은 선거 없이 순식간에 상원에서의 다수당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의회에서 다수당과 소수당의 차이는 각 상임위원장 자리가 모두 교체되는 엄청난 변화를 갖는다는 것이다. 위원회내로 제기되는 모든 안건에 대해 상정과 폐기 뿐만이 아니고 토의 순서를 정하는 모든 권한이 위원장에게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의회에서의 다수당이 되는 일은 당의 정강 정책을 관철시키는 것이 목적인 정당정치의 측면에선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짐 제포드의 선언으로 외교정책에선 대통령의 권한을 능가한다는 상원 외교위원장의 자리가 하루 아침에 '상원의 정책통'이라고 불리우는 민주당의 조셉 바이든 의원에게 돌아갔다. 외교정책에 있어서 반공 전략으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환상의 호흡을 맞추었던 노우스 캐롤라이나 출신의 공화당의 노장 '제시 헬름즈(Jesse Helms) 상원 외교위원장을 상대하던 행정부 뿐만이 아니고 미국에 목을 건 세계 각 나라의 외교관들이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미 <NBC TV>에 출연해 부시 행정부의 외교 실정을 맹공격하고 있는 민주당의 조셉 바이든 상원의원 ⓒ 바이든 의원 홈페이지


2001년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뒤 조셉 바이든 위원장이 카네기재단 주최의 컨퍼런스에 초청되어서 뉴욕에 왔을 때 상원 외교위원장의 힘과 위세를 실감할 수 있었다. 행사장 입구에서 그로부터 눈도장이라도 찍으려고 중국, 러시아, 일본. 인도, 그리고 유럽 등 세계 각 나라의 외교안보 보좌관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장면을 보고 미국의 상원외교위원장 자리의 무게를 실감했던 것을 필자는 기억한다.

미국 외교의 마지막 결정은 대통령이 한다. 그러나 ‘워싱턴의 성경’이라고 불리는 헌법 제1조에 보면 " 대통령은 모든 외교조약이나 대사 등의 임명에서 상원의 자문과 동의를 구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이나 행정부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헌법기관인 셈이다. 그래서 상원 외교위원장을 ‘외교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조셉 바이든 의원은 2002년 중간선거의 결과로 공화당에 자리를 내어 주기까지 만 2년 동안 위원장을 지냈다. 그나마 그렇게 되었었기 때문에 네오콘이 득세하던 부시 행정부내 워싱턴의 강경파들로부터 미국의 북한공격을 자제시키고 '대화와 협상'이라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물꼬를 틀 수가 있었던 것이다.

11.7 중간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고, 따라서 완벽한 여소야대의 정국이 조성됐다. 부시 행정부의 국내.외 정책에 있어서 커다란 논란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부터 이른바 2006년 ‘레임덕 회의’(Lame Duck Session: 새로운 의회 지도부가 구성되기 전까지 공화당이 마지막으로 잠시나마 다수당으로 운영하는 회의)가 개회되었다. 각 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꾸려지고 그에 따라 상.하 양원에서의 위원장 자리가 배정되고 있다.

북한의 핵문제가 우리의 초미의 관심사이고 북미관계의 파행이 부시 행정부의 정책적 오류에 그 원인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우리의 시선은 자동적으로 1백10회 회기 상원외교위원장인 조셉 바이든 의원에게 쏠리고 있다.

바이든 위원장은 어떤 인물인가. 4년 만에 다시 위원장 자리를 회복한 바이든 의원은 델라웨어 출신의 6선 중진의원이다. 민주당 대선후보군에도 거론되는 바이든 의원은 1972년 약관 29세의 나이에 연방상원에 진출하여 35년째 상원의원을 지내고 있다. 첫 번 상원에 당선 직후 교통사고로 두딸과 아내를 잃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그러한 경험이 그를 유권자와 감정적으로 가장 친밀감 있는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그 후로 그는 30년 이상, 지금까지 델라웨어에서 DC를 80분간 매일같이 암트랙(Amtrak)을 이용하는 기차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원래는 유럽쪽의 외교에 전문이지만 워싱턴 DC에서 동북아, 특히 한반도 문제에 가장 정통하다고 알려진 프랭크 자누지( Frank Jannuzi)가 그의 수석보좌관으로 있기 때문에 바이든 의원으로부터 북한관련 문제는 언제든지 가장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현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CNN>이나 <C-SPAN>에서 외교위원회의 실황 중계를 볼 때에 바이든 의원 뒷자리에 가방을 들고 붙어 앉아있는 안경 낀 뾰족이 얼굴이 바로 자누지이다. 이렇기 때문에 2007년도 워싱턴 주미대사관 정치공사의 가장 친한 친구는 아마도 이 후랭크 자누지가 되어야 할 것 같다.

2004년 대선 직전에 뉴욕 민주평통협의회가 만약 존 케리 후보가 집권을 하면 국무장관은 바이든이고 국무부의 한국과장은 프랭크 자누지가 될 것으로 판단했고, 이에 따라 자누지를 뉴욕으로 불러서 북한관련 그의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자누지는 "미국은 대북한 정책에서 안보냐, 정권교체냐 하는 잘못된 이분법적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점진적이고 유연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2년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승리했다. 상.하 양원을 절대 다수로 공화당이 점령했고 이후 만 4년 동안 공화당 특유의 스타일대로 부시 대통령과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순응과 복종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 시민사회는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생겨났고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이 고립을 자초하고 말았다. 권력내부에는 부정부패가 생겨났고 각종 로비 스캔들로 정치권이 신뢰를 상실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변화를 갈망한 시민의 욕구가 선거를 통해서 마침내 여소야대를 만들어 냈다. 워싱턴 의회에서 ‘레임덕 회기’가 진행중임에도 북한 관련 논의가 연착륙(Soft Landing) 하는 것을 보면 이번 1백10회기에서는 그동안 사라졌던 워싱턴 정가의 전통인 ‘타협과 조율’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김홍국 기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4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고, 미국의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한국어 정치광고를 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을 높임에 따라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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