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세달만에 없던 일 된 '盧의 사과'

[盧정권의 부동산 망국사] <10> '네살배기 아사' 쇼크

‘네살배기 아사’, 노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경제올인하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12월31일 발표한 새해 신년사를 통해 양극화 심화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된 데 대해 공식 사과하고 ‘경제 올인’을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한해 저와 정부는 원칙과 일관성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만, 국민 여러분의 어려움을 다 풀어드리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무엇보다도 서민생활의 어려움을 속 시원히 풀어드리지 못한 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금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분명히 드러나 있다"며 "그 중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지방, 그리고 상·하위 계층간의 심화된 격차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양극화를 최대 경제현안으로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대기업은 중소기업에게, 정규직은 비정규직에게, 수도권은 지방에, 중산층 이상은 서민계층에게 용기를 북돋우고 손을 잡아 이끌어주어야 한다."며 새해에는 자신도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경제 올인 약속은 2004년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총력전을 펼쳤던 ‘4대 개혁법’ 통과가 결과적으로 정쟁만 심화시켰을 뿐 한나라당 반발과 열린우리당내 내분의 결과 용두사미 격으로 막을 내린 데 대한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2004년말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경제올인을 다짐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석달후 경제문제가 다 풀렸다고 말을 바꾼 뒤 다시 부동산경기 부양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또한 “다수 국민이 죽어가고 있다. 민생부터 제대로 챙기라”는 진보진영의 사회 원로들의 따가운 질책에 대한 ‘고개 숙임’으로도 해석됐다. 여러 원로들이 동일한 경고를 했지만, 그 중에서도 노 대통령에게 가장 호된 질책을 가한 원로는 사회과학계의 거목인 최장집 고려대 교수였다. 최 교수는 <아세아연구>(2004년 가을, 통권117호)에 기고한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한 사회경제적 기반'이라는 글을 통해 노무현 정부의 ‘정치 만능주의’와 ‘민생 불감증’을 통렬히 비판했다.

최 교수는 "오늘의 한국현실에서 대다수 일반 시민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생활의 질적 저하와 그것이 가져오는 사회적, 인간적 피폐화만큼 큰 문제는 없다"고 양극화가 초래한 민생 붕괴의 심각성을 지적한 뒤, "고실업, 고용불안정, 노동시장의 내부분화에 의한 이른바 대규모 비정규직 노동자의 누적, 소득분배구조의 악화, 가계파산에 의한 신용불량자의 양산, 빈곤층의 확대 등 오늘날 한국의 노동시장 상황을 나타내는 양상들은 IMF개혁패키지를 통해 급격하게 전개된 한국경제의 구조변화를 특징짓는 중심내용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사회경제적 문제가 중요한 정치적 사안의 범위 내로 들어오지 못하는 현실은 정치가 하찮은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왜소화되고 타락하고 있는 한국 정치의 현실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며 당시 4대 개혁법에 치중하던 정부여당에 따끔한 일침을 놓기도 했다.

당시 여여 갈등을 ▲정당 간의 정치 경쟁의 규칙을 어떻게 제도화하는가, ▲역사, 이념 및 가치, 정서적 문제를 둘러싼 이슈(역사 바로세우기, 지역감정 극복, 과거사 진상규명 등),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지역개발정책 분야, ▲사회경제적, 정치경제적 이슈 등 4가지로 대별한 최 교수는 "현실적으로 최소한 서구 민주주의에서의 상황은 현실 생활에 기초를 둔 사회경제적 문제가 최우선 순위에 자리 잡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이와 반대로 중요 의제로 부각되지도 못하고 있다"며 "대신 '과거사 진상규명'과 같은 이념대립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와 삶의 현실적 문제와 거리가 먼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지역 개발주의적 사안들이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자리 잡았다"고 노무현 정부를 질타했다.

최 교수는 이어 "권위주의적 관치경제 시기로부터 민주화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경제 영역에서만큼 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되는 분야는 없을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에서조차 실제의 경제정책은 민주화 이전과 그 차이를 실감하기 어렵다"고 참여정부의 기득권층 중심의 경제운영을 지적했다. 그는 "따지고 보면 기득권 세력이 가장 강력한 헤게모니를 갖고 있는 영역은 냉전 반공주의도 아니고, 친일파 청산 문제와 같은 역사적 가치의 문제도 아닌, 경제와 관련된 이슈 영역"이라며 "민주화 이후에도 한국 정치는 사회경제적 이슈 영역을 중심적으로 대면하고 그 영역에서 갈등을 해소해 가는 과정에서 정치의 제도 개혁이나 역사적-정서적 이슈를 흡수 통합해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후자의 문제를 다루는 데 몰두하면서 전자(사회경제적 이슈)를 방치해 왔다"고 질타했다. 그는 "그 결과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경제정책은 유사하게 됐고, 과거 권위주의적 관치 경제를 주도하고 운영했던 관료의 수중에 놓이게 됐다"며 노무현 경제정책의 실수가 ‘관료의 덫’에 걸려들었기 때문임을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사회경제적 대안을 논의할 때"라며 "노무현 정부는 '2만불 성장시대'라는 성장의 목표와 가치를 천명하고 한편에서는 정부내 개혁파들이 사회정의, 사회복지, 분배의 가치실현을 언명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정책적 목표, 내용과는 무관하게 분배와 복지를 요구하는 지지 세력에 부응하는 슬로건 내지는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주의가 다른 체제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삶의 질의 개선을 포함하는 시민권의 확대와 실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우리가 민주주의에 대해 이런 가능성을 기대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와 신뢰는 허약해질 수밖에 없고, 나아가 그 중심적지지 세력으로부터 괴리되기 시작한 민주주의는 그 취약함으로 인하여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 혹은 민주주의와 갈등관계를 갖는 힘들에 의해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수구세력의 재집권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경제적인 문제가 정당들과 민주 정부에 의해 정치적인 문제로 다루어지지 않는 한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는 한 발짝도 진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준엄한 경고로 글을 끝맺었다.

최 교수의 비판이 과연 노 대통령의 ‘고개 숙임’을 이끌어냈는지 연관 관계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최 교수의 우려대로 2004년말 발생한 한 충격적 사건이 더 이상 노 대통령으로 하여금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음은 분명하다. 그 사건은 다름아닌 ‘네발배기 아이의 아사(餓死)’였다.

성탄전을 앞둔 그해 12월18일 대구시에서 막노동을 하던 김모씨의 4살 난 아들이 월세방 장롱에서 굶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발발,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숨진 김군을 최초로 발견한 성당 사회복지부장 구모씨(53)는 "김치와 쌀을 전해준 뒤 평소 건강이 좋지 않던 김군의 안부를 물었더니 김군의 아버지가 아무 말 없이 장롱문을 열어보였다"며 "뼈대만 앙상한 김군이 숨진 채 장롱에 있어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군의 어머니 김모씨(38)는 21개월 된 딸을 업고 성당을 찾아가 "먹을 것이 다 떨어졌다"며 도움을 청한 뒤 기저귀값 1천5백원을 빌려갔고, 이에 이튿날 성당의 구모씨가 쌀과 김치를 갖고 김씨 집을 찾아갔다가 김군의 사망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숨진 김군은 발견 당시 말 그대로 '피골이 상접한 상태'였다. 또 김씨의 21개월 된 막내딸도 심한 영양실조를 앓고 있어 인근병원으로 긴급호송됐다.

2년전 직장을 잃은 뒤 막노동을 하고 있는 김씨는 "요즘 경기가 나빠지면서 그나마 있던 일감마저 사라져 온 가족이 하루 한 끼는 거의 매일 굶었고, 한 달에 1주일 정도는 전혀 식사를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김씨 가족의 경우 겉으로는 부모가 30대로 젊고 노동력이 있어, 국가가 생계를 일부 보전해주는 '극빈층'을 가리키는 '국민기초생활 수급대상자'가 아니다. 하지만 실제상황은 이미 오래 전 극빈층 이상이었다. 경찰이 현장확인을 위해 김씨 집에 갔을 때 보증금 1백만원에 월세 25만원짜리 셋방에는 텅 빈 냉장고만 있었을 뿐 먹거리가 전무했다. 한달에 1~2만원에 불과한 전기·수도료마저 제 때 내지 못해 집주인이 수개월전부터 대신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 어머니마저 정상이 아닌 정신지체 3급 장애자였다.

사망한 김군도 미숙아로 태어나 평소에도 건강이 좋지 않아 밥을 떠먹여 주지 않으면 식사를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부부가 밤낮없이 뛰어다니는 동안 집안 살림은 7살 큰 딸이 챙겨야 했고, 7살난 아이에게 밥도 혼자 못 먹는 동생을 돌본다는 것은 너무 벅찬 일이었다. 이런 와중에 2살난 막내도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렸다. 김군 사체를 부검한 경북대 법의학교실은 “김군은 정상 몸무게의 3분의 1인 5kg으로 장기간 굶어 죽은 기아사로 추정된다”고 최종적으로 아사임을 확인했다.

김군 아사사건은 국민에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동시에, 7백만명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극빈층과 차상위계층 등 빈민층이 양극화 하에서 얼마나 극한적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가를 일깨워주었다. 김군 사건이 알려진 직후 인터넷 등에는 하루 종일 “아가야 미안하다”,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는 국민들의 애도와 사죄의 글이 잇따랐다.

정부 일각에서도 모 경제부처 수장이 사석에서 말한 "빈민층이 급증하면서 내년에는 못 살겠다고 데모할 국민이 1천만명이 될 것 같다"던 '불길한 예언'이 눈앞 현실로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대됐고, 이런 상황이 결국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경제 올인 약속이 나오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음은 분명하다.

노 대통령 석달 만에 “경제, 다 극복된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올인’은 그러나 오래 가지 못했다. 대국민 사과후 1백여일이 지난 뒤인 4월17일(현지시간) 터키를 방문중이던 노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서 "상당기간 동안 특별히 사고만 안치면 한국경제는 쭉 뻗어나갈 것"이라면서 "이제 다 극복된 것 같다. 안 됐다고 말하는 분, 걱정 많이 하는 분들은 그렇지 않게 보지만 내가 보기엔 다 극복된 것 같다"고 호언했다. 지난 연말 대국민 사과를 한 뒤 '경제 올인'을 선언했을 때와는 180도 달라진 ‘경제 올인 해제’였다.

노 대통령이 넉달도 안돼 ‘경제 올인 해제’ 발언을 하게 만든 것은 2005년 1.4분기에 확연하게 ‘좋아진 숫자’들이었다. 노 대통령이 ‘경제 올인’ 발언을 할 때만 해도 ‘숫자’는 엉망이었다. “5% 성장은 기본”이라던 정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2004년 경제성장률은 4.6%에 그쳤고 특히 4.4분기의 경제성장률이 3.3%로 급락하면서, 국민들 사이에 위기감이 확대됐다. 새해 전망도 형편없었다. 삼성경제연구소 같은 경우는 정부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005년 성장률을 5%로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3.7%에 그칠 것이라고 일축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 말보다 삼성연구소 전망을 더 믿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005년 연초 분위기는 정부쪽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듯싶었다.

우선 주가가 북핵위기 심화, 유가 급등 등 외부 악재에도 불구하고 꿈틀대기 시작했다. 동인은 미국의 주식 호황이었다. 미국 경제가 절대호황을 구가했던 2004년에 이어 2005년에도 괜찮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수직상승했고, 그 여파로 국내주가도 상승했다. 연초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주가는 2월14일 코스닥지수가 1년5개월만에 5백선을 재돌파한 데 이어, 이어 2월28일에는 종합주가지수가 5년1개월만에 1천선을 재돌파하면서 세간에 "곧 불황이 풀리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확산시켰다.

주가와 동시에 아파트값과 땅값도 2005년 연초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급등의 빌미를 제공한 세력은 여야 정치권이었다. 여야는 강남 아파트 투기의 진앙인 재건축아파트의 불로소득 환수를 골자로 하는 개발이익환수제를 “건설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2004년말 국회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개발이익환수제 도입이 유보됐다는 소식은 즉각 강남 재건축아파트값을 재차 폭등시켰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가 1월31일 기준으로 전국 재건축대상아파트 3백13개 단지 9백43개 평형의 시세를 조사한 결과, 12월말 대비 재건축아파트 시세는 전국 1.68%,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1.78%가 각각 상승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송파구(3.68%), 강남구(2.29%), 서초구(0.55%)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 지난 2001~2003년의 아파트투기 때와 마찬가지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아파트값 폭등을 견인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한 예로 송파구 가락동 시영1차 아파트 13평형의 경우 한달새 4천5백만원이 올랐고,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35평형은 5천5백만원, 강남구 개포지구내 주공1단지 13평형은 5천만원, 강동구 고덕동 시영한라 17평형은 3천5백만원이 올랐다.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급등은 강남권과 목동 등지의 일반 아파트로 확산되며, 서울 아파트값을 2004년 6월이래 7개월만에 상승세로 반전시켰다. 아파트값이 반등하자, 집을 내놓았던 사람들은 추가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여 아파트값 상승을 부채질했다.

2월 들어서는 상승폭이 더욱 커져 설 연휴를 앞두고 일주일새 송파구 2.99%, 강동구 1.83%, 강남구 1.21%, 서초구 0.90%나 오르는 폭등세가 재연됐다. 재건축 단지 중 특히 송파구 가락시영 1,2차는 상승세가 한달 이상 지속되며 2월 첫주에만 가락시영 2차의 경우 평형별로 3천만~4천7백50만원이나 올랐고 1차도 15, 17평형이 2천7백50만원 올랐다.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11평형도 4천만원, 17평형이 3천5백만원 각각 올랐으며 다른 평형들도 3천만원씩 상승했다.

2월 들어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서울에 이어 경기지역 매매가 변동률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반전됐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판교 주변의 분당, 과천, 용인 등이 일제히 오르면서 이른바 ‘판교발 대폭등’이 시작했다.

앞으로 아파트값이 재급등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돼 나갔다. <닥터아파트>가 전국 3백86개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 2005년 2월 첫째 주(조사기간 01월 31일~02월 02일) 조사결과, 3개월 후의 주택시장 가격에 대한 전망을 묻는 '가격전망지수'가 분기점인 100을 넘어 115.8로 폭등했다. 이는 전번 주 조사 때의 98.7보다 일주일 사이에 무려 17.1포인트나 급등한 것으로, 집값 상승심리가 전국적 규모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주가와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불로소득이 생기자, 자연히 중-상류층의 씀씀이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서비스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1월 서비스업 생산은 부동산업, 숙박&#8228;음식점업, 운수업, 통신업 등의 호조세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7% 증가했다. 특히 2005년 새롭게 지수에 편입된 부동산 공급업이 부동산 재폭등에 힘입어 36.3% 상승해 지수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부동산중개&#8228;감정업(20%)과 부동산임대업(3.7%) 역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또한 전해 사상최대의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의 7천5백억원 보너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뿌려진 2조원대의 연말 보너스에 힘입어 신용카드, 자동차, 백화점 매출도 증가세를 보였다.

통계청의 '1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도 전해 7월 이후 80선에 머물던 소비자기대지수는 90.3으로 4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며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였고, 2월 들어서는 낙관론이 더욱 확산돼, 소비자기대지수가 99.4로 전월보다 9.1포인트나 급등하며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연초부터의 가파른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수출호조로 외환보유고도 2월 ‘2천억달러’를 돌파, 낙관론 확산에 기여했다.

이 과정에 정부의 바람잡이도 한 역할을 했다. 통계청은 "소비심리가 바닥을 다지고 상승추세로 전환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앞으로도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사실상의 경기회복 선언을 했고,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3월초 “당초 예상보다 빠른 2.4분기부터 본격 회복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LG경제연구원도 4월12일 국내 경제연구기관중 유일하게 당초 전망치 3.8%를 4.3%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LG경제연구원은 "1.4분기의 예상밖으로 빠른 소비심리 회복에 자극받아 상반기 성장률을 3.2%, 하반기 성장률을 5.2%로 대폭 상향조정한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4월17일 "이제 다 극복된 것 같다. 안 됐다고 말하는 분, 걱정 많이 하는 분들은 그렇지 않게 보지만 내가 보기엔 다 극복된 것 같다”고 호언장담한 것도 이런 분위기의 산물이었다.

또다시 시작된 정권의 ‘아파트 경기부양’

1.4분기는 분명 외형상 모든 숫자에서 경기 회복세가 완연한 듯 보였다. 그러나 냉철하게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세간의 경기회복 기대감은 정부의 인위적 경기부양책과 언론의 과잉 낙관보도가 만든 ‘착시’적 측면이 컸다.

노 대통령의 ‘경제 올인’ 선언후 재경부, 건교부 등 경제부처는 바빠졌다. 뭔가 부양책을 써야 했다. 하지만 이들이 쓸 수 있는 수단은 한정돼 있었다. 정부 예산의 조기 집행과 국공채 추가 발행을 통한 경기부양에는 근원적 한계가 있었다. 결국 이들이 택한 수단은 또다시 ‘아파트 경기부양’이었다.

건설교통부는 2월4일 “대도시 주거지역의 토지이용 효율을 높이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종 일반주거지역에 대한 층고제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라며 “빠르면 하반기에 층고제한을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아파트와 단독, 연립주택 등이 섞여 있는 2종 일반주거지역은 중밀도(용적률 2백50% 이하)를 유지하도록 돼 있어 최고 15층까지만 지을 수 있었다. 이 규제를 풀어 층수 제한없이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강남의 고덕, 개포, 압구정 등의 재건축지구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강남 아파트 재폭등이 시작됐다. “아파트값을 반드시 잡겠다”던 정부가 또다시 아파트에 불을 붙인 것이다.

특히 건교부의 층고제한 해제 방침은 ‘강남과의 사전교감’을 거쳐 나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 움직임이 포착돼 정부에 대한 불신이 한층 심화됐다. 한강변의 강남구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대의 8개 재건축단지를 최고 60층의 23개 주상복합아파트로 구성된 국내최대 규모의 단일 단지로 만들겠다는 ‘압구정 프로젝트’의 출현이 그것이다.

34만8천2백35평에 51개동 3천8백96세대가 살고 있는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단지는 북쪽으로는 한강과 올림픽대로에, 동&#8228;서&#8228;남쪽으로는 언주로와 논현로 압구정로와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 접하고 있고 단지 입구에는 갤러리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에 위치하고 있는 강남의 노른자위였다. 이 지역을 3개 동으로 이뤄진 도곡동 타워팰리스 8개를 합한 것과 같은 한국 최대, 아니 세계 최대의 단일 주상복합아파트 블록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여기에 미니 야외골프장과 인공호수까지 만드는 동시에, 단지 내에는 각각 3개씩의 초등-중-고등학교를 세우고 유명학원들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강남 압구정 일대에 '강남속 강남‘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기존에는 건교부의 ‘층고제한’ 때문에 실현불가능한 이 계획이 건교부가 층고제한 폐지 방침을 밝히기 두달 전인 2004년 12월말 이미 강남구청 홈페이지에 '압구정 아파트지구개발 기본계획 변경을 위한 공람공고'라는 이름으로 공고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건교부와 강남 간 ‘사전 교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건교부 발표뒤 당연히 압구정동 일대의 아파트 매물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아파트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강남의 다른 재건축 지역들에서도 압구정을 흉내낸 '매머드 초고층 아파트단지' 건설계획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며, 이미 연초부터 불붙은 재건축아파트값 폭등을 한층 가속화시켰다.

압구정 프로젝트와 함께 ‘제2의 강남’을 세우려는 판교도 분양일이 임박하면서 강남은 물론이고, 분당, 용인, 과천 등 판교 주변의 아파트값을 폭등시키는 ‘판교발 대폭등’이 시작됐다. 판교는 2005년 6월 시범지구 5천가구의 분양을 시작으로 2006년 하반기까지 4회에 걸쳐 매회 5천가구씩 분양할 예정이었다. 판교에 들어설 아파트는 ‘로또 아파트’라 불릴 정도로, 입찰을 받기만 하면 최소 수억원의 불로소득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며 전국의 국민들을 투기심리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당연히 아파트값 재폭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크게 일었고, 특히 건교부의 ‘아파트투기 부양책’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비난의 표적이 되자, 2월17일 재경부와 건교부는 이른바 ‘강남 재건축 아파트 및 판교 투기대책’을 발표했다.

건교부는 우선 강남 아파트값 폭등의 기폭제가 된 ‘층고제한 해제’ 방침을 ‘없던 일’로 백지화했다.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추진중인 최고 60층짜리 초고층단지 재건축도 불허키로 했다. 또한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개발이익환수제를 골자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열린우리당의 협조를 얻어 2월중 국회를 통과시키기로 했다.

이어 판교와 관련해선, 아파트 분양시기를 11월로 연기하는 동시에 4차례에 걸쳐 하려던 2만1천여 가구의 분양을 11월에 일괄 분양하기로 했다. 판교 분양이 장기화할 경우 아파트투기 열풍도 장기화할 것을 우려한 전형적 미봉책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한번 불붙인 아파트투기 광풍은 이 정도 대책 갖고 끄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4월30일 재보선과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열린우리당까지 부동산투기 조장 붐에 가세하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져 갔다.

김한길 의원의 ‘서울공항 이전’ 발언 파문

정부가 2.17 부동산투기 대책을 발표한 지 며칠도 안 지난 3월8일 열린우리당이 행정부처 이전에 따른 수도권 '민심달래기' 차원에서 성남의 서울공항 이전 가능성을 언급,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서울공항이 옮겨지면서 공항 터에 2백만평 규모의 '고급도시'가 세워질 경우 '제2의 판교' 광풍이 몰아칠 게 불을 보듯 훤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꿈꾸고 있던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성남 서울공항을 제2 강남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 부동산투기 폭등에 일조했다. ⓒ연합뉴스


이번에 불을 붙인 이는 서울시장 출마를 꿈꾸고 있던 김한길 열린우리당 수도권발전대책특위 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건교부, 산자부 등과 수도권 발전대책 당정간담회를 가진 뒤 브리핑에서 "국방부와 협의해 수도권 주변에 군 주둔지로서의 성격을 상실한 부대를 이전하는 문제를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공항을 예로 들자면 군사적 효용가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국방부 등과 논의해봐야 하나, 다만 지리적 요건으로 보면 서울공항은 수도권 경쟁력 제고에 쓰일 수 있는 입지”라고 말해, 서울공항 이전을 검토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동안 성남시 등 지자체나 민간 건설업계가 서울공항 이전을 요구한 적은 있으나, 정부여당이 이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어서 그 파문은 컸다.

서울공항은 서울 강남과 인접해 있고 자연 환경과 교통여건도 판교보다 훨씬 좋아 수도권 최고의 고급 주택단지 후보로 꼽혀왔다. 평소 이곳을 '수도권의 마지막 엘도라도'라 부르던 건설업계는 이곳만 개발되면 천문학적 개발 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오랜 기간 군침을 흘려왔다. 하지만 국방부, 건교부 등 이전 및 개발허가권을 가진 관련부처는 그동안 대체 부지 마련의 어려움과 부동산 투기 우려를 내세워 반대해 왔다. 그러던 차에 열린우리당과 건교부 당정협의후 서울공항 이전이 공식 언급되자,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수도권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 정부여당이 종전 입장을 바꾼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열린우리당과 건교부의 서울공항 이전 추진은 국방부의 강한 반발로 좌절됐다. 국방부측은 김한길 발언이 나오자마자 즉각 "서울공항은 강원도 횡성에 있는 8전투비행단과 함께 중부권을 담당하는 최북단 공군기지여서 유사시 북한 공군의 기습적인 공격을 차단하는 데 핵심적인 기지"라면서 "서울공항을 이전할 계획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강력 반박했다. 떡 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경고였다. 김한길 의원은 고개를 숙여야 했다.

부동산값 상승을 ‘정치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열린우리당의 시도는 그 직후 치러진 4.30 재보선 기간에도 계속돼, 앞서 밝혔듯 경북 영천에서의 ‘기업도시 유치 공약’, 충남 연기-공주에서의 ‘시가 이상 보상’ 약속 등을 남발해 국민적 비난을 자초했다.

건교부도 오십보백보로, 그 이후 “용적률 증가 30%포인트 미만 재건축 단지에 대해선 임대아파트 건설 의무를 배제하겠다”고 밝혔다가 강남의 해당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폭등하자 또다시 '없던 일'로 하는 등 갈팡질팡을 거듭했다.

정부여당의 갈팡질팡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과연 정부여당이 ‘무능’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건설족의 이해를 증식시키기 위한 ‘계산된 행보’인지가 의문스러울 지경이었다. (<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2배17~2백31쪽)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