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상원-하원-주지사 모두 과반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공화당의 참패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에 대한 반감은 그동안 빈부격차 심화 및 경제정책 실패에 따라 흑인, 아시안계 및 히스패닉계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1960년대 이후 흑인 표의 90% 안팎을 싹쓸이해온 민주당은 이번에도 흑인은 물론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의 표를 싹쓸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본지 편집위원을 맡고 있는 김동석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은 이에 지난 2일(현지시간)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으로서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로까지 꼽히는 바락 오바마(45)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을 뉴저지에서 만나 선거전망 및 선거후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편집자 주>
12년 공화당의회 종지부냐, 민주당의 '여소야대'냐 목숨건 갈림길 승부
미국 시민운동의 원류는 흑인민권운동이다. 노예 신분으로부터의 탈피, 인종차별적 사회구조의 철폐, 정치적 지위의 평등권리, 그리고 경제력 확보와 교육.환경 운동 등 흑인민권운동은 미국사와 세계사 전체를 관통하면서 현대사의 큰 획을 이뤄왔다.
미국의 인종차별을 법적으로 철폐한 공로는 오랜 기간 흑인들의 피어린 투쟁의 결과였다. 지금은 백인 주류들과의 동등한 권리와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보장됐지만, 출발 당시 흑인민권 운동은 그야말로 처절한 생존권 투쟁이었다.
흑인도 똑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입증하려는 흑인그룹의 그같은 지난하고 기나긴 투쟁 속에서 두드러지는 걸출한 두 지도자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와 말콤 엑스이다.
이 두 지도자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서 목숨을 걸었지만 그 입장과 방법에는 차이가 있었다. 킹 목사는 미국인임을 우선 강조했고 말콤 엑스는 흑인임을 우선 자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도 민감한 문제로 남아 있지만 킹 목사는 통합을 이야기했고 말콤 엑스는 분리를 주장했다. 민권투쟁의 방법도 달랐다. 전자는 폭력에도 불구하고 비폭력으로 대항하자고 주장한 반면 후자는 폭력에는 폭력으로 대항하자고 했다.(신중치 못한 사람들이 무조건 말콤 엑스를 폭력주의자라고 하는데 위험한 발언이다. 그는 폭력에 대응한 방법을 폭력으로 언급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두 지도자가 한 가지 사안에 관해서는 일치된 견해를 보였고, 만남을 갖기도 했는데 바로 그 사안이 투표권 주장이었다. 말콤 엑스나 마틴 루터 킹 목사나 똑 같이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가장 정확하고 간결하게 표현한 것은 '투표권리'의 주장이다.
말콤 엑스가 마틴 목사를 향해서 존경을 표하고 연대를 요구하며 1964년 4월3일 클리블랜드에서 한 그 유명한 연설이 바로 "투표가 아니면 총탄을(The Ballot or the bullet)"이다. 백인들이 주도하는 주류 언론에서는 이 과격한 연설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총탄'이라는 문구에만 주목했지만 마틴이나 말콤이나 투표권리 요구에 집중하고 집착했다. 이렇게 해서 쟁취한 것이 미국내에서의 소수계 투표권리이다.
11월7일 중간선거, 치열한 선거전이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국정실패로 인한 국민들의 '미국 방향 새로 짜기(Direction Change)'이다. 유권자들이 정당의 정책을 평가하고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민주, 공화 양당은 거의 사활을 건 정면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정적 선거운동’(Negative Campagin)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각 투표지역마다 나타나고 있고, 이번 중간선거는 역사적으로 가장 진흙탕과 같은 ‘더러운 전쟁’이 되고 있다.
두 당은 민주당이 12년 동안의 공화당의회에 종지부를 찍고 '여소야대'를 실현하여 대세를 장악하느냐 아니면 공화당 지배체제의 연장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더구나 2008년 대선의 향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양당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한판이다. 민주당측은 하원은 이미 손안에 들었고 한석만 더 우위를 확보하면 상원을 장악한다고 분석하고, 상원선거 최대의 접전지인 뉴저지에 화력을 집둥하고 있다.
선거 5일을 앞둔 2일(목요일) 민주당후보 현역인 민주당 후보 밥 메넨데스의 홈타운인 유니온시티 호보콘에 현역 정치인 중에 가장 몸값이 가장 비싸다고 평가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일리노이 주의 상원의원 바락 오마바가 유세에 가세했다.
바락 오바마 미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 바락 오바마 홈페이지
금세기의 가장 탁월한 연설을 하는 정치인으로 불리는 바락 오마바의 출현으로 동부지역 민주당 지지자들의 함성이 허드슨강을 통해서 하늘에 닿는듯 했다. 존 코자인 뉴저지 주지사가 군중들 틈에서 전혀 자취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오바마 상원의원의 인기가 높았다. 필자는 운좋게 오바마 상원의원과 인터뷰했다.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외교정책(북한문제), 이민법안, 환경정책 등에 대한 간단한 답변과 함께 “대통령 후보라고 불러도 되는가?”라는 질문에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북핵문제 및 부시 행정부의 이민자 정책 등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이번 중간선거에서 미국민들이 부시 행정부의 대내외 정책에 대한 실정을 응징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오바마 상원의원은 특히 북핵문제에 대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으로 미국은 더욱 위험해지고 모든 것이 망한 상황까지 갔다”며 “협상과 대화하는 평화의 길로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시 행정부 들어 이민자에 대한 제재 등이 강화된 데 대해 “부시 행정부는 이민자의 미국 사회에 대한 기여를 모르는 사람들이 실수에 가까운 위험한 정책을 펴면서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에 비춰볼 때 부시행정부는 권력을 가질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증명됐다”고 부시 행정부를 질타했다.
오바마 상원의원은 또 이날 인터뷰를 통해 필자에게 바로 말콤 엑스의 이 "The ballot or the bullet(투표가 아니면 총탄을)"이란 연설문을 설명하면서 “아시안계 미국인들이 나서서 정부를 바꾸고 미국의 방향을 옳게 잡아야 한다”며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안계 미국인들이 대내외 정책 실패로 미국을 곤경을 빠뜨리고 있는 부시 행정부를 응징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특히 “일리노이의 아시안 투표율보다 뉴저지 아시안 투표율이 더 높으니 이미 메넨데스 (민주당 후보)가 이겼다”라며, 한국인 등 아시안계 유권자들의 저력에 경의를 표했다.
유권자들을 상대로 미국사회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바락 오바마 미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 바락 오바마 홈페이지
다음은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과의 인터뷰 내용
김동석 편집위원 외교안보 현안으로 북한 핵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북핵 문제를 6자회담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실시하는 등 문제는 더욱 확대돼 왔다. 당신은 공화당과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판적인가?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 나는 민주당의 정책이 실종되니까 모든 것이 망했다고 본다. 그래서 미국은 더 위험해졌다고 본다. (북한문제는) 협상을 펼치고 대화하는 평화의 길로 가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미국에 더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
김동석 편집위원 미국의 대북정책에 관해 말할 용의가 있는가?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 민주당당엔 전문가가 많다. 그들이 이야기하고, 우리가 동의하고 그런 과정이 있다.
김동석 편집위원 북한문제가 미국의 대외정책 중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아닌가?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 물론 가장 어렵고 큰 문제이다. 그런데 외교정책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협력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 시민의 입장에서 뵈야 한다.
김동석 편집위원 북한에 관해서 잘 알아야 비로소 큰 정치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대선을 위한 예비선거에 나가지 않는가?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 그렇다. 그런데 그것은 내가 지금 할 이야기가 아니다. 11월7일 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는 그런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하고 최대의 현안이다. 그것은 이미 이루었다고 본다.
김동석 편집위원 이민자들은 부시 행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민개혁안에 관련한 의견은 어떤가?
뉴저지주 지원유세에 앞서 인터뷰 직전 함께 기념촬영을 한 오바마(오른쪽에서 두번째) 의원과 김동석(맨 오른쪽)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 문제는 이민자들의 노력과 이민자들의 미국사회에 대한 기여를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알면서도 자기들만 잘 살아보겠다는 잘못된 정책결정자들의 실수에 가까운 위험한 정책 때문에 그런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화해하고 서로 함께 살려는 정치철학의 문제이다. 그러니까 더 근본적으로 지금 부시 행정부는 권력을 가질 자격이 없다는 것이 명백하게 현실로 증명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김동석 편집위원 한국인의 비자면제 여부도 미국 내 한국인들에게는 중요한 현안이다. 한국인의 비자 면제에 동의하는가?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 자세하게 생각하질 못했다. 그러나 미국의 시민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면 내가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내 보좌관들에게 보고를 받겠다.
김동석 편집위원 뉴욕과 뉴저지만이아니고 LA, 시카고를 비롯해서 한국인들이 많은 대도시에서 한인유권자를 모으고 결집한 그런 유권자센타의 실무 책임자를 맡고 있다. 당신이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유리하기 때문에 내가 여기에 왔다. 2008년 대선에서 당신은 나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 알았다. 여하튼 민주당의 선거에 가까이 있어준다는 것이 고맙다. 나도 잘하겠고 그리고 한국문제에 관해서 관심을 갖겠다.
흑인들이 소수계의 투표권을 위해서 희생한 것을 알고 있나? 당신은 말콤 엑스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연대했던 현안에 대해 알고 있는가? 그것이 투표권이다. 아시안이 비교적 우수하다.
그러니까 이번 선거에서 아시안이 공화당의 (잘못된) 정책에 표시를 해야 한다. 일리노이보다 뉴저지가 아시안 투표율이 높다. 그래서 메넨데스 (민주당 후보)는 이미 이겼다.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누구인가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미 상원에서 유일한 흑인으로 2004년 대선 때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주제 연설을 하면서 ‘블랙 클린턴’이란 별명과 함께 일약 전국적인 유명 인사로 떠올랐다.
컬럼비아대학과 하버드 로스쿨 출신인 오바마 의원은 자신이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미 캔자스 출신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뒤 하와이에서 자라며 겪은 유년의 삶을 그린 자서전 ‘내 아버지의 꿈’에 이은 두 번째 자서전인 ‘희망의 대담함(The Audacity of Hope)’을 최근 펴내며 2008년 대선을 겨냥한 활발한 정치활동의 시동을 걸었다.
그는 올해 5월말부터 6월초까지 이어진 미국 대학 졸업식에서 가장 인기 높은 초청 대상이었고, 매주 3백여 곳의 행사장에서 참석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그는 민주당의 동료의원들의 정치후원금 모금행사 때마다 연사로 참석한 곳에서 모두 모금액이 신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모으며 이번 중간선거 때도 지원유세 요청이 밀려들어, 막판에는 초방빅 전략지역마다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그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타임>은 “오바마 의원은 타이거 우즈, 오프라 윈프리, 마이클 조던처럼 인종의 벽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미국인의 상상력에 우상과 같은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며 “그러나 그는 아직 상원의원 경험이 2년여밖에 안 될 만큼 일천하고 구체적인 정치적 성과들이 부족하다”며 정치적 한계와 무한한 잠재력을 동시에 지적했다.
그는 지난 1일 <CNN방송>이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통령으로 뽑고 싶은 정치인으로 28%의 지지도를 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 이어 17%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민주당 내 2위에 오르며, 2008년 대선출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의원의 급부상으로 한때 기세를 올렸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은 13%로 지지율이 급락추세를 보였고 힐러리 상원의원 역시 이전 조사 당시 38%보다 10%포인트나 급락하면서 민주당 내 차기대선 후보 구도가 ‘힐러리-오바마’로 압축되고 있다고 이 방송은 보도하기도 했다.
바락 오바마 미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은 마틴 루터 킹 목사 이후 가장 연설을 잘하는 흑인지도자로 꼽힌다. ⓒ 바락 오바마 홈페이지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김홍국 기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4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고, 미국의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한국어 정치광고를 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을 높임에 따라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