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미국이 정하면 따르는 게 한국협상방식인가"

한미 FTA 저지, 21개 교육단체도 가세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가 오는 5월 5일로 확정된 가운데 농민, 문화예술, 미디어계에 이어 교육계도 반대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교수노조 등 교육분야 2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미FTA 저지 교육분야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7일 오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FTA 협상에 따른 교육개방은 사회양극화로 심화되고 있는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한미FTA협상에서 논의될 교육시장 개방과 관련한 교육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최병성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대위는 교육개방과 관련한 정부의 ‘통상 비밀주의’와 ‘대미 저자세 외교’에 따른 전면적인 교육개방 우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대위는 “한국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 교육을 영리산업화해 개방할 지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관련 정책연구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이 협정문을 작성하면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이 한국의 협상방침인가”라고 반문했다.

“미국이 정하면 따르는 게 한국 협상방식인가”

이어 공대위는 지난 2005년 1월 1일자로 발효된 미국-호주간 FTA협상에서의 교육시장 개방 사례를 제시하며 한국 교육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공대위는 “미-호주간 FTA결과를 미루어 짐작해 보면 한미 FTA는 공공서비스 전체를 사유화하며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를 보장할 것”이라며 “이미 초중등교육을 제외한 교육서비스의 일부 분야에 대한 시장화 양허안을 제출한 한국으로서는 이번 협상에서 초중등교육개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2월 한국 외교통상부와 미 무역대표부가 협상 개시를 공식선언한 이후 예비협의과정이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계 일각에서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로 제한된 외국계 학교 설립기준의 완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는 외국계 학교 설립이 외국유학으로 빠져나가는 국내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순진하거나 안일한 발상”이라며 “오히려 미국 대학들의 국내 교육과정은 해외 유학을 위한 어학준비단계가 외국유학 입시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벌써부터 인천 영종도, 송도, 청라도 경제특구구역과 특별법으로 외국인 학교 설립을 인가한 제주도 중심으로 상류층의 입학경쟁이 표면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제출한 양허안이 미국의 개방 압박과 맞물리며 한국 교육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27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21개 한미 FTA 협상 저지 교육분야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최병성


이와 관련 공대위는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고 영어에 대한 종속성이 심한 상황에서 미국의 교육기관이나 사교육산업체가 진출할 경우 상황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며 “막대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자에게만 제공되는 차별적인 교육기회로 교육차별과 과열경쟁이 극심해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공대위는 “교육개방으로 인한 사교육 확대는 빈부의 차이를 떠나 모든 사람들은 교육받을 수 잇는 인간의 기본권, 교육의 평등권을 파괴하고 사회적 양극화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며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본격적인 한미 FTA협상 저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이날 출범을 기점으로 광범위한 지역선전전 및 강연회, 범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하고 한미 FTA 범국민운동본부에 합류해 4, 5월 집중 연대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또한 세계교원노조연맹 등 미국을 비롯한 국제진보단체와의 연대 활동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4월 대투쟁 예고

한편 한미 FTA협상 저지를 위해 개별 투쟁에 나섰던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투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4월로 예정된 노동계의 '춘투'와 시민사회단체의 'FTA저지 투쟁'이 연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6일 민주노총 주관으로 대학로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이날 대회에서도 한미 FTA협상 반대는 주요한 투쟁화두로 떠올랐다.ⓒ민주노총


한미협상과 관련 지난 해 저지투쟁에 포문을 열었던 농민단체와 스크린쿼터 투쟁을 FTA협상에 연계하고 있는 영화계를 비롯해 3월 잇따라 출범한 학계.미디어 단체를 포괄하는 ‘범국민운동본부’가 오는 28일 공식출범한다.

또한 4월 19일에는 각계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비상시국회의가 조직되고 5월 사회양극화 해소 투쟁과 연계,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는 5월까지 전국집회와 선전전을 통해 정부를 압박해나갈 예정이다.

이밖에도 공공서비스 분야 개방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민주노총도 26일 열린 노동자대회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연계, 오는 4월 15일 ‘비정규직 철폐-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회’에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 4월 3일 총파업을 기점으로 본격화될 노동계의 ‘춘투’와 FTA협상 저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투쟁이 연대투쟁으로 나아갈 경우 지난 해 쌀개방 정국에 이어 또 다시 민관충돌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병성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