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선택'의 막전막후
[이연홍의 정치보기] <3> 盧, 정동영 대신 이해찬 손 들어줘
능력만으로 총리를 시키진 않는다. 역대 총리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야당만 보고 총리를 고르지도 않는다. 다른 견제 수단이 많기 때문이다.
그게 권력이다. 대통령 자리란 그런 거다.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대통령마다 차이는 있을 게다. 그러나 내부 역학관계를 많이 본다. 역학관계의 변화를 꾀한다. 총리 인선을 통해서 말이다. 행정을 총괄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당장 역학관계의 변화가 온다. 더군다나 내년에 대통령 선거다. 많은 걸 생각해야 할 때다. 나름의 포석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한명숙이 대권후보란 얘기는 아니다. 그러기에는 늦었다. 본인도 기대하지 않을 거다.
촛점은 누구 얘길 듣고 시켰느냐다. 결정은 대통령이 했지만 말이다. 어느 쪽에 무게를 뒀느냐가 중요하다. 그것이 많은 걸 시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누구 얘기를 안들었느냐도 중요하다. 그쪽은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결론부터 얘기하자. 이해찬이 추천했다는 게 다수설이다. 물론 정동영도 한명숙을 추천했다. 본인도 그렇게 얘기했다. 그러나 1안은 아니었다는 후문이다.
자초지종을 더듬어 보자. 한 여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대통령이 귀국한 건 지난 14일 오전이다. 곧바로 이해찬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이해찬은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최종 결론이 난 건 아니었다 한다. 오히려 대통령은 유임쪽 뉘앙스를 풍겼다는 후문이다. 그러면서 단서를 달았다. 정동영을 만나보고 최종 결론을 내리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만약 물러나게 되면 후임은 누가 좋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전제가 있었다. 당신처럼 일을 잘 할수 있는 사람을 추천하라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해찬은 한명숙을 추천했다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단수 후보였다.
대통령은 이어 정동영을 만났다. 원래는 저녁 7시에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후 2시30분쯤인가 불렀다.
정동영은 단호했다. 이해찬 유임으론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 물었다. 후임은 누가 좋겠냐고. 정동영은 세사람을 추천했다는 여권 관계자의 얘기다. 김혁규 문희상 한명숙 3인이다. 김혁규가 1안이었다는 것이다. 정동영이 김혁규를 추천한 이유는 뻔하다. 그가 경남출신이기 때문이다. 영남세를 엎으려 했던 거다. 여권 내의 영남후보론도 의식했음직하다. 그걸 잠재우자면 김혁규가 필요했을 거다. 그러자 대통령은 정동영에게 주문을 했다고 한다. 지방선거를 잘 치르라고 말이다.
듣기에 따라선 의미심장한 얘기였다. 지방선거 때문에 총리를 바꿔 달라 한다면 그렇게 해줄 테니 지방선거는 당신이 책임져라는 얘기였던 거 같다.
이같은 전언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이어서 벌어졌다. 얼마 뒤 외유중인 김혁규가 서둘러 귀국했다. 문희상은 느닷없이 집에 들어가 며칠 동안 나오질 않았다. 두사람 모두 정동영으로부터 얘기를 들은 듯 하다.
아마도 대통령은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을 게다. 그리곤 한명숙을 임명했다. 이해찬 손을 들어 준 거다. 그보다는 정동영 손을 안들어 준 거다. 같은 얘기지만 분명 다른 얘기다.
무슨 의도였을까. 정동영에게 아직은 힘을 실어주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다. 그렇다면 정동영을 버린다는 얘기인가. 그와 관련해선 두가지 분석이 있다. 그렇다와 아니다다.
그렇다는 쪽은 지역구도로 볼 때 정동영 후보는 어렵다는 것이다. 전북 출신으로 전국을 먹긴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그래서 지방선거 이후 저절로 물러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아니라는 쪽은 그것은 권력 내부의 필연적 현상이란 것이다. 그런 분위기 조성을 통해 레임덕을 막을 뿐이란 얘기다. 실은 역대 권력마다 그랬다. 예비권력과의 마찰이 있었다. 심지어 전두환과 노태우 사이도 그랬다. 그랬지만 결국은 넘겨주었다. 때문에 정동영을 버리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그런 과정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맞을까. 현재로선 모른다. 개인적 견해로는 전자가 맞는듯 하다. 그러나 권력은 모르는 거다. 권력은 주는 게 아니다. 뺐을 뿐이다. 준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눈속임이다. 그래서 권력 게임은 재밌는 거다. 그 묘미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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