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16일 국회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 등의 기관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열어 '바다이야기' 의혹과 관련, 정부의 정책실패와 로비의혹 등을 추궁했으나 별무소득이었다.

한나라당 "신기남-정동영-천정배도 헌정포럼"에 우리당 발끈

우상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작년에 문광위가 대안을 마련하려던 태도로 다시 돌아와,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며 "야당 의원들과 언론 등이 바다이야기 파문을 권력형 게이트로 몰아가려고 했지만 권력형 게이트는 없었다는 것이 거의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재웅 한나라당 의원은 의혹을 사고 있는 우종식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이 '헌정포럼' 멤버임을 거론하며 "신기남 의원,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전 장관도 헌정포럼에 속해 있지 않냐"고 우회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당연히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전병헌 열린우리당 의원은 "상대당 지도부가 마치 바다이야기 사태와 관계가 있는 것처럼 오해나 유추를 불러일으킬 수 있게 하는 것은 정치공세"라며 "그런 부분은 자제하면서 팩트에 기인한 것만 질의하고, 상대 지도부 관련 문제는 절제하면서 질의해 달라"고 반발했다. 같은 당의 노웅래 의원 역시 "정치공세와 정쟁도 좋지만 동료의원 관련 얘기는 조심,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도 말할 것이 있지만 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금도나 예의는 지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시-연타 기능 알면서 허용했다" 추궁에 이경순 "..."

여야 의원들은 이날 국감에서 '바다 이야기' 등 사행성 오락기 사태에 대한 부실한 심의와 책임소재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김재윤 열린우리당 의원은 "바다이야기 버전 1.1 설명서를 보면 예시, 연타 기능이 설명돼 있다"며 "왜 확인하지 못하고 예시, 연타 기능이 없다고 했나"라고 추궁했고, 같은 당 노웅래 의원도 "심의과정에서 예시, 연타 기능을 허용해 준 적이 없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허용했다"고 영상물등급위원회를 맹비난했다.

이에 이경순 영등위원장은 "경품고시에 예시, 연타 기능이 금지된 것으로 알고 허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저는 한번도 게임심의를 해본 적이 없어 당시 게임심의를 맡았던 박찬 부위원장이 답변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답변에 나선 박찬 부위원장도 "1.1 버전은 제가 등급위에 위촉되기 전에 이미 등급이 나간 기계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답변이 계속 부실하게 나오고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일이 지속되자 조배숙 문광위원장은 "바다이야기 파문이 문제가 된 지 한달이 넘었다"며 "제대로 답변 준비를 한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재웅 의원 역시 "이경순 위원장은 답변하는 걸 보니 도대체 아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경순 위원장은 이어 잇따른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 대해 "사퇴에 대해서는 저도 수없이 고민했고, 여러 존경할 만한 분들과 논의했는데 이 시점에선 검찰의 수사와 감사원의 감사에 협조하는 것이 제 몫이지 지금 사퇴하는 것은 또 다른 책임회피일 것"이라고 답했다. '수사가 끝나면 사퇴할 것인가'란 질문에 이 위원장은 "수사가 끝나면 그 때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다소 애매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런 애매한 입장표명이 나오자 사퇴의사를 물은 강혜숙 열린우리당 의원은 "참 대단하십니다"라고 한숨을 내쉬며 비꼬았다.

한편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은 심의 검토보고서의 서명 대필 의혹과 영등위와 어뮤즈먼트 산업과의 유착의혹을 제기했고, 강혜숙 열린우리당 의원은 "영등위 심사위원들과 업체의 유착이 드러나 있는 몇몇 사건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영등위가 총체적 부패의 고리로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정감사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이경순 위원장,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우종식 원장,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서병문 원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