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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좋고 '운'도 좋은 룰라, 재선 확실

6백만 서민을 중산층 만들고, 호나우드 전애인 섹스파문 덕도 봐

10월1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50% 이상 지지로 결선투표 없이 당선 전망 유력

30일 <AP통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작년 이후 집권 노동자당(PT)을 괴롭혀온 정치공작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룰라 대통령의 지지도는 1차투표 당선에 필요한 50%를 넘어선 데다, 최근 브라질 국민들의 관심이 정치가 아니라 스포츠와 인터넷을 통해 유포중인 호나우두의 전 여자친구의 섹스비디오에 쏠리고 있어 재선이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7일 발표된 전국 여론조사에서 룰라 대통령의 지지율은 48∼49%를 유지했고, 기권·무효표를 제외한 유효득표율에서는 53%를 기록함으로써 2위 제랄도 알키민 전 상파울루 주지사와의 차이를 16%포인트의 큰 격차를 지켜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1차투표에서 무난하게 당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지난 26일 여론조사기관 센서스 발표에서도 룰라 대통령은 기권표와 무효표를 제외한 유효득표율에서 59%의 지지율을 보여 32%의 지지를 얻은 알크민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렸고, 여론조사기관 데이터폴하가 지난 23일 일간 폴하 데 상파울루를 통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룰라 대통령은 유효득표율에서 55%의 지지를 얻었다. 여론조사기관 이보페가 에스타다오통신을 통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룰라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50%를 상회했다.

지난해 2월 한국을 방문해 노무현대통령과 어린 학생들의 환영을 받고 있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 ⓒ연합뉴스


"룰라, 6백만 빈민서민을 중산층으로 만들어"

룰라 대통령의 재선에는 경제 재건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 룰라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2004년 브라질 경제는 10년 만의 최고치인 5.2%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1백50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했으며 수출상품인 철광석, 콩 등의 해외 수요가 늘면서 무역과 재정 모두 흑자로 돌아서는 등 경제 호전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브릭스(BRICs) 국가로 꼽히면서 급성장 가도를 달리면서 2004년 세계 15위에 그쳤던 브라질의 경제규모는 작년 한국을 밀어내고 11위를 기록했으며, 기아 퇴치 사업과 저소득층 생계수당 지급, 최저임금 인상 조치 등을 통해 서민층의 지지를 획득해왔다는 점에서 재선이 확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 안정화, 인플레이션 억제와 세금인상 없는 빈곤 탈출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룰라대통령은 집권후 공약을 저버렸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점도 최대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룰라 대통령이 이렇듯 초반부터 일관되게 과반수를 넘는 인기를 유지함에 따라 지난 15일 브라질 연방경찰이 노동자당과 연관된 인물 2명을 '선거 비리 공작' 혐의로 체포한 뒤 밝혀진 정치공작도 별다른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판 워터게이트’로 불리는 이 사건은 이들이 상파울루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사회민주당 조제 세하 후보의 불법 선거 의혹을 제기할만한 자료를 약 79만달러(약7억 5천만원)를 주고 사들이려던 정황이 포착됐고, 이에 따라 룰라 대통령을 비롯한 노동자당은 사회민주당에 대한 흑색선전을 조직적으로 전개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야당의 맹공격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는 당초 룰라 대통령을 비롯, 사회민주당(PSDB)의 알크민 후보와 사상 첫 여성주자인 사회주의 자유당(PSOL)의 엘로이자 엘레나 상원의원 간의 삼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룰라 대통령의 지지율이 생각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AP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룰라 대통령의 재선 유력 보도를 일제히 타전하고 있다.

<AP통신>은 “브라질 동북부 빈민에서 태어난 노동자 출신으로 지난 1980년 노동자당을 설립, 본격적으로 정계에 뛰어든 룰라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6백만여 명의 빈곤층과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고 실업률을 낮추는 등 '굶지 않는 브라질' 프로젝트를 추진, 성공했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기존의 정책을 이어갈 방침을 세운 그는 29일 유세장에서 ‘모든 브라질 국민이 매일 필렛 미뇽(fillet mignon, 스테이크의 일종)을 먹을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섹스비디오 유포 등 정치 무관심도 재선에 도움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룰라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브라질이 목전에 닥친 대선이 아닌 한편의 섹스비디오로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이날 “섹스비디오가 브라질 선거를 가려버렸다”며 “국제투자은행 메릴린치의 한 금융인과 브라질의 세계적인 축구스타 호나우두의 전 애인이 스페인 해변에서 벌인 섹스장면을 담은 비디오가 2주전 컴퓨터를 통해 유포되면서 브라질 국민들의 화제거리로 등장, 주말 열리는 대통령 선거가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비디오는 브라질의 인기 모델이자 철인3종경기 선수였던 호나우두 전애인 다니엘라 시카렐리(27)와 브라질 상푸울루의 메릴린치의 프라이빗뱅킹(PB) 전문가인 레나토 말조니 필호(33)가 스페인 남부해안의 휴양도시인 타리파 해변에서 가진 섹스를 한 파파라치가 촬영한 것이다.

이 비디오는 인터넷을 통해 급속하게 전파되면서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등 브라질의 사무실, 증권시장 등에서 화제를 모으며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을 급속하게 냉각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 브라질의 시사평론가인 리카르도 보에차트는 “이 비디오는 정말 선거보다 재미있는 선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낭만을 좋아하는 브라질 사람들에게 부유하고 잘생긴 젊은 금융인과 매력적인 여성에 관련된 이야기는 정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좋은 이야깃거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카렐리는 29일(현지시간) 열린 브라질 MTV의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나와 질문을 받자 “사람들은 자기 생활에 관심을 갖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도록 가만두면 좋겠다”며 이 비디오의 유포를 막기 위해 지난 27일 법원에 유포 금지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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