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탄식 "이게 진짜 봉숭아학당"
<현장> 13명 난립후보, 연일 '도떼기시장' 연출
우선 친이 조전혁 의원은 아침부터 당사 기자실을 찾아 "무대에는 외롭게 저 홀로 서게 됐지만, 결코 저 혼자 서는 것이 아니고 국민과 당원들의 꿈과 염원과 함께 서 있을 것이기에 결코 외롭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직후 정두언 의원이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기자실을 찾아 "후보등록을 마쳤다"며 연설을 했으나 나중에 소식을 듣고 카메라 기자들이 몰려와 "앞 부분만 다시 말해줄 것"을 부탁하자, 정 의원은 "어디서부터 다시 말해야 하나?"라고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막판에 출마선언을 한 나경원 의원이 미리 준비해둔 원고를 읽고 짧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끌었다.
그러자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김성식 의원이 나 의원에게 다가와 "축하드린다"며 기자회견을 빨리 마칠 것을 압박하는 악수를 건네자, 나 의원은 그제서야 "어, 미안해요"라고 김 의원에게 단상을 내주었다.
40여분도 안돼 4명의 후보들이 휩쓸고 간 셈. 기자들은 이어 숨돌릴 틈도 없이 당사 6층으로 올라가 김무성 원내대표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공동 간담회 취재에 나서야 했다. 이 역시 '공정경선을 당부한다'는 전대 관련 행사였다.
기자들이 6층에서 4층 기자실로 다시 내려오자 이번에는 안상수 의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안 의원의 간담회에 이어 서병수 의원이 기자회견장에 섰다. 그러나 안 의원이 기자실을 돌며 기자들과 악수하느라 서 의원의 기자회견은 어수선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처럼 오전 시간에만 6명의 후보들이 줄줄이 기자회견을 했고, 오후에도 7명의 후보들이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들이나 기자회견 진행을 도와야 하는 당 관계자들이나 정신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의 '도떼기 전대'는 타당에도 민폐를 끼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들이 언론에 '어필'하기 위해 자신의 출마기자회견을 국회 기자실인 '정론관'에서 하는 바람에 타당 대변인 등도 정론관 앞에서도 줄을 서서 자기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진풍경이 매일 연출됐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오늘 무슨 날인지 제가 1시간 째 브리핑을 못하고 정론관을 벌써 5번째 왔다갔다했다"며 "가급적 이런 행사들은 당사에서 해 주셨으면 좋지 않겠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나라당 TV토론도 도떼기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5일 토론회를 해야 할 판이나, 후보자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한 후보는 4일 기자들과 만나 "TV토론을 어떻게 할지 나도 난감하다"며 "5분씩 13명 후보자들 인사말과 그리고 마무리 발언만 들어도 족히 2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국민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또 "첫 TV토론인 SBS의 경우 오후 2시부터 2시간가량 방송한다는데, 그 시간에 누가 TV를 보겠나? 그냥 우리끼리 떠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푸념했다.
다른 후보 역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나와 있는 군소후보들은 절대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다"며 "생각해보라. 8천만원 기탁금 한번 내고 공중파 방송에 자기 얼굴이 수없이 나가는데, 누가 포기하겠나? 이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8천만원 내고 변칙적인 사전선거운동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모 후보가 '봉숭아 학당 한나라당을 바꾸어야 한다'고 하던데, 지금 이러고 있는 게 바로 봉숭아 학당"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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